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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의 종말
제레미 리프킨 지음, 이희재 옮김 / 민음사 / 2001년 5월
평점 :
사람들은 21세기를 정보화 시대라고 부르지만 리프킨에 따르면 이것은 산업 시대를 인쇄의 시대라고 부르는 것만큼 협소한 정의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접속화 되어가고 있는 세상이다. 접속은 일시적으로 사용하는 권리다. 접속은 소유의 반대다. 사람들은 항구적으로 소유하기보다는 일시적으로 접속하려 한다. 리프킨은 앞으로 경제 생활에 대한 우리의 의식을 지배하는 것은 물건에 대한 소유가 아니라 서비스와 경험에 대한 접속이 될 것이라고 한다. 에어컨 자체를 사지 않고 에어컨 서비스를 받기로 계약을 맺는다는 것은 에어컨을 통해 얻는 경험에 대해서 돈을 지불한다는 뜻이다. 제품을 파는 활동은 체험을 파는 활동의 뒷전으로 밀려난다. 접속의 시대에는 사람들은 살아 있는 체험에 접속할 수 있는 권리 자체를 산다.
이제 소비자는 ‘내가 가지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지 않고 ‘내가 체험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라고 묻는다. 접속의 시대는 한 마디로 모든 인간 경험의 상품화가 가속화되는 시대이다.
이어서 리프킨은 접속의 시대로 인한 문제점도 지적한다. 인공 환경 안에서 보내는 시간이 점점 늘어나면서 우리의 삶 자체가 상품으로 바뀐다. 누군가가 우리를 위해 삶을 만들어주고 우리는 그것을 구입한다. 우리는 삶의 소비자가 되어버린다. 인간의 모든 경험을 상품화하는 새로운 자본주의가 실은 자본주의의 토대를 무너뜨리고 있다. 역사적으로 문화는 늘 상업에 선행했다. 상업은 문화의 파생물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사정이 바뀌었다.
인간 가치의 마지막 보류라고 할 수 있는 문화영역마저 상업 영역에 완전히 흡수당하게 되면 사회적 신뢰는 땅에 떨어지고 건강한 시민 사회의 기반은 완전히 허물어진다고 리프킨은 주장한다.
리프킨은 문화와 상업이 적절한 균형을 이룬 생태계를 복원시키는 일이 다가오는 시대에 우리가 해결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업이라고 결론짓는다.
사회 비평가이자 『노동의 종말』, 『바이오테크 시대』의 저자인 제러미 리프킨의 미래 진단서이다. 어렵고 두꺼워 읽기를 꺼리다가 읽었는 데 정말 후회없는 선택이라 생각한 책이다. 이해되지 않고 어려운 부분이 없진 않았지만 다가오는 우리 시대의 흐름을 살펴보고 또한 무엇이 문제점이며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설명해놓은 탁월한 책이다. 리프킨은 단편적인 현상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표면적으로 전혀 관련성 없어 보이는 현상들의 저변에 흐르는 조류를 날카롭게 파악한다. 리프킨의 혜안은 열성과 부지런함에서 나온다. 이 책을 쓴 데 6년이나 걸렸다. 350권의 책과 1천여 편의 논문, 5만장의 색인 카드와 약 2천개의 주석이 동원되었다. 이 책은 새로운 자본주의가 인류 문명에 초래할 수 있는 위기를 실감 나게 묘사하고 있다. 다가오는 시대의 조류를 파악하고 이해하여 이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꼭 읽어야 할 필독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