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 - 홍승희 에세이
홍승희 지음 / 김영사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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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에 발붙이는 면적이 커질수록 불화도 빈번하다. 피로를 감내하고 견디는 시간이 늘어간다. 내가 비틀린걸까 세상이 비틀린걸까.” (P.19)

채식주의자, 비독점 다자연애, 영페미니스트, 거리 예술가. 저자를 수식하는 다양한 정체성은 사회에서 흔히 규정하는 ‘정상의 범주’에서 벗어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사회는 저자를 단숨에 ‘이상한 사람’ 혹은 ‘프로불편러’로 규정짓고 만다. 
저자가 대통령 풍자 그라피티 건으로 교도소에서 2, 3일간의 수용 생활을 마친 후 출소하는 날, 반말로 이것저것 명령하던 교도관은 존대를 하며 교통비까지 쥐어준다. 다시는 죄를 짓지 말고 사회에 나가 사회인 대접을 받으며 살라는 역할극의 마무리다. 저자는 “감옥이 따로 있는 건 이 사회 전체가 감옥이라는 걸 은폐하기 위해서”라고 말한 장 보드리야르의 말을 빌려 우리가 교도소 바깥에서도 계속해서 역할극을 수행 중이라고 말한다. 반말, 비아냥거림, 사소한 말투와 억양을 사용하며 재소자의 인격을 제거하는 교도소는 소수자를 배제하고 비정상이라는 낙인을 찍으며 존재를 부정하는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다. 
“우리는 모두 소수자고, 내 안에도 소수자성이 있다는 논의가 더욱 많아져야 한다.”
작년 한 강연에서 들은 저자 홍승희의 말이 책 <세상은 내가 이상하다고 한다>를 가장 잘 대변해주는 말이 아닐까 싶다. 내 안에 있는 소수자성을 부정한 채, ‘절대다수’로의 역할극을 수행해야 비로소 존재를 인정받는 사회. 정말 이상하고 바로 잡아야 하는 건 서로의 얼굴을 지우며 개인에게 무리한 역할극을 요구하는 세상임을, 세상의 폭력이 만든 내상을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은 이 책이 비로소 증명해내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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