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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합본] 고요한 연못에 내린 비 (전2권/완결)
원주희 지음 / 로코코 / 2017년 11월
평점 :
스포일러 많이 있습니다.
정연은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외숙부의 집에서 힘들게 자라다가 엄 판서댁의 딸의 말동무로 키워진다. 엄 판서의 딸 홍주와 몹시 친해지고, 그녀를 통해 세상을 배워간다. 그리고 홍주가 죽고, 그녀의 꿈을 이어 홍연랑이라는 필명으로 소설을 쓰게 된다.
그러던 중 홍 인우 댁으로 글선생으로 들어가게 되고, 흉흉한 소문이 도는 것과는 다른 그렇게까지 극악무도하지 않은 이였다. 매번 다르게 느껴지는 그가 점점 궁금해지고, 그리고 그러다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이다.
음, 생각보다는 재미있게 봤다.
다만 개연성이 조금 떨어진다고 느꼈다. 남자와 얘기를 해본 적도 없고 그저 서책을 통해 배운 내용을 소설로 쓰는데도 온 선비들이 열광하는 뭔가 통쾌한 복수물(?)을 쓴다는 점. 그리고 그런 글을 쓰는 정연의 나이가 고작 19살이라는 점.
여주가 재능이 뛰어난게 싫다는 것이 아니라, 이런식으로 여주에 대한 문예의 재능을 묘사하곤 글 내에서 여주가 글을 쓰는 장면이나 여주의 소설이 어떤 평을 듣고있는지에 대한 묘사는 거의 없다. 후자의 경우엔 꼭 나와야 할 필요는 없지만. 적어도 여주가 소설가로써 어느정도의 위치에 있는지 정도는 나와줘야 했다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솔직히 여주가 소설가라는 설정은 왜 들어갔는지 모를 정도로 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적다.
또한 엄밀히 따지면 여주물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서사가 남주에게 형성되어 있다. 여주는 그저 양친이 돌아가신 안좋은 상황 덕분에 궂게 자랐지만 어렸던 나이에 천운으로 좋은 인연을 만나 바르고 곧게 자라왔다는 것 뿐이다.
그에비해 남주에게는 2대째 아주 친한 친구에게 여동생이 겁탈을 당하고. 그 친구는 기생과 도망 가 버리고. 아버지는 그 문제로 친우를 찾아갔다가 속아 외면을 당하곤 일로 자살을 해버린다. 여동생은 절벽에서 몸을 던지고 살아나긴 했으나 어린날에 매여 더이상 자라나지 못하게 되어버렸고. 어머니는 친구를 저버린 이(남주의 가장 친한 친구의 아버지)의 저열함에 결국 정신을 놓아버리고 죽기 전까지 남주만을 저주했다.
그리하여 남주는 자신의 친한 친구를 붙잡기 위해서 유능한 인재로써의 자신을 버리고 장사치가 되어버린 것 같다. 그래서 복수를 갚기 위해서 살아온 것 같다.
그러던 중 여주에게 마음을 빼앗겼고.. 또 그런 자신을 애써 부정하면서 그러면서도 볼 때마다 여주를 점점 더 사랑하게 되어버린다.
이렇다 할 정도로 서사가 여주가 아닌 남주에게로 쏠려있다.
뭐랄까. 여주가 외전에서 보면 소설가의 직업을 포기하는 건 아니었지만..
몹시 아쉬웠던 부분이 있었다.
자신이 소설을 책으로 엮어내기에 도움을 줬던 이가 여주에게 청혼을 하러 왔을 때 했던 말이 조금 아쉬웠다.
"저는 홍연랑이 아니라 송정연으로 행복해지고 싶어요."
라는 대사가 많이..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저는 홍연랑으로써 뿐만이 아니라, 송정연으로도 행복해지고 싶어요." 라는 대사였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 싶다. 뭐랄까.. 여인으로써의 자신의 꿈보단 사랑을 택한다고 여겨져서 조금 많이 아쉬웠다.
자신의 꿈도 놓지 않는 그런 대사였다면.. 조금 더 좋았을 것 같다.
아무튼 애가 셋인데도 아기는 자기가 다 키울테니 넷째를 낳자고 말하는 남주도 조금.. 좀 깼고..ㅜㅜ.. 넷이나 낳으라니.. 게다가 아무리 자신이 다 케어를 한다고 해도 여주가 분명히 넷째의 얘기라면 싫다고 말했음에도..
물론 시대상을 보자면 좋은 남주이긴 하지만..ㅠㅠ.. 그 외전에서 아이가 하나 뿐이고 둘째를 낳았으면 좋겠다 하는 장면이었다면 좀 더 나았을 것 같긴 하지만.
그리고 좀 더 나올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 부분이 나오지 않아서 아쉬웠다. 혼자 산다는 것을 안된다고 할 정도로 나름대로 예쁨을 받았던 건가 싶을 정도의 엄 판서 댁에서의 이야기. 생각해보니 여주가 그러한 과거가 있다는 것만 나왔지 실질적으로 여주가 엄 판서에게 어떠한 존재였는지. 그저 딸의 놀이동무였는지, 아니면 딸아이같은 존재였는지 같은 것.
또한 여주의 삼촌 분이 편지로는 등장했지만 결국 소설 내에서는 한 번도 등장하지 않은 점도 몹시.. 이런 점을 쓰다보니 정말 여주의 서사는 빈약하구나 싶다. 조금 더 분량을 넣어 여주의 서사도 좀 더 신경썼으면 좀 더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을 텐데.. 여주에게 소설가라는 꿈을 주곤 그것을 어떻게 이뤄가는지에 대한 여지도 전혀 없고, 또 그 꿈을 이뤘더래도 그 꿈을 이룬 후의 얘기에 대해서는 거의 없는 것도 조금 아쉬웠다... 아이고..ㅠㅠ..
아무튼간에 그럭저럭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부정적인 측면을 적어놔서 재미있게 읽었다고?? 싶으실지도 모르지만.. 진짜 개인적으로는 이런 잔잔하게 진행되는 소설을 좋아해서 재미있게 읽었다.
남주가 복수를 하는 내용에서는 통쾌함보다는 허무함을 준다는 것이 내 취향과는 조금 많이 달랐지만.. 아무튼간에. 서로가 서로에게 부족하고 마모되어있던 부분들을 채워주는 느낌이라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