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키메데스는 손을 더럽히지 않는다
고미네 하지메 지음, 민경욱 옮김 / 하빌리스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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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눈을 사로잡는 특이한 제목인데 정작 저자는 처음 듣는 이름이다

하지만 붉은 띠지에서 눈에 띄는 이름이 보인다



"이 소설과의 만남이 책을 싫어하던 바보 고등학생의 운명을 바꿔놓았다"

히가시노 게이고

이 문구 때문에 이 책을 선택한 것이었다

실제로 이 인용문구를 보는 순간에도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손에 들고 있었다

별로 책과 친하게 지내지 않은 작년 한 해에도 5편이 넘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소설을 읽었으니

제일 좋아하는 작가로 꼽는 것은 망설여지지만

제일 많이 읽은 작가로는 주저없이 히가시노 게이고를 꼽을 만하다

그런 작가의 인생을 바꾼 작품이라니 궁금해졌고 한번 보고 싶어졌다


'고민에 하지마'로 잘못 읽히기 쉬운 작가 고미네 하지메는 '청춘추리소설'을 확립한 저자라고 한다

그러고보니 히가시노 게이고의 첫 작품도 고등학교가 무대였던 것이 생각났다

장르까지 있을 만큼 '청춘추리소설'이 번성했는지는 몰랐지만 제발 이 거창한 제목을 가진 소설에서 사건의 원인이나 결과 또는 주제와 관련된 것이 '이지메' 아니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은 있었다


건설업을 하는 부유한 집안의 외동딸 미유키의 장례식이다

미유키는 임신중절수술 도중 사망했지만

끝내 아이의 아버지가 누구인지 밝히지 않았다

대신에 그녀는 '아르키메데스'라는 수수께끼 같은 말을 남겼다



딸을 잃은 부모는 복수를 다짐하고 그녀를 임신시킨 사람이 바로 그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죽은 미유키의 사회생활범위는 학교와 집,친구관계 등 한정적이라 그 대상은 학교에서 찾을 수 있으리라 보였다


이때 학교에서는 또다른 사건이 생긴다

친구의 도시락을 낙찰받아 먹은 학생이 독극물 중독으로 병원으로 실려간다

독극물 도시락을 먹는 야규는 다행히 아주 적은 양을 먹어서 큰 문제가 없었지만 그 다음에 이어지는 사건은 바로 이 야규와 그 주변인물에게서 벌어진다

바로 야규 누나의 불륜상대남 다카야스가 실종된 것이다

마지막으로 그를 본 상대는 야규의 누나, 장소는 야규의 집

앞선 사건을 수사하던 형사들은 당연히 야규나 그 친구들의 연관성을 의심하지만

이 고등학생들이 사건 당시 수학여행을 갔다는 것을 알게된다

누나의 불륜남을 탐탐치않게 여긴 야규의 소행을 의심하지만 그에게는 확고한 알리바이가 있다

책은 마지막 장을 덮을 때까지 잠시도 지루할 틈을 주지않는다

에도가와 란포상 수상작은 일단 이런 면에서는 보증서를 달은 느낌이다


처음 걱정했던 '이지메' 에 관한 소설이 아니었으면 했던 바람은 기우였다

임신 중절, 독극물 중독, 실종, 살인, 밀실 사체 등등 온갖 난제가 나오지만 이지메는 없다

이 책의 아이들은 오히려 '건달들의 세계'처럼 의리로 엮여있는 사이였으며

이런 관계의 시작은 '아르키메데스'라는 영어 연극이었다


이 책이 좀처럼 만나기 어려운 걸작이라고 생각하냐면 묻는다면 선뜻 동의하기는 어렵겠지만

추천할만하냐고 묻는다면 기꺼이 그렇다고 대답할 수 있다


이 책은 출간당시 대단한 흥행을 했나보다

덕분에 작가는 <피타고라스 콩밭에 죽다>나 <파스칼의 코는 길었다>와 같은 그리스 위인 시리즈 제목의 소설을 연달아 내었으니 말이다

최소한 제목이 개성이 확실한 덕분에 읽은지 한참이 지나서 읽었는지 기억이 나지않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듯 하다





장례식은 딱 적당히 엄숙하고,딱 적당히 성대했으며, 딱 적당히 슬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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