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아의 문으로
구병모 지음 / 문학과지성사 / 2021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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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마야의 꿈 속에서만 존재하는 사람이란 걸."
누군가의 현재는 중단되고 미래가 지연되었다.

각종 꿈증상이 만연하고 증상에 시달리는 사람이 늘어가면서 일상이 침해되고 환자의 규모가 커지고 증사아에 관한 제보가 빈발하는 동안 사람들은 어느새 그것을 바이러스로 은유하고, 그 은유는 곧 만연한 인식이 되며 마침내 규정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꿈증상을 치료하기 위한 테라피, 심리상담센터, 치유사등등이 등장하게 된다.

그러나 그런 것들로 치유될 수 있을까? 읽으면서 그런 의심이 들었다. 꿈인지 현실인지 구별이 안가는 일상을, 주인공 진여와 마찬가지로 표면도 이면도 외면도 내면도 아닌 세계를 오가며 아슬아슬하게 하루를 버티어 내는 수많은 꿈증상자들이 지금의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일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자신의 삶을 되돌아볼 겨를이 없는 강력한 꿈의 세계를 거닐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니 말이다. 그조차 인식하지 못하고...

"이 도시 자체가 꿈과 현실을 구분할 수 없는 공간이 되어버린 것이다. 기술과 문명은 세계를 확장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뛰어난 능력과 효율성으로 오히려 세계를 압축하며.. 노동의 총량은 절대시간이 줄어들었다는 착각에 빠지나 실은 상시 노동상태와 다름없으며..."

SF적인 요소가 상당히 많은 소설이기도 해서 흥미로웠으나 조금은 어려웠건 것도 사실이다.

"내가 말하는 세계에 당신은 없고 나는 있다고 해서 그게 조금도 대단한 혜택을 받았다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있고 없고 그런것에 매달리지 않으시길 바랍니다. 인토를 떠나면 있음과 없음이 하나랍니다."

자기가 속한 세계속에 자신의 존재가 미명으로나마 존재하길 원하는 것은 인간의 욕망 중 하나가 아닐까 싶다. 그 또한 욕심일 수 있겠다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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