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리코를 위해
노리즈키 린타로 지음, 이기웅 옮김 / 모모 / 2020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제일 처음에는 책표지가 확 눈을 끈다. 짙은 군청의(코발트 블루라고 하나?)의 앞표지 진한 붉은 색의 뒤표지  게다가 반짝반짝 광이 난다. 이른바 유광이다.

 

책의 띠지에 담고 있는 내용 또한 호기심 뿜뿜하게 한다

 

 

요리코는 누구일까?

"모든 것은 요리코를 위해"서 이고 "요리코 때문이었다"라는 문구도 궁금한데

앞면에는 내 딸을 살해한 남자를 죽였단다. 게다가 자살한다고 한다.

오호라,이건 아버지의 시선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리는 소설인가?

궁금증 게이지를 한껏 올리더니 책 속의 책인 아버지의 수기로 시작한다.

 

1989년 8월 22일  

요리코가 죽었다.

 

그렇게 시작한 아버지의 수기는 내 생각대로 아버지의 시선으로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을 그린다. 하지만 그것은 겨우 프롤로그였다. 심지어 아버지 유지의 수기는 본 내용과 다른 색으로 넣기까지 했다. 이건 말하자면 증거물 1호인 건가?

아이보리인 본 내용과 달린 수기 부분은 회색인 것이 책을 덮어도 확연히 구별되게 보인다.

수기의 내용은 정말 순식간에 읽게 되었다.

한가로운 여름방학 아침, 평화로운 공원에서 시체로 발견된 17세 여학생 요리코, 아버지 유지는 경찰로부터 지나가던 성범죄자의 범행이라는 말을 전해 듣는다. 사건을 단정짓고 수사하는 경찰의 태도에 불만을 느낀 유지는 직접 범인을 잡기로 결심하게 된다. 수기에는 날짜별로 아버지의 추적과정이 나온다.

이 수기를 다 쓰면 나는 약을 먹는다......

우미에, 이 수기는 당신을 위해 남기는 거야. .........

자 이걸로 끝내자.안녕,우미에. 나는 이제 요리코 곁으로갈게.

난 당신과 요리코 두 사람을 ,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우리 가족을 사랑해..

 

아내인 우미애에 죽은 딸 요리코에 대한절절한 가족애를 보여주는 유지의 수기는 이렇게 끝난다.

그리고 어렵게 찾아낸 범인을 살해한 후 아버지는 자살을 발견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유지의 자살시도는 행운인지 불행인지 실패하고 만다. 한편 경찰은 그의 방에서 한 노트를 발견하게 된다. 그 노트는 유지의 10일간의 추적을 적은 것이었다. 그리고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는 이 사건의 재조사 요청을 받게 된다.

 

 

작가 노리즈키 린타로는 처음 만나는 작가다.일본 신본격파를 대표하는 작가라고 하니 앞으로 기억해두고 찾아 보아야겠다.

<요리코를 위해>가 가족의 비극을 다룬 3부작 중 첫 작품이라니 다른 비극은 어떤 내용을 다룰지 궁금하기도 하다.

거기다 이 작품에 나온 탐정 노리즈키 린타로도 다시 찾아볼만한 매력이 있다.

이 작품이 린타로 탐정의 세 번째 사건이라니 그의 다른 활약상도 번역이 된다면 찾아보고 싶다.

이제보니 작가와 탐정의 이름이 같다.

순간 떠오른 앨러리 퀸

맞았다. 앨러리 퀸 에 대한 오마주란다.

노리즈키 린타로가 유명작가에 유명 탐정인 점, 그의 아버지가 고위 경찰인 것도 앨러리 퀸의 오마주

처음에는 이것까지는 좀.....했는데 나름 재미있고 납득이 되는 설정이 되어준다.

정말로 본격적인 내용은 3장이다.3장으로 넘어오면 아버지 노리즈키 사다오 경시가 내켜하지 않는 아들 노리즈키 린타로에게 사건을 맡으라고 종용하고 있다. 요리코가 다니던 명문 여학교 이사장의 사건 재조사 요청이 있었기 때문이다.유명 정치가의 여동생이기도 한 이사장은 진상보다는 유명탐정의 개입으로 본질을 흐리기를 원했으며 한편으로 학교가 입은 오명을 벗기 원한다. 다만 진상에는 관심이 없다. 유리한 결말을 원할 뿐이다.

하지만 탐정은 학교의 명예에는 관심이 없다. 진상이 궁금할 뿐이다. 그가 사건을 맡기로 한 것은 바로 니시무라 유지의 수기가 뭔가 석연치 않다고 생각해서 였다. 어느 부분에서 석연치 않다고 생각하는 지는 그의 수사가 진행되면 탐정 본인의 입으로 알게 된다.

절절한 수기를 보고 또 가족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요리코의 죽음이전에는 교통사고라는 비극을 겪었지만 사랑이 넘치는 가족이다.

자상한 남편이자 딸을 극진히 사랑하는 아빠이자 제자로부터도 존경받는 훌륭한 인격의 대학교수인 유지

아내 우미에는 교통사고로 심하게 다쳐 간병인이 없이는 몸을 제대로 움직일 수 없지만 여전히 사랑하는 남편과 딸과 행복한 가정을 유지하고 있다. 성공한 동화 작가이기도 합니다.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없어서 충분한 돌봄을 받을 수도 있다.

딸인 요리코는 원만한 친구관계에 명문 여학교를 다니는 모범적인 학생이죠. 하지만 보이는 것이 전부는 아니라는 말을 여기서도 되새기게 된다.

노리즈키 린타로는 먼저 요리코의 가족과 그 주변인물들, 의뢰를 한 학교 측, 담당 경찰,요리코의 친구들 등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사건을 추리해 나간다. 예상치 못한 사람을 만나는 장면도 있지만 목숨을 건 모험을 하거나 대단한 추적신을 상상할만한 그런 장면은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예상치 못한 인물을 강제로 만나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인물의 이면을 보기도 하는 등 그래도 차근차근 풀어나가는 재미가 쏠쏠하다.

먼저 읽은 분들이 후기에서 전혀 예상치 못한 사람이 범인이라는 강력한 힌트(?)를 준 덕분에 범인을 찾을 수 있었다.

사실 책의 내용에서 보여주는 단서는 범인 추리에 성공하기에는 조금 모자라다. 탐정의 추적과정을 보면서 우리와는 다른 일본만의 사고방식이 보이기도 한다. 의외의 인물인 가장 큰 이유도 이질적인 사고방식과 관련이 없다고 할 수 없다.

챕터가 바뀔때마다 나오는 <죽은 아이를 그리는 노래>의 일부분이 힌트일까 읽으며 요리조리 머리를 굴렀다.

책을 덮으며 보니 책의 앞면과 뒷면의 내용 그리고 띠지의 내용이 가장 큰 힌트다

세상을 뒤집어놓은 아버지의 수기, 그 속의 악몽 같은 진실!

목숨을 건 고백,

목숨을 건 거짓말...

그리고 가장 슬픈 살인이 시작된다.

앞면 띠지에서

하지만 범인찾기 만이 추리소설의 전부는 아니니까

사실 17세 소녀의 죽음으로 시작하는 서두는 요즘의 청소년범죄, 성범죄 등등을 떠올리게 해서 궁금증에 몸이 달았다. 그렇게 전부일 줄 알았는데 일부이고 제일 큰 단서이자 증거이기도 한 수기를 단숨에 집중해서 순식간에 읽었다. 그 다음은 그냥 소설에 몸을 맡기게 되었다고나 할까

내 생각과 다르다면 의외의 반전에 놀라고 내 생각과 같으면 스스로를 대견하게 생각하게 되고...

그것이 추리소설의 수수께끼 풀기의 묘미니까

 

 

1989년 8월22일
요리코가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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