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 지음, 윤길순 옮김, 이인식 해제 / 김영사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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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움의 신화는 본질적으로 성별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 사안이다. 남성에겐 없는 '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 자격 조건'(Professional Beauty Qualification·PBQ)은 여성에 대한 고용·승진 차별을 정당화한다. 아름다움을 필수조건으로 삼아 사회진출을 방해하는 것이다.”
"아름다움의 고통을 사소하게 여기는 이유는 여성이 그것을 자유롭게 선택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나오미 울프,<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

나오미 울프의 <무엇이 아름다움을 강요하는가>는 1991년 미국에서 처음 출간된 책이지만, 책 속에 묘사된 여성에 대한 외모 강박과 차별은 약 30여 년이 지난 오늘의 모습과도 별반 다를 게 없다. 

책은 크게 6부분으로 나눠 여성에게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모습을 판결, 광고, 미디어 등 다방면의 사례를 들며 객관적이고 촘촘한 논리로 설명한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2장.일>이었는데, 2개월 전 종영한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비서역할을 맡은 박민영이 타이트하게 맞춤한 옷을 입기 위해 촬영 내내 다이어트를 했다는 인터뷰 기사가 떠올랐기 때문이다. 일반인보다도 훨씬 마른 연예인도 촬영 내내 다이어트를 해야 겨우 입을 수 있는 옷이 과연 비서로서의 업무 효율성을 높이는 옷이었을까, 아름답게 보이는데 철저히 초점을 맞춘 옷이었을까? 나오미 울프가 주장한 PBQ(직업에 필요한 아름다움 자격 조건)가 유독 한 쪽 성에만 요구되는 사회에서, 과연 이것을 자발적인 선택으로 볼 수 있을 것인가.

이 점에서 최근 불고 있는 ‘탈코르셋’ 운동은 여성의 선택지를 늘리기 위한 움직임으로 볼 수 있다. 화장한 모습이 디폴트였던 여성들에게 꾸미지 않을 자유를 선택지에 넣음으로써 사회의 요구가 아닌 자신의 선호를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드러낼 수 있다는 것. ‘꾸밈’이라는 단 하나의 선택지만 있을 때 여성들에게 아름다움은 자유가 아닌 사회진출을 막는 속박이고 올가미다. 

역사적으로 뿌리 깊고 사회 전반에 스며든 ‘아름다움의 신화’는 결코 단번에 해결될 수 없다. 이 책이 500페이지의 두께를 할애하여 소개한 사례들이 이에 대한 방증이며 동시에 꾸밈 노동의 압박에서 우리를 지켜주는 훌륭한 근거가 돼준다.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어야 할지 말지 고민하는 남성 독자들이 있다면, 여성을 제재하는 수단이었던 ‘아름다움의 신화’가 이제 남성에게로 향하여 미용 산업이 남성의 자기혐오를 새로운 시장으로 삼고있다는 설명이 충분한 답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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