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바라기밭의 리토르넬로 민음의 시 295
최문자 지음 / 민음사 / 2022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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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이렇게 자주 뼈만 남으면 색깔만 남으면 이렇게 자주 무덤덤해지면 이렇게 서로를 찾아가는
눈만 깜빡거리면

붉은 구름과
매일 우는 물새들도 여길 떠나겠지? - P24

추워지면 서로를 놓게 되는 꿈을 꾸고
다음 날은
누가
나를 뜨겁게 읽어 주겠다고 했지만
읽어 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는데 - P25

이름보다 이름 뒤의 우주가 얼마나 무거운지?
누구 이름 하나 지우기가 이렇게 눈물이 난다 - P26

이별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게 아닌데
우리가 포기한 사랑은 어떤 생물인가

사랑을 포기해도 얻어지는 세상은 없었지
그렇다고 꼬박꼬박 밟고 내려가는 계단 같은 것도 없고 - P38

한 번도 붉어 보지 못한 이 흰 꽃이라도 사랑해야지 사랑해야지 하면서 나처럼 물을 주고 나서 죽은 자들 모두는 흡흡거리며 각자 죽음의 언덕을 다시 기어오르고 있던 거야

공터에서
한 사람의 마음 이쪽과 저쪽을 돌아다니다가
죽음이
익명으로 숨죽이고 있는 나를 찾아내는 거야
등짝에 툭툭 별을 떨어뜨리는 거야 - P56

당신이 위태로울 때마다 나를 한 장씩 떨구듯
무엇을 찢을 때마다 내가 떨어져 뒹구는 바닥이 있어요
슬플 새 없이 죽을 새 없이 짧고 아프게 - P88

사랑의 엔딩이라면 무엇을 적실까? 나를 지우고 당신을 다시 쓰면서 뒷모습을 자주 잃어버리자. 미안해 따뜻한 도넛 같은 손목 두 개 이별 후에도 여태 여기 살아 있다. - P128

잠들어야 해 그래야 슬픈 세상이 사라져
사라지지 말고 별이 될까?
사랑에 빠지는 한 자세처럼 - P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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