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습니까? 믿습니다! - 별자리부터 가짜 뉴스까지 인류와 함께해온 미신의 역사
오후 지음 / 동아시아 / 202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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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음에 관한 문제에 직면하면 사람들은 합리성과는 멀어진다. 심지어 틀리다고 밝혀진 뒤에도 말이다. 이유도 없어진다. 믿음만이 남는다. 작가는 근거 없는 믿음을 통틀어 미신이라고 칭한다. 


<믿습니까? 믿습니다!> 속의 미신의 범주는 상당히 넓고 또한 근거 없는 믿음이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미신의 탄생에서부터 현대의 환상의 세계까지 다룬 것을 보면서 새롭게 알았다. 

과학이나 사상까지도 포함된다니 말이다. 


작가의 새로운 시각이 재밌었다. 농사도 미신이란다. 그것도 ‘인류 최대의 미신’ 농경을 한 이들은 근거없는 신념에 가득 차 있었단다. 더 나은 삶을 약속하고 지도자들 또한 더 나은 세상이 될 거라 믿었던 신념 말이다. 그리고 종교를 미신의 프랜차이즈버전이라고 하는 것도 재밌었다. 읽으면서 작가가 상당히 기발하구나 싶었다. 


황당한 믿음들도 있다. 서양의 미신 편에서 점성학을 바탕에 둔 의학술 중 사람의 몸이 차갑고, 뜨겁고, 건조하고, 습한 네 가지 체액의 균형이 맞아야 건강하다는 4체액설은 인체의 체액도 별자리 운행의 영향을 받는다고 주장한다. 증명할 수 없는 가설을 주장하는 것 아닌가?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이라는 종교(FSM)도 있다고 한다. 날아다니는 스파게티 괴물을 신으로 모신단다.

아~~~어찌 이런 종교에 빠져드는 것일까? 세례를 받았는데도 성당 근처에 가지 않고 있는 사람으로써 읽으면서도 계속 의심하고 기가 찼다. 


무릎을 탁 치며 웃게 되는 경우도 있었다. 동양은 상대적인 운명관을 가지고 있다. 세계는 하나이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기 때문에 절대적인 것은 존재하지 않을뿐더러 당연히 운명도 변한다는 것이다. 반면에 서양은 하늘과 땅을 분리하기 때문에 절대적 운명관을 가졌을 것 같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운명이 바뀐다고 해야 사람들이 더 자주 점을 보러 갈 것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운명이 변하는 것이어야만 예언이 틀려도 변명할 수 있지, 절대적이라면 변명조차 할 수 없을 것이 아닌가? 


처음에는 괜찮은 대안으로 생겨나 자체적인 논리와 철학이 강화되어 사상이 바탕이 되는 정치체제가 되고 지도자를 신성시하면 종교가 되는 것이다. 신성한 존재의 말은 법이 되므로 논리적일 필요가 없는 것이다. 나아가 현대는 가짜뉴스까지 맹목적으로 믿게 되었다. 대통령 취임식의 인원을 언론이 의도적으로 축소했다고 말한 미국 백악관의 대변인에게 왜 거짓말을 했냐고 하니까 그 대변인이 한 말은 이렇다. 

“자꾸 우리가 거짓말을 한다고 말씀하시는데, 우리는 거짓말을 한 것이 아닙니다. 대안적 사실을 제시한 거죠” 

와~~~ 진짜 쌈박하다. 기발하다. 

요즘 사람들은 자신이 믿고 싶은 대안적 사실을 더 잘 믿는다. 거기에는 맹목적인 믿음만이 있지만 자신들이 합리적이라고 믿는다는 것이 문제이다. SNS나 개인방송채널들을 통해 이런 믿음들은 널리널리 퍼져 나가고 있다. 


“믿음은 더 큰 믿음을, 무지는 더 큰 무지를”


“신보다 중요한 것은 신자이며, 점쟁이보다 중요한 것은 믿는 사람들이다.” 


인류의 역사는 종종 무분별한 믿음에서 비롯되었고 이 믿음을 바탕으로 무작정 뛰어드는 행동이 가끔 역사의 단계를 넘어가는 선택이 되곤 했단다. 앞으로도 그런 위기가 오고 신념의 도약을 해야만 하는 순간이 올 수도 있다. 이 때 무분별한 믿음에서 오는 용기가 역사를 만들어 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신이 역사에 수많은 흔적들을 남겼고 앞으로도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평소에 미신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믿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름 합리적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이 책에서는 그런 합리성과 미신을 믿는 것은 다른 것이라고 말한다. 나 또한 잘 풀리지 않을 때는 ‘한번 가볼까? 그냥 물어만 보면 되잖아. 좋은지 안 좋은지, 때가 되었는지 말이야.‘ 라고 생각해 본 적도 있다. 그런 점집이나 철학관에 대한 얘기가  있었으면 조금 더 재밌지 않았을까?


<믿습니까? 믿습니다!>는 우리가 믿게 되는 수많은 것들의 옳고 그름을 말하는 책이 아니라 진짜 잡학다식한 선생님이 술술 이야기해주는 느낌이 들어 쉽고 재밌었다. 

책은 역시 잘 읽히는 책이 좋다. 알쓸신잡의 오후작가버전인듯


"믿습니까? 믿지 않으면 우리 편 아닙니다"

그러니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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