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쪽으로 튀어! 1 오늘의 일본문학 3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은행나무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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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쿠다 히데오의 두 작품-남쪽으로 튀어 vs 걸

 

독서 카페에서 이달의 추천테마로 붙은 성장소설이란 주제 아래

등장한 소설 중 일본소설 한 권을 읽어보기로 작정하고 오쿠다 히데오의 '남쪽으로 튀어'를 집어들었다.

베스트셀러 기피증에 일본소설 얕보기증세까지 나로서는 획기적인 선택이 아닐 수 없었는데,

사실 책꽂이에 기왕에 '남쪽으로 튀어'가 꽂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사실 일본소설의 지나친 가벼운 문체와 천박할 정도의 얕은 문제의식-주제,

혹은 지나치게 사변적이고 관념적인 주제 등이 나로하여금 일본소설은

읽은 만하지 않다고 여기게 한 것이 사실이다.

더구나 오쿠다 히데오란 작가는 '공중그네'라는 베스트셀러로

우리나라에 일본소설 붐을 일으키는 데 일조를 한 작가가 아닌가.

그래, 어디 얼마나 작품성이 있는가 한 번 보자는 기분으로

'남쪽으로 튀어'를 집어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본격적으로 작품에 들어가기 전에 책 날개에 쓰인 저자 소개를 보니,'휴먼 코믹' 운운 되어 있다.

이거 뭐야? 늘 그렇고 그런 일본 소설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수밖에.

 

드디어 본격적인 읽기 돌입. 

1,2권으로 나뉘어져 있는 '남쪽으로 튀어'를 완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요하지 않았다.

각각 서너 시간 정도면 완독할 수 있을 만하다.

이는 그만큼 쉽게 읽히는 문체라고 할 수 있다 .

그러나 나는 이 책을-이 작가를 최소한 '남쪽으로 튀어'에 한해서 볼 때(이렇게 규정하는 데는 뒤이어 읽은

'걸'에서는 약간 상반된 감정을 느꼈기 때문이다)-코믹 소설이나 성장소설이라고 규정한 데는 동의할 수 없다.

이 책을 덮으면서 난, 아 여즉 내가 만난 일본작가(사실 몇 되지 않는다. 무라카미 하루키, 무라카미 류, 요시모투 바나나, 요시다 슈이치, 에쿠니 가오리... 어라 이렇게 열거하고 보니 아는 작가가 꽤 되네^^) 중 하루키와 함께 꽤 무게감(문체가 아닌 주제 면에서) 있는 작가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사실 '남쪽으로 튀어'는 겉으로 보기에는 지로라는 소년의 성장소설 같다.

그러나 꼼꼼히 따져보면 국가와 반국가, 개발과 보존, 순수와 위선 등등의 현대적 가치관들이 충돌하는 지점을 익살맞게 그려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는 그 사이에 아노미적인 인간(아니 그의 어머니 사쿠라가 아노미적 인간일까?)이라고 할 수 있을 것같다.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주제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나간 솜씨도 감탄할 만한다.

 

이 작품을 읽고 출판사의 마케팅 포인트가 작품과는 너무 어긋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하게 했다.

오쿠다 히데오를 마치 가벼운 코믹 소설을 쓰는 작가인 것 처럼, 그래서 이 작품 역시 코믹 소설인 듯 홍보한 것은 좀 무리였지 않나 싶다. 그러다보니 지로의 아버지 이치로는 시대와 어긋나는 어릿광대처럼 보이는 것이 아닐까. 그야말로 이즘에 희생되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신만의 가치관을 꿋꿋이 지켜나가는 현대인으로서는 좀처럼 찾아볼 수 없는 캐릭터인데....

또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번역자의 역량, 아니 기본 자질까지 걸고 넘어가고 싶은 오역의 문제이다. 이 책의 역자 양윤옥 씨는 일문학 번역에서는 꽤 알려진 분이라고 한다. 그런데, 어떻게 일본 국가인 '기미가요'를 '애국자'로 번역했는지 정말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다. 번안소설도 아니고 이 책이 일본소설이란 것을 다 아는 상황에서, 아무리 쉽게 알아듣기 쉽게 하려고 했다고 해도 이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 아닌가. 화가 나는 부분이었다.

 

<남쪽으로 튀어>와 거의 같은 때와 나온 오쿠다 히데오의 또다른 작품이 <걸>이다.

<걸>이 책꽂이에 꽃혀 있던 것도 수개월이 지났는데, 이제야 이 책을 읽은 걸 이 책을 선물한 사람이 보면 상당히 섭섭해 할 일이지만 사실 그 제목부터 내 맘에 들지 않았다. 여자도 아니고 여인도 아니고 걸이라니....

그러나 <남쪽으로 튀어>를 읽고는 오쿠다 히데오의 다른  작품도 한 번 읽어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드디어 <걸>을 집어들게 된 것. 

사실 오쿠다 히데오의 통통 튄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문체의 정체성을 알게 된것은 <남쪽으로 튀어>보다는 이 책이다. 이 책은 일본에서 흔히 OL이라고 부르는 대졸 여사원들의 회사생활을 그린 연작소설이다. '띠동갑' '히로' '걸' '아파트' '워킹맘'의 다섯편이 함께 묶여 있다.

단 세 시간 정도면 독파할 정도로 가볍다. 그러나 오쿠다 히데오가 남성이란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여성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묘사해 놓았다. 일본의 회사 환경이 우리와 너무 비슷해서 그런지 고개가 저절로 끄떡여 지는 부분이 많다. 

그러나 <남쪽으로 튀어>에서 느껴지는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해부의식은 많이 엷어졌다. 물론 남녀차별의 부조리한 사회현실을 꼬집고는 있지만 다분히 흥미위주적 접근이 엿보이기도 해서 약간 실망했다고나 할까. 단지 사회의 부조림함을 아예 외면하고 있지는 않다는 점에서 위로를 받는다.  

 

두 책 공히 다루고 있는 주제나 시공간 배경이 매우 좁게 잡혀 있다는 것은 좀더 생각해 볼 일이고, 우리나라에 소개되어 베스트셀러가 된 <공중그네>는 아직 읽어보지 못했으니 단 두 작품만을 가지고 작가의 역량을 평가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일본작가(하루키를 제외하고)들의 읽고 실망한 것을 생각하면 분명 이 작가-오쿠다 히데오는 매력있는 작가임에는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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