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의 소년들
콜슨 화이트헤드 지음, 김승욱 옮김 / 은행나무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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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클의 소년들>


얼마전 ‘해리엇’이라는 영화를 봤다. 해리엇은 19세기에 미국남부의 흑인노예들을 구출해 내던 지하조직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를 실제로 이끈 실존했던 흑인여성이다. 그 해리엇이 <니클의 소년들>의 주인공 엘우드의 할머니 이름이었다. 몇 년전에 읽었던 콜슨 화이트헤드의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가 떠올랐다. 역사성이 있고 사회적 문제를 다룬 소설을 좋아하는지라 콜슨화이트헤드의 소설이라는 것만으로도 좋았다. 


살아서도 골칫덩이였지만 죽어서도 골칫덩이가 된 니클의 소년들, 부트 힐 비밀묘지 속 소년들이 발견되었다. 10센트짜리 댄스 걸보다 싸서 같은 돈으로 더 즐길 수 있었던 소년들이 말이다. 모두가 함께 겪은 어두운 시절을 확인하는 작업이 시작되었고 이제는 혼자가 아니었다. 


근면을 기본적인 미덕으로 여기며 벌새처럼 움직이며 일하는 할머니 해리엇은 호텔에서 청소부로 일하며 자신의 손자인 엘우드를 함께 데리고 다녔다. 그곳에서 엘우드는 글을 깨우쳤고 책 읽는 것을 좋아했으며 할머니처럼 성실함과 근면함이 몸에 밴 침착한 성격의 아이로 자랐다. 대학학비를 벌기 위해 방과후 일자리를 구했고 할머니 해리엇은 브라운 대 교육위원회 판결의 결과가 나오긴 했어도 자신의 가족 중 고등교육을 받길 원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 자체를 기적으로 여기고 엘우드의 대학진학을 꿈꾸며 허락한다. 엘우드는 자신이 일하는 담배가게에서 시사 잡지들에 끌리고 잡지들의 사진속에서 자신도 함께 흑인청년들의 연대에 참여하고 싶다는 열망을 키우게 된다. 

 엘우드가 진학한 고등학교는 건너편의 백인 고등학교 학생들이 쓰던 헌책 교과서를 받아 공부하는데 거기에는 무례한 욕이 쓰여있었다. 3학년이 되었을 때 새로 부임한 역사 선생님 힐이 마커로 교과서 속의 욕설을 지우라고 하는데 이에 엘우드는 상당히 흥분한다. 사실 힐선생님은 인종차별정책 철폐를 위한 운동을 하고 있었고 엘우드도 어느날 행진에 참여하게 되고 흑인의 지위향상을 위해 신문에 기고하는 등의 행동을 하게 된다. 

그렇게 시간이 얼마 지난 뒤 힐선생님은 동료가 일하고 있는 흑인대학에서 성적이 좋은 고등학생들에게 무료로 강의를 개방하는 정책을 엘우드에게 제안을 하고 엘우드는 이를 받아들여 가게 된다. 그 길을 떠나는 날 아침 하필이면 일찍 출발해 히치하이킹으로 차를 얻어타는데 그 차는 도난당한 차였고 그 차를 몬 사람은 검둥이였다. 

그렇게 니클아카데미에 가게 된다. 흑인이 훔친 차에 함께 있었고 엘우드도 흑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외관상으로는 담장도 없고 무성한 초록색 나무들이 있고 빨간 벽돌 2층, 3층 건물들이 있는 진짜 학교, 좋은 학교였다. 상상했던 무서운 소년 감화원의 모습이 아니라... 

흑인이라는 이유로 정당한 법의 심판을 받지 못하고 학교라 부르는 소년원에 들어가고 외관은 멋있는 모습을 띄고 있다는 설명만으로도 역설적이게도 그 안에서 차별을 겪을 것이고 폭력을 당할 것이라는 것을 상상할 수 있었다. 니클은 백인의 세계에서 살아가는 흑인소년이라는 의식을 더욱 강화시키는 곳이다. 화이트하우스라 불리는 곳에서, 백인과 흑인의 공간이 다르다는 것에서, 그리고 그곳이 결국 니클이라는 것에서 아이들이, 거기다 흑인 아이들이 겪었을 고통을, 지금의 시대를 살고 있는 내가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하는 것이 슬프게 느껴지는 책이었다. 분수에 맞지 않는 행동을 하면 벌을 받는다는 것이 해리엇의 원칙 중 하나였다. 그러나 엘우드의 법칙은 모두가 외면하고 묵인한다면, 모두가 한패이고 공범이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니클은 원칙 같은 것이 없다는 것, 상대가 누구든 무차별적으로 쏟아지는 악의가 존재하는 곳이었다. 


“‘내가 나중에 찾아가마.’ 학교 지하실로 내려가는 계단이 흔들거렸다. 테니스 신발 속의 내 발가락 사이에서 핏물이 철벅거렸어.” 


누구의 보살핌도 제대로 받지 못한 아이들이 모이는 니클이라는 곳의 사악함의 뿌리는 단순히 피부색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이 이런 곳에 오게 만드는 사람들이 문제였다. 교화의 목적이 아니라 돈이 목적인 곳이고 누군가의 사악한 감정의 해소가 필요한 곳이고 보호받아야 할 청소년들의 인권이 철저히 짓밟힌 곳이다. 이곳에서 나갈 수 있는 방법을 올바른 길을 믿으면 그 길이 해방으로 이끌 것이고 싸우면 세상이 달라질 것이라는 고귀한 명령에 따라 엘우드는 니클을 없애기로 하고 그곳의 비리를 고발하는 행동을 택하게 된다. 

결국 엘우드의 행동은 실패로 끝나고 화이트하우스로 보내지게 된다. 엘우드의 계획을 알고 있었고 쉽게 동의할 수 없었던 그와 함께 지역봉사를 하던 터너가 뒤늦게 엘우드를 구출해 함께 니클을 나가지만 총격에 죽게 된다. 


화이트하우스 너머 있던 비밀묘지에서 소년들의 시신이 다수 발견이 되었고 40,50년의 세월이 흘러 진실이 밟혀지려 하고 있다. 터너도 그 일에 나서려 하고 있다. 엘우드의 이야기를 들려줄 것이다. 

“내가 항의할 거야” 

하지만 세상은 침묵을 지켰다. 


<니클의 소년들>을 읽으면서 느끼게 된다. 아무리 인권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발전해 왔어도 여전히 어두운 곳은 있다는 것 말이다. 

<언더그라운드레일로드>보다는 서사적으로는 잔잔한 느낌이었지만 운동으로써 자신의 신념을 지키려는 소년의 처절함과 좌절이 더 뼈아프게 감정이 전해졌다. 그 시대보다 조금 흐른 시간 속에서도 흑인들은 차별받고 있었고 아직도 흑인의 인권은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있다라는 생각을 하고 사법정의가 흑인에게는 통하지 않았던 시대보다 나아진 시대를 살고 있나라는 의구심이 든다. 끝이 없다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된다. .나아졌다 생각하면 그것에 안주하게 되고 만족하게 되는데 또다른 문제가 있고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한 문제들이 세계 곳곳, 시대 곳곳에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 문제들을 인식하는 것에서부터 운동은 시작일 것이다. 


 “반드시 우리의 영혼을 믿어야 합니다. 우리는 중요한 사람입니다.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존재이므로 매일 삶의 여로를 걸을 때 이런 품위와 자부심을 잃지 말아야 합니다.” - 마틴루터 킹


세상에 대해 고민하게 하고 움직이게 하는 책, 참으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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