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든 그 결과를 알았다면 다른 방법으로 했을 일들이, 수많은 시행착오와 돌이킬 수 없는 실수가 역사에 존재했다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살아오며 수없이 많은 실수를 했다는 것만으로도, 지금이라도 되돌리고 싶은 후회스러운 순간에 그 누구도 나타나 경고해주지 않았다는 것만으로도 이미 증명된 것과 같아.

꽃이 피는 순간을 기다려보았니. 꽃은 지켜보고 있으면 피지 않아. 아무리 그 순간을 포착하고 싶어도 꽃은 언제나 네가 잠시 한눈을 판 사이에 이미 피어 있지. 그건 네 관찰이 양자적 혼돈 상태를 안정된 상태로 만들기 때문이란다.

나는 0과 1 사이에 존재하기 때문에 같은 장소에 두 명이 있어도 문제를 일으키지 않아. 두 명이 모여 있어도 결국 높은 확률로 0이 되곤 하니까.
네 죽음을 기억해.
어린 내가 죽었던 것을 기억해.

시간여행기는 처음에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는 마음에서 생겨났을 거야. 늙은 사람들이 과거를 그리워하며 돌아보았기 때문에, 그 마음이 병을 만들고 시간선을 휘게 만들었을 거야. 이제는 어느 쪽이든 알 수 없는 일이 되고 말았지만.
지금도 네 죽음을 기억해.
내가 죽었던 것을 기억해. 아주 높은 확률로…….

사람은 모두 어느 정도는 확률적으로 존재해. 나는 어떤 확률에서는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어. 너도 마찬가지지.
우리는 독립된 존재라기보다는 어떤 파형, 장(場)이라고 불러야 할 거야. 지금 이 순간에도 끊임없이 주위와 원자를 교환하고 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그 몸을 구성하는 원자 모두가 다른 것으로 교체되지. 그러니 어쩌면 어린 시절의 나와 지금의 나는, 다른 사람이라고 불러야 할지도 몰라.
연인과 부부가 서로를 닮아가는 이유는 그들이 계속 서로의 원자를 교환하기 때문이야. 엄마와 너도 마찬가지야. 엄마의 몸에서 나온 원자가 다시 네 몸으로, 그리고 네 몸에서 나온 원자가 다시 엄마의 몸으로 들어갔지. 우리는 구별된 존재가 아니야. 모두 서로 섞여 있어. 같이 보낸 시간만큼 서로를 공유하고 있단다.

미래는 확률로서만 존재하고 내가 그 확률을 내 미래로 끌어들였다는 걸.

하지만 아무도 자신들의 시대에서 도망칠 수 없었어. 그들이 싫어했던 모든 것은 결국 그들 자신이 만들어놓은 것이었으니까. 그들은 자신들이 다른 시대에서 온 것을 기억하지 못했어. 시간의 흐름을 알지 못하고 시대를 읽지 못하고, 자신들이 떠나온 시간에 머물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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