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모 비룡소 걸작선 13
미하엘 엔데 지음, 한미희 옮김 / 비룡소 / 1999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1.
근 이십수년만에 다시 미카엘 엔데의 모모를 읽는다. 오래 전, 이제는 기억도 가물가물하던 십대에 읽었던 <모모>는 꽤 감명 깊었던 것 같은데, 왜 그랬는지는 정말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그 책을 읽고 나서 너무 감동을 먹어, 나처럼 모모에 감동 먹은 어떤 가수가 부른 가요 모모를 흥얼대며 다녔던 기억만이 새롭다. 그런 기억을 안은 채, 아이의 책에 살짝 끼워넣어 주문한 <모모>의 첫 페이지를 열고, 한 줄 두 줄 읽어가며 과연, 내가 십대에 이 책을 이해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그 때-지금처럼 초 스피드가 판을 치지 않고, 돈이라던가 명예라던가 하는 것들에 현혹되지 않은 마음에- 이 책의 무엇이 나로 하여금 감동을 먹게 했을까하는 의혹이 일었다.

2.
“진정으로 귀를 기울여 다른 사람들의 말을 들어 줄 줄 아는 사람은 아주 드물다(맞다.정말 그렇다. 요즘에는 더더욱). 모모는 어리석은 사람이 갑자기 아주 사려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끔 귀기울여 들을 줄 알았다. 상대방이 그런 생각을 하게끔 무슨 말이나 질문을 해서가 아니었다. 모모는 가만히 앉아서 따뜻한 관심을 갖고 온 마음으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었을 뿐이다. 그리고 그 사람을 커다랗고 까만 눈으로 말끄러미 바라보았을 뿐이다. 그러면 그 사람은 자신도 깜짝 놀랄 만큼 지혜로운 생각을 떠올리는 것이다.”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 더구나 따뜻한 가음으로 온 마음을 열어 누군가의 말을 들어줄 수 있다는 것을 얼마나 귀한 일인가. 그런데 나는 언제부터인가 듣는 건 포기하고 내 말만을 하기에 바빴다. 한 마디라도 더 해야 내가 살아 있는 것처럼 조바심을 치고 살아왔던 것이다. 그리고 또한 나의 말을 귀기울여 들어 줄 줄 아는 친구 또한 그렇게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래서 더욱 외로운 것이 아닐까.

3.
“시간을 재기 위해서 달력과 시계가 있지만, 그것은 그다지 의미가 업다. 사실 누구나 잘 알고 있듯이 한 시간은 한없이 계속되는 영겁과 같을 수도 있고, 한 순간의 찰나와 같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이 한 시간 동안 우리가 무슨 일을 겪는가에 달려 있다. 시간은 삶이며, 삶은 우리 마음 속에 있다”

-이 진리를 아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 모모의 본격적인 이야기는 타인으로부터 훔친 시간으로 연명하는 회색신사와 그들에게 시간을 도둑맞으며, 오로지 시간을 절약하고, 그로 하여 점점 더 바쁜 생활과 돈, 명예 등을 추구하는 생활로 전락해가는 사람들, 그리고 시간을 지키기 위한 전사로서의 모모의 이야기로 전개된다.

책장을 한 장 한 장 넘기면서, 그래 과연 그랬어. 우리는 그렇게 시간에 쫓기면서 본연의 자신의 모습을 잃어가고 있었어, 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된다. 잠시 하늘을 올려 볼 시간조차 없는 이즈음의 우리 도시인의 생활을 돌아보라. 느리게 살기. 몇 년전부터 유행한 이 트렌드는 어쩌면 트렌드로 끝나서는 안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트렌드라함은 모름지기 일시적인 유행을 뜻하는 것이 아닌가. 인간이 자신의 참모습을 견지하면서 참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시간을 잘 쓰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일인가. 모모는 그런 사실을 우리에게 알려준다. 느리게 살기. 아니 제대로 살기. 이즈음에서 짧은 소감을 정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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