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병원에서 지내는 아인, 아톰, 율이 등의 아이들에 대한 내용도 적었는데
아톰이 기억에 남는다.
아파보이는 고양이를 길에서 발견한 보호자가 강한 입양의지를 보이고 치료를 진행했으나,
자신이 없어 병원에 입양을 부탁하여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격리 생활을 했고
완치 후에도 구석진 곳으로만 가려고 해서 걱정이 컸을 것이다.
다가와 주기를 2년간 기다려서야 저자는 ‘냐옹’ 소리를 들으며
손에 얼굴을 부비는 아톰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새하얀 윤기 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고
등과 얼굴에는 알록달록 갈색 털이 찍혀있었다.
작년에 만난 유월이가 생각났다.
유월에 만나 아기 고양이까지 이끌며 어엿하게 성장한 길고양이다.
저녁마다 차가 자주 다니는 길가 하수구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같은 자세로 가족 모두 나와 바라보곤 했다.
내가 만난 고양이 중에서 제일 작아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공개된 장소에서 무엇을 뚫어지라 쳐다보기 위해
그곳에 계속 앉아있기는 큰 고양이에겐 못 보던 광경이었다.
생존보다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어리고 귀여웠고 걱정이 많이 들었다.
간식도 밥도 가끔씩 챙겨주면서 사이가 가까워졌고 살가워지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먼저 다가오기도 했는데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지금은 터를 잡고
아주 가끔 아기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톰은 만화주인공 철인 아톰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자랐으면 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이름 같다.
유월이도 여름의 한낮처럼 생기 있게 지냈으면 좋겠다.
고양이와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의인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이 방법을 쓰고 싶다.
고양이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거다.
당연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개인주의이고
자신의 가치관과 예술적 교양을 아주 줏대 있게 잘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변인물들이 정말 징그럽게 괴롭힌다.
고양이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독특하고 까다로운 습성을 가졌다고만 생각한다.
본문에서는 고양이는 태어 난지 13주 이전에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사람에게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고 언급한다.
또한 안쓰러워서 길고양이를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어려움을 많이 겪곤 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고양이 마음 탐구 영역에서 집사 역량 중급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능했던 점수 같고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결코 고급 집사는 받기 힘들 것 같다.
내게 먼저 와준 고양이들이 생각난다.
거침없이 걸어와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들의 행동과 피하지 않는 눈을 보니 이 동네의 인심을 알겠다.
유월이를 보살피는 동네 이웃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