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랑이를 봤다 - 개정판
성석제 지음 / 문학동네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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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이 정지한 듯했다. 들리느니 자신의 숨소리요, 보이느니 자신의 코끝에 솟은 땀방울이었다. 짧다면 짧고 길다면 일생처럼 긴 시간이 지났다. 문득 나그네의 코끝에서 땀방울이 떨어졌다. 나그네는 참았던 숨을 내뿜으면서 느닷없이 웃음을 터뜨렸다. 아무것도 아냐, 아무것도 아니라구. 난 내 존재보다 더 강력한 사랑에 빠졌던 바보같은 사내라네. 지금 죽음을 찾아 길을 가는게 아닌가. 그러면서 무엇을 두려워하는가. 오오, 인생은 계속되는거야. 나그네는 자신의 모순을 즐거워하며 계속 웃어댔다.-77쪽

우리는 평범하고 지루한 인생을 참을 수 없어하고 우리 자신보다 강렬한 존재가 되고 싶어하지만, 그런 의지 또한 인간적이긴하지만, 그 의지가 물질화되어 우리를 영웅으로 만들어주지는 않는다. 우리가 인간인 한 평범하고 지루한 인생에서 우리는 완전히 벗어 날 수 없다. 초월하려는 것도 인간이고, 결국 세속으로 돌아오고야 마는 것도 인간이다.-95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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