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읽는 법 - 시와 처음 벗하려는 당신에게
김이경 지음 / 유유 / 201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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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새로 생긴 습관, 아니, 새로 만들려고 하는 습관이 하나 있는데 바로 매일 시 한 편을 읽는 것이다. 굳이 그 이유를 묻는다면 딱히 제대로 말할 수는 없고 그냥 '이제 읽을 때가 됐다'라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다. 여기 저기서 다양한 형태로, 하나 둘 씩, 그리고 점점 더 자주 시가 그 모습을 내 앞에 드러내었고 그것을 모른 척 흘려 보낼 수는 없었달까.
지금까지 내가 시를 읽지 않은 것은 이해할 수 없을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기도 했고 크게 관심을 두지 않은 탓도 있지만, 또 그것이 내게 말을 걸어오지 않았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앞으로 시가 내 삶에서 어떤 작용을 할지는 잘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 목소리를 가만히 들여다 보려고 한다. 여전히 '해석의 다양성'과 ‘듣고 싶은 대로 듣는 것' 사이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 의문이 남긴 하지만 어쩌면 그저 하나의 풍경을 보여주고 있는 것일지도 모르니까.

— 관성적인 움직임을 멈추고 다른 세상을 발견하는 거예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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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펜하우어 문장론
아르투르 쇼펜하우어 지음, 김욱 옮김 / 지훈 / 200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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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철학에 대한 관심 때문에 관련 책을 몇 권 읽어보면서 그의 이름을 본 것이 생각난다. 언젠가 한 번 읽어봐야지 하고 있었는데, 마침 내가 일을 그만두면서 직원 선배가 이 책을 선물해 주었다. 이 책의 내용은 그의 에세이 집 ‘여록과 보유’에서 사색, 글쓰기, 독서에 관한 부분만 역자가 추려낸 것이고 제목은 그것에 맞게 임의로 붙인 것이다. 분량도 그리 많지 않고 생각보다 어려운 편이 아니라 쉽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쉽게 읽을 수 있다고 해서 내용이 가볍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은 읽고 보고 듣는 것이다. 주업이라고도 말하기 부끄러운 그림 그리기나, 글 쓰는 것은 그보다 뒷전이고, 사색하는 것은 제일 뒤로 밀려나 있다. 받아들이는 것엔 익숙하지만, 만들어 내는 것엔 익숙하지 못하다. 사색하는 것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자꾸 피하게 된다. 내 방 청소하는 것도 힘들어 죽겠는데, 하물며 눈에 보이지도 않는 생각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제자리를 찾아줘야 한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사색하는 것은 세상 모든 활동 중 가장 힘든 활동일 것이다. 차라리 방청소 하는 편이 수월하다.

  

내가 주업으로 하는 그림 그리는 것을 그가 말한 글쓰기에 비교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표현하는 도구의 차이는 있지만, 어쨌든 무엇을 표현한다는 점에서는 다르지 않다. 그림을 그리기 위해 연필을 들고 스케치북을 마주하면 제일 먼저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은 ‘무엇을 그릴 것인가’다. 널리고 널린 게 그림 잘 그리는 사람이다. 그런데 왜 그들은 위대한 예술가로써 칭송받지 못하는 것일까? 반대로 어떤 사람은 점하나 찍어놓았을 뿐인데 역사에 길이 남을 화가로 칭송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바로 ‘무엇을’ 그렸는가 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무엇’은 그림에 표현된 대상이 아니라 그것이 담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사색 없이는 만들어 질 수 없다. 

  

그는 무조건적인 다독은 나쁜 버릇이라고 말한다. 무비판적이고 생각 없는 독서는 저자의 사상만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며, 결국에는 스스로 사색하는 힘까지 잃게 된다고 말한다. 공감하지 않을 수 없다. 나 자신만 봐도 충분히 알 수 있다. 창작은 물론이고, 독서라든지, 영화 감상이라든지 감상 후 그것에 대한 생각 없이 바로 다음 것으로 넘어가기 일쑤다. ‘내가 무엇을 느꼈는가?, ‘그 작품이 말해주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해 한 번 생각해 보면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는다. 요즘 사회 풍조는 책 많이 읽는 것이 아주 고상한 취미라도 되는 듯이 여기는데, 한 번 생각해 볼만한 일이다. 책도 텔레비전과 다르지 않다. 문자로 되어 있느냐 영상으로 되어 있느냐의 차이밖에. 내용에 따라서 책도 오락거리에 지나지 않을 수도 있다. 어쨌든 책을 통한 지식습득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온전히 내 것으로 만들지 못한다면 도대체 무슨 소용이랴. 더군다나 책의 내용이 행여 잘못된 것이라면?

  

그의 문체는 그의 고집스런 얼굴만큼이나 자신에 가득 차있다. 그 때문에 그의 말들이 옳게 여겨지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든 지금의 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대부분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적어도 내가 예술을 하기로 결정한 이상. 예술을 한다고 하니 왠지 웃음이 나오지만. 철학도 모르고, 예술에 대해서도 잘 모른다. 하지만 그 둘은 결코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철학은 정신적인 활동이고 예술은 그것의 표현이다. 과연 철학이 없다면 예술이 이루어 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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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의 시선 -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의 사진 에세이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 지음, 권오룡 옮김 / 열화당 / 200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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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사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사진작가가 있다. 바로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다. 사진에 관심을 조금만 가지게 된다면 아마 누구나 그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솔직히 사진에 대해서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어, 이러쿵저러쿵 말하긴 힘들지만, 그의 사진 철학만큼은 확실히 내 마음을 사로잡았다. '결정적 순간'이라는 그의 유명한 이 말 한마디로 그의 사진에 관한 모든 생각들을 압축할 수 있을 것 같다. 그 결정적 순간을 '이것이다!'라고 분명히 정의내리기는 힘들지만, 지극히 주관적으로 내 마음을 아주 강렬하게 움직이는 순간이라고 해석했다. 

 

그는 사진을 찍는 순간부터 찍은 후까지 사진에 인위적인 조작을 가하는 것을 일제히 거부한다. 그는 트리밍 -사진의 특정 부분을 잘라내는 일-, 심지어 필름의 검은 테두리도 그대로 나타냈다. 가진 것이라곤 겨우 필름 카메라 하나밖에 없는 나로서는 카메라 하나밖에 필요 없다는 그의 철학에 끌리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어떤 조명이나 설정도 필요 없이 카메라만 있으면 된다니.. 얼마나 매력적인가! 물론 좀 더 생각해 본다면, 물론 기본적인 카메라 조작법과 세계에 대한 끊임없는 관심, 세계를 좀 더 넓고 깊게 바라볼 수 있는 지식 또한 수반되어야겠지만 말이다.

 

어쨌든 그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면서 좀 더 많은 사진과 사상들을 알고 싶었다. 그렇게 해서 접하게 된 책이 바로 <영혼의 시선>이다. 다른 비싼 사진집들에 비해서 13,000원이라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이 마음에 들었다. 대략 100페이지정도 되는 분량이다. 하지만 아무래도 13,000원이라는 가격에 많은 양의 사진을 기대하지 말았어야 했나보다. 책은 생전에 사진, 여행, 친구에 관해 그가 쓴 에세이 몇 편을 골라 관련 사진과 함께 엮어 논 것인데, 각 에세이 별로 한 장의 사진 정도만 포함 되어 있을 뿐이다. 많은 사진을 보길 원한다면 조금 무리하더라도 사진집을 사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 그렇다고 책이 좋지 않다는 말은 결코 아니다!

 

분량이 그리 많지 않고, 내용도 그다지 무겁지 않기 때문에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었다. 이 책에는 여행을 하면서 만난 체 게바라나 피델 카스트로, 평소에 알고 지내던 알베르토 자코메티, 장 르누아르 -그 외에는 내가 잘 모른다- 등과 같은 아주 유명한 정치인들이나 예술가들에 대해 전문서적에나 나올법한 설명이 아닌 개인적인 시선이 담겨있어 흥미로웠다. 그리고 사진에 관한한 개인적인 에세이임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사진가들의 이정표가 되지 않았나 싶다. 무엇보다도 가장 깊이 느꼈던 점은 그가 세계를 매우 진지하게 관찰하는 예술가이면서, 동시에 그 세계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중 한명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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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n Little Fingers and Ten Little Toes (Board Boo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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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re Going on a Bear Hunt (Paperb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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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디오헤드 OK Computer - 1992~2017 라디오헤드 앨범 가이드
권범준 지음 / 여름의숲 / 201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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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제 그대로 라디오헤드의 데뷔 앨범 <Pablo Honey>부터 최근작 <A Moon Shaped Pool>, 그리고 톰 요크의 솔로 앨범까지 그들의 음악에 대한 설명과 제작 과정,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다룬 앨범 가이드북. 라디오헤드는 'creep'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고 매번 새로운 스타일을 시도하면서도 작품성과 대중성을 동시에 사로잡을 수 있었는데 그 이면에는 그들에게 영감을 준 많은 뮤지션들이 있었고 그것을 자기 것으로 소화하기 위한 그들의 피땀어린 노력이 있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은 스스로 해석하고 이해해야 겠다는 생각을 한지 13년이 흘렀고, 이제 내게 그럴 의지가 없다는 것을 깨닫고 있을 때쯤 이 책의 출간 소식을 들었다. 라디오헤드의 음악에 매력을 느끼고 더 그들에 대해 더 알고 싶은데 그럴 여력이 없다면 이 책이 그런 수고를 조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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