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고양이면 좋겠어 - 왜 그럴까? 어떤 마음일까?
나응식 지음, 윤파랑 그림 / 김영사 / 201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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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동네 사람들을 알고 싶다면,

그곳에 사는 고양이를 먼저 만나보라.’

라는 글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의 잘못은 부모에게서 오듯,

나는 세 살 아이에 불과한 고양이의 잘못은 함께 사는 사람에게 있다고 본다.

고양이의 감정 나이는 성묘가 되어도 사람으로 치면 세 살 정도다.

사랑한다는 것은 상처받을 수 있는 위험에 누구나 노출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타인이 아니더라도 어떤 생명과 함께 살아가면서 아무런 아픔을 느끼지 않고

아무 손상 없이 고스란히 처음에 느꼈던 애정만을 간직하고 있는 건 이상한 일이다.

그때는 관계를, 특히 그 속에서 만족을 느끼고 있는 자가 누구인지 의심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냥줍'

개인적으로 이 표현도 싫어한다.

‘주웠다’는 표현이 고양이를 존중하지 않는 것 같고 그만큼 책임감도 느껴지지 않아서다.

‘길에서 입양’이라는 표현이 좋을 듯 한데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지.

p. 49

저도 동의합니다...

‘냥줍’이라는 표현에 자신의 책임을 지우는 것 같아 불편했기 때문이다.

어떻게 함께 살아가야하는지에 관한 내용에 단순히 집사, 다묘가정을 위한 독자뿐만 아니라

길고양이와의 관계에 대한 내용도 다뤄주어서 좋았다.

양동이 이론에서는 반려동물의 스트레스를 물로,

반려동물이 참을 수 있는 정도를 양동이로 표현한다.

물이 한 방울씩 모이다 보면 폭포수만큼 많아질 수 있다.

단 한 방울의 차이로 물이 넘칠 수도 있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나이가 어릴수록 한계 지점까지 이르러 물이 넘치듯 스트레스가 폭발하기 쉽다.

만약 당신이 함께 생활하는 고양이의 연령대가 3~7주령이라면 특히 그렇다.

고양이를 크게 놀라게 한 적 있는가?

갑자기 깨물어서 고양이의 코를 때린 적이 있는가?

바빠서 고양이의 화장실을 제대로 관리해주지 못한 적이 있는가?

이 몇 가지만으로도 이미 양동이 안에 물이 찰랑거릴 정도로 가득 채워졌을 수 있다.

물이 넘치기 시작하면 결국 문제 행동이 시작된다.

p. 105

모든 관계에 갑자기라는 말은 통하지 않는다.

관심 있게 보고 있으면 대부분 정말 오랫동안 많이 참아주었다고 답하게 될 것이다.

작은 자극이 쌓여 겨우 수면 위로 드러났을 뿐이다.

애초에 고양이가 싫어하는 상황에 노출시키지 않는 배려가 중요한 것 같다.

이 부분은 사람과 비슷한데, 비슷한 점과 다른 점을 잘 파악하는 게 공존의 핵심인 것 같다.

예를 들어 고양이는 물을 본능적으로 싫어한다는 점을 들 수 있다.

오래 전부터 사막에서 살았었기에 물에 익숙하지 않다고 한다.

그리고 고양이의 경우는 5주만 되어도 스크래칭을 시작할 수 있고

모래를 선택하고 화장실을 가릴 수 있다는 점이 내가 느꼈던 가장 큰 차이였다.

애초에 대소변 교육은 존재할 수 없고 화장실 문제를 신경써주면

자연스럽게 스스로 관리한다는 점을 알고 우린 다른 종이 맞구나라는 걸 크게 느꼈다.

그 다음은 사람이 고양이에 대한 오해를 푸는 것이 뒤따라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양이 털로 기관지에 좋지 않거나 알레르기가 생길까 봐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특히 아이가 생긴 가정의 경우 파양까지 고려할 수 있다.

그러나 심장병 예방에 효과가 있는 연구 결과까지 있고

정확히는 고양이의 타액이 알레르기와 관련이 있다고 나와 있다.

따라서 자신이 알레르기가 있는지 없는지를 미리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애초에 고양이와 함께 살기 어려운 몸이라는 점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건강상의 문제를 넘어 관계에까지 영향을 미친다는 건 새로운 관점이었다.

행동의 변화, 마음의 변화는 건강상의 변화를 동반하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

특히나 통증을 동반하는 질환은 고양이를 예민하게 만들거나

공격성을 띠게 하거나 한없이 소심한 상태로 만들 수도 있다.

그러므로 항상 마음의 문제가 있는지 살펴보기 위해서는

건강상 문제가 없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다.

p. 133-134

애정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가장 큰 문제가 아닐까 싶다.

저자는 자신의 병원에서 지내는 아인, 아톰, 율이 등의 아이들에 대한 내용도 적었는데

아톰이 기억에 남는다.

아파보이는 고양이를 길에서 발견한 보호자가 강한 입양의지를 보이고 치료를 진행했으나,

자신이 없어 병원에 입양을 부탁하여 함께 지내게 되었다고 한다.

전염성이 높은 바이러스로 격리 생활을 했고

완치 후에도 구석진 곳으로만 가려고 해서 걱정이 컸을 것이다.

다가와 주기를 2년간 기다려서야 저자는 ‘냐옹’ 소리를 들으며

손에 얼굴을 부비는 아톰을 볼 수 있었다.

사진을 보니 새하얀 윤기 나는 털을 가지고 있었고

등과 얼굴에는 알록달록 갈색 털이 찍혀있었다.

작년에 만난 유월이가 생각났다.

유월에 만나 아기 고양이까지 이끌며 어엿하게 성장한 길고양이다.

저녁마다 차가 자주 다니는 길가 하수구 구석에 앉아 있었는데

1미터 정도 떨어진 거리에서 같은 자세로 가족 모두 나와 바라보곤 했다.

내가 만난 고양이 중에서 제일 작아서 눈길을 끌었다.

무엇보다 공개된 장소에서 무엇을 뚫어지라 쳐다보기 위해

그곳에 계속 앉아있기는 큰 고양이에겐 못 보던 광경이었다.

생존보다 세상을 호기심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어리고 귀여웠고 걱정이 많이 들었다.

간식도 밥도 가끔씩 챙겨주면서 사이가 가까워졌고 살가워지기 시작했다.

길가에서 우연히 마주치면 먼저 다가오기도 했는데

무사히 겨울을 넘기고 지금은 터를 잡고

아주 가끔 아기 고양이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아톰은 만화주인공 철인 아톰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씩씩하게 자랐으면 하는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담은 이름 같다.

유월이도 여름의 한낮처럼 생기 있게 지냈으면 좋겠다.

고양이와 사람이 느끼는 감정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반려동물을 의인화하는 건 위험하지만,

생각을 잘 전달하기 위해 이 방법을 쓰고 싶다.

고양이가 매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건 바로 이거다.

당연한 욕구를 가지고 있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은 개인주의이고

자신의 가치관과 예술적 교양을 아주 줏대 있게 잘 가지고 있다.

그런데 주변인물들이 정말 징그럽게 괴롭힌다.

고양이가 감정을 표현하지 않는, 독특하고 까다로운 습성을 가졌다고만 생각한다.

본문에서는 고양이는 태어 난지 13주 이전에 사람 손을 타지 않으면

사람에게 강한 공격성을 보인다고 언급한다.

또한 안쓰러워서 길고양이를 충동적으로 입양했다가 어려움을 많이 겪곤 한다.

어린왕자에 나오는 말처럼 '넌 네가 길들인 것에 대해 언제까지나 책임을 져야 하는 거야.’

고양이 마음 탐구 영역에서 집사 역량 중급을 받았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가능했던 점수 같고

고양이를 키우기 전까지 결코 고급 집사는 받기 힘들 것 같다.

내게 먼저 와준 고양이들이 생각난다.

거침없이 걸어와 곁에 자리를 잡고 앉는 고양이도 있었다.

그들의 행동과 피하지 않는 눈을 보니 이 동네의 인심을 알겠다.

유월이를 보살피는 동네 이웃을 만나기 시작했는데,

정말 고마운 일이다.


EBS <고양이를 부탁해> 프로그램으로 이름을 알린 나응식 수의사의 고양이 전문서적이다.

방송을 통해 여러 고양이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던 저자는

보호자들이, 사람들이 고양이에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다.

가장 기본적인 걸 쉽게 생각하지 못하고 넘어가게 되는데, 잘 짚어주신 것 같다.

당연하게도 200페이지 정도에 짧은 분량을 읽고 고양이를 이해했다고 보긴 어려울 것이다.

그럼에도 이 글을 읽고 과거의 내가 어떻게 동물을 대했는지에 대해 떠올리고 관계에 대해 고민할 수 있었다.

통제할 수 없는 것을 정리하려고 힘을 쏟기보다 무질서 속에서 사랑하는 법을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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