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한 조각
크리스티나 베이커 클라인 지음, 이은선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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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티나는 마음만 먹으면 뭐든 할 수 있는 아이지"

뒤틀린 다리의 기형으로 인해 언덕위 하손집안의 3층집에서 남동생과 늙어가고 있는 크리스티나의 집앞에 나타난 앤드루 와이어스의 그림은 집과 근처에 갇혀 지내던 크리스티나의 외적 모습뿐만 아니라 그녀의 내면의 힘도 세상밖으로 보이는 계기를 마련한 것 같다.

"굴욕과 통증의 위협에 끊임없이 시달리는 것, 노출의 공포를 느끼는 것, 

정상이 아닌데 정상인 척하는 것 지긋지긋해지면서 눈물이 터진다."

누군가에게 사랑받는 평범한 삶을 꿈꾼 쿠리스티나는 정해진 규격에 맞지 않는 평범하지 않은 사람이었다. 팔꿈치를 딛고서 몸을 앞으로 밀어가며 한시간 정도 걸리는 거리를 혼자서 간다. 땅바닥에 바짝 붙어서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귀뚜라미와 바짝 붙어서 자신의 거친 숨소리와 귀뚜라미 우는 소리밖에 들리지 않고 아예 걸을 수 없는 길을 간다. 아버지의 휠체어에 의지할 수 있었지만 그 존재를 아예 버리고서 말이다. 신체적 결함을 가졌기 때문에 사랑했던 사람도 그녀를 버렸고 스스로 외부의 도움을 거절하는 습관이 몸에 스며든 크리스타이지만 그녀를 진정으로 알아보고 그녀의 모습을 개의치 않아하는 벳시와 앤드루에게는 마음을 열고 그녀의 세계속에 들인것 같다.

"들판, 집, 지평선, 하늘"

그녀가 사는 곳이 곧 그녀의 세계였고 그 세계는 작지만 그녀의 온 생애를 다 담고 있는 큰 세계였다는 것을 앤드루는 본 것일 거다.

" 언제가 앤디는 내게 사실적으로 보이는 그의 작품 안에 비밀과 수수께끼와 알레고리가 숨겨져 있다고 얘기한 적이 있다. 아무리 추하더라도 사물의 본질에 다다르고 싶다고 말했다. 그가 내 안에서 무엇을 보았을지 깨닫는 게 두렵다."

"다른 사람 어느 누구도 보지 못한 걸 표현했네"

예술은 또 다른 예술을 낳게 하는구나
그게 예술의 상상력이란 끝이 없구나 싶다

크리스티나는 신체의 쇠고랑을 차고 살아왔다고 자신을 하찮게 여기지만 읽으면서 힘든 여정이 공감이 되면서도 어쩌면 평온한 듯하기도 하고 안정되어 보이기도 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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