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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와 복숭아 - 그렇게 엄마는 너를 만났어
유혜율 지음, 이고은 그림 / 후즈갓마이테일 / 2020년 7월
평점 :

여섯 살 아들에게 읽어주었습니다. 다 읽고 나니 "엄마, 아름다운 이야기야."라고 말하더군요. 한번 더 읽어달라는 요청에 흔쾌히 다시 한번 읽어주었어요. 흔하지 않은 반응이라 속으로 놀랐습니다. 동시에 마음이 따뜻해졌어요. 아이와 제가 연결되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이 책은 엄마와 아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이에게 읽어주기 전, 제가 먼저 펼쳐 보았을 때는 엄마의 이야기라고만 생각했습니다. 제 임신기간과 그 때 아이를 기다리던 설렘만이 떠올랐고, 임신중인 친구에게 선물해야겠다고도 생각했구요.

하지만 아이의 반응을 보고나니, 이것은 엄마의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아이의 이야기이기도 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아이는 그림과 이야기 속에서 임신한 엄마의 모습 뿐 아니라, 뱃속에 들어있는 자기 자신의 모습도 보고 있었습니다. 뱃속에 있는 아이를 지키기 위해 엄마가 내었던 용기와 지혜를 이야기를 통해 분명히 느끼고 있었습니다. 그것을 '아름답다'고 표현한 것 같아요.

아이가 내 몸속에 있었다는 사실과 지금은 이렇게 내 곁에 앉아 있다는 사실이 겹쳐지며 그간 육아로 쌓인 피로가 사르르 녹았습니다. 우리의 만남이 신비하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아이를 낳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다시 쌓일 육아스트레스가 있다는 것을 알지만, 오늘밤만은 초심으로 돌아가게 해준 이 그림책이 정말 고맙게 느껴집니다. 힘이들 때 꺼내보게 될 것 같아요. 아이와 엄마 모두에게 아주 좋은 책입니다.
강력추천합니다!

ps.책 앞면에는 이렇게 초음파 사진을 붙일 수 있는 공간이 있어요. 저는 시험관으로 아이를 가졌기 때문에 이식했던 배아 사진을 붙여놓았습니다. 세포 덩어리였던 아이의 처음을 보니 마음이 뭉클해 졌습니다. 아이가 이 사진을 본 적은 아직 없는데, 내일 아침 보여줘야겠어요. 함께 이야기 나누기 정말 좋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