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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보라 체이스
히가시노 게이고 지음, 양윤옥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요며칠 정말 추웠다.
눈까지 오고 있어서 정말 겨울 다운 겨울이다.
마음은 펑펑 내리는 눈을 맞으며 하얗게 쌓인 눈위를 걷고 싶지만 현실은 다르다.
보일러를 틀어도 추운 방에서 이불을 뒤집어 쓰고 귤을 까먹으며 텔레비젼을 보고 있다. 케이블은 재방 삼방에 끝도 없이 사골처럼 같은 프로그램을 우려내고 있다.차라리 책을 보자.뒤적이던 중 눈에 들어온 이 작품 <눈보라 체이스>
눈보라다. 게다가 추적전이다. 딱 겨울용이다. 하물며 히가시노 게이고다.
<용의자 X의 헌신>으로 시작해서 <백야행>을 거쳐 30편이 넘는 그의 작품을 읽었다. 따뜻한 인간미 뿜뿜인 작품도 있고, 본격 스릴러에 감탄사를 자아내는 반전이 있는 작품도 있고, 풋풋한 학생들의 활약이 있는 학원물도 있다. 작품마다 참 다르다. 게다가 정말 술술 읽힌다. 지금도 계속해서 일년에 몇편이나 뽑아내는 다작작가라 언제든 찾으면 신작을 찾을 수 있다. 생각해보니 이런 저런 이유로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참 좋아한다
스키장을 무대로 했던 작가의 다른 작품 <백은의 잭>을 떠올리며 작품을 펼쳤는데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하지만 상당한 실력의 스노보더인 작가답게 눈앞에 스키장과 스노보드를 타는 사람들의 모습이 실감나게 떠오른다.제대로 대리만족이다.
살인범으로 쫓기는 용의자들, 실적경쟁에 쫓기며 먼저 용의자를 잡으려는 두 무리의 형사들, 마을을 일으키고자 스키장웨딩으로 스키장 홍보에 나선 마을사람들. 이렇게 세 무리의 사람들이 최대 규모, 최상의 빙질을 가지고 있다는 스키장을 무대로 숨바꼭질을 한다.
억울하게 살인범으로 몰려서 쫓기는 용의자.심각하고 절박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쫓기는 중에도 꼼짝없이 누명을 쓰게된 상황의 절박함보다는 맘대로 스키를 탈 수 없다는 것이 더 안타까워 보인다. 스노보드동아리 회원인 대학생 용의자와 그의 무죄를 믿고 도와주다 공범으로 몰리기까지 하는 동아리 친구들의 모습에서는 청춘다운 허술함과 찌들지 않은 풋풋함을 느낄 수 있다. 어둡지 않다. 오히려 경쾌하다.
추적하는 2명의 형사는 상사의 닥달에 열받아 하고 때론 서로 티격태격하면서 때로 소신대로 멋지게 대처한다. 스키장에 양복에 구두를 신고 추적잠복을 하는 허술함도 있지만 용의자의 진술을 경청하고 타당하게 여기는 순간 믿어주는 인간적인 매력도 있다.
왕년의 날리던 선수였던 스키장여관주인 ,요즘 사람같지 않게 사람말을 잘 믿는(용의자의 생각을 빌자면) 마을출신의 스키장관계자들. 실제 약혼한 사이인 스키웨딩의 주역 예비 신랑과 신부, 총책임자인 신부의 여동생, 성공적인 웨딩쇼를 준비하는 전직 스노보더이자 여동생의 친구, 본업은 건축업인 스키패트롤(여동생 치아키와 스키패트롤 네즈는 다른 작품에도 나온다는데... ) 등등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있고 생각대로 일이 풀리지는 않지만 따뜻한 기운을 느끼게 해주는 사토자와 스키마을사람들도 밝은 분위기를 더하는데 한 몫한다.
엄청난 반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팽팽한 긴장감,한여름에도 소름이 돋게 하는 오싹함. 그런 것을 기대한다면 이 작품은 잘못된 선택이다.
고민을 내려놓고, 생각을 버리고, 멋진 눈보라 피워오르는 멋진 스키장의 일대 활주를 머릿속에 떠올리며 머리속이 시원해지는 시간을 바란다면 이 작품은 최고의 선택이다. 거기에 따뜻한 인간미까지 부록으로 따라온다.
예전에 읽은 <백은의 잭.과 더불어 설산 시리즈 4권 중에 하나라니 다른 2권을 찾아 봐야겠다. 번역이 되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