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드랑이와 건자두
박요셉 지음 / 김영사 / 201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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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터가 참 많다.

그림으로 어떻게 돈을 벌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하던 게 미술부에서 아그리파를 끄적이던 나의 중2였다. 당시 최고의 폰은 옴니아 2 정도였으며, 온라인 커뮤니티는 해봐야 싸이월드나 다음 카페 정도였다. 10년이 지난 오늘., 텀블러와 인스타그램, 핀터레스트 BEHENCE . 그림을 그리는 작가들이 자신의 기량과 감성을 보여줄 수 있는 매체가 너무나도 많아졌고 그만큼 우리는 다양한 작가를 손안에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더 이상 우리는 어려운 그림을 해석해야 하지 않아도 된다. 지적 배경을 가져야만 그림을 소비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혹은 미술사나 표현기법을 배워야지 미술을, 미술관을 좋아한다고 할 수 있는 것도 안니다. 러프한 느낌도 아방가르드 한 느낌도, 그로테스크한 느낌도. 범 장르적으로 일러스트레이터 작가들이 사랑받는 것을 보면, '실질적 평등'을 향해 나아가는 우리 사회의 진행 정도를 볼 수 있지 않은가라는 생각도 조그맣게 그려보았다. 그래서 난 일러스트레이터가 늘어나는 것이 좋다.

 

근데, 일러스트레이터들이 정말 많다. yck F

나도 그림을 그리는 것을 좋아하는 한 사람으로서 계속해서 이 분야에 관심을 갖고 소비와 투자를 하는 중인데, 이번에 디노마드에서 주최하는 yckF 2018을 다녀오면서 마음을 정확하게 먹을 수 있었다. 일러스트 페어 등이 우후죽순으로 열리는 오늘에서 결코 쉽게 진입할 수 없는 분야라는 것을 느꼈다. 대략 어림잡아도 100분 이상의 작가분들이 yckF에 모였었는데, 내가 아는 분은 '이슬아, 집시, 푸름이, 604, 미스터두낫띵' 정도였다. 딱 네분을 알아보았고 나머지 분들도 고퀄리티의 작품 활동을 하시지만 다만 내가 모르는, 나만 모르는 작가분들이셨을 뿐이다. 게다가 모두가 다 다른 장르와 감성의 작품 활동을 하고 계셔서, 정말 하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금전적인 목표나 블루오션으로 보고 진입하기에는 바보 같은 선택일 것이라고 생각되었다. 한편으로는, 10억을 빚진 사람이 있다면, 빚쟁이가 아니라 그만큼 사업 수완이 있었던 사람으로 볼 수 있는 것처럼. 정말 많은 일러스트레이터들이 모여있는 저 시장을 보면서 수익성이 강하긴 한가?라는 생각도 한편에서 움직인다.

 

"내가 일제강점기에 태어나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여긴다." 본인이 독립운동을 했으면, 친우들의 정보를 난방 조금만 틀어줬어도 술술 불었을 것이라는 내용인듯하다. 전반적으로 책의 내용은 크게 모난 부분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지만 이 점에서 의아했다. 적절한 비유였는가? 건전한 표현이었는가? 나의 알량한 지식과 부족한 표현능력으로 이점에 대해서 내가 느끼는 바를 명확하게 쓰지는 못하지만, 독립운동가분들과 당시의 어두웠던 사회에 대해서 이렇게 우스갯소리로 비유를 해도 되는 것인가?.. 이 부분은 분명 꼬집힘을 당할 수 있는 표현이고 작가님이 좀 더 조심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지하철이 나를 퉤- 하고 뱉어내고 떠나갔다.“ 에세이를 읽는 것은 어쩌면 이런 간질간질한 표현들에 작은 미소를 띄는 나를 보기위해서이지 않을까.

 

"방귀를 내뱉는 장면과 마주했다. 우연히 생명의 탄생을 목격한 기분이다. 그렇게 대단한 걸 내놓은 것에 비해 너무나도 의젓한 아저씨의 태도는 감탄스러울 정도,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니다.“

 

"여행은 돌아온 시점부터가 시작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불필요한 기억들은 다 떨어져 나가고 좋았던, 혹은 인상적이었던 기억들이 서로를 끌어당겨 결국엔 완벽한 하나의 아름답고 단단한 여행으로 남는 것이다. 그러고는 그 기억의 무늬를 하나하나 더듬으며 마음껏 탐하다 지루해질 즈음에 다시 떠남으로써 비로소 여행은 아무리 된다. 어쩌면 여행을 떠난다는 행위 자체는 거대한 여행과 여행 사이에서 잠시 쉬어가는 것에 지나지 않는 건지도 모르겠다."여행이 주가 되고, 비여행적 삶은 중간 정류장에 불과하다. 여행은 돌아온 시점부터가 시작이다. , 여행은 시작과 과정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돌아와 사색함에 그 의미가 있다는 것. 책을 읽는 것도 동일하다. 책을 고르고 구입하고 혹은 빌리고 읽는 일련의 과정은 사실 가치를 생산하지 못한다. 책을 읽고, 영화를 보고, 친구를 만나고, 음악을 듣고, 여행을 가고. 이런 모든 행위는 결국 '사유함을 통한 내적 가치를 남기는 것'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책과, 영화, 여행 등은 하나의 일에서 분화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뭘 그려야 할지 멍하니 생각하는 시간이 좋다. 생각을 제어하지 않고 머릿속을 가만히 부유하게 내버려 두면, 몇 번이고 그림을 완성하고 무너뜨리는 것을 반복한다. 이거다 싶어서 그림을 그리면 생각과는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오는 것도 재미있다. 계획을 완벽하게 짜서 진행해야 하는 클라이언트 일보다 이쪽이 훨씬 재미있는 것은 조금 더 놀이에 가까운 행위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오늘은 일을 때려치우고 낙서나 실컷 하고 싶지만 꾹 참아야지. 누가 시간을 돈으로 살수 없다고 했나. 나는 시간을 벌기 위해 일하고 있다. 그림 그릴 시간을 벌기 위해 그림을 그리고 있다니." 낙서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주는 비생산적이고 낭비적인 이미지는 이제는 없어져야 하지 않을까. 사회가 원하는 교육, 형식 등의 틀에 맞춰진 시간 동안 우리가 현실도피를 하기 위해서 가장 쉽게 하는 행동이 낙서였을 것이다. 그저 아무 생각 없이 혹은 얕은 생각의 면을 따라 손 가는 대로 마음 가는 대로 반무의식상태로 그림을 그려가는 행위의 낙서. 어쩌면 가장 가감 없이 내면에 존재하는 것들을 빠르고 부드럽게 토해내는 방법일지 모른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볍게 읽기 좋은 책

에세이는 보통 작가가 단편적으로 가지고 있었던 메시지들을 한데 모아서 출간하는 경우와, 자신의 삶이나 가치관에 대한 튼튼한 통찰을 거대하게 집대성하는 경우가 있다. 이 책은 전자에 해당하는 책으로, 가끔씩 뜨문뜨문 읽기 좋은 책이다. 다만, 어떤 큰 감명을 받거나 감동을 받을 가능성을 높지 않을 것 같고, 평소 일러스트레이터들은 어떤 생각을 하는지(그들의 일상적이고 인간적인 모습) 혹은 박요셉 작가의 팬이라면, 박요셉 작가에 대해서 궁금하다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다. 작품집이 아니기에 그의 그림은 많이 담겨있지 않았지만, 그에 대해서 처음 접하는 우리들을 위해서 분명 작가 자신뿐 아니라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알릴 수 있는 매 채가 되었을 텐데 그 점을 활용하지 않은 것은 아쉽지만 그만큼 글에 집중하고 싶었던 작가의 마음 같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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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 - 빅뱅부터 2030년까지 스토리와 그래픽으로 만나는 인류의 역사
김민주 지음 / 김영사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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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와는 먼 사람이다. 

중고등학교 시절 당연하다는 듯이 이과를 선택했고 간단한 한국사 외에는 아무것도 아는 것이 없다. 십자군 전쟁이고 마야문명이고 심지어는 한국사조차 사실상 구체적인 부분들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대학생이고, 나름의 사유와 철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 첫 번째 시도로 역사 공부를 했다. 어쩔 수 없는 '공부'에 익숙한 사람이라 한국사능력검정시험에 도전하는 것으로 그 물꼬를 텄다. 그 연장선상에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가 있었다. 세계사는 정말로 아무것도 모른다. 저 사람이 어떻게 저 학교에 다니고 있지? 싶은 수준으로, 정확히 딱 그 수준으로 모른다.


그렇기에 오히려 세계사가 더 접근하기 어려웠는지 모른다. 역사라는 것 자체가 마니악 한 느낌을 가지고 있음이 분명하며 배경지식이 너무 부족해서 도무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감조차 잡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트렌드'로 읽는이라는 매력적인 주제를 선정해서 세계사에 접근하기 쉽게 한다는 큰 포인트를 가지고 있었다.


내용적으로는 다양한 인 문학서와 역사서, 과학서를 집대성한 책이라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70여 개의 주제를 역사의 기본 분류인 선사, 역사, 고대, 중세, 근대의 시간 순서대로 이야기한다. 최근 학교에서 '우주'에 대한 강의를 들으면서 상대성이론과 암흑물질 등에 크게 힘들어하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도 우주사에 대해서 언급해 반가웠고 "세계사 라고 했는데 이 책이 과연 어디까지 얘기하려는 걸까?"라는 호기심도 갖게 하였다. 닫힌-편평한-열린 우주에 대한 학설의 이야기를 강의보다 편하게 들을 수 있었다. 다만, 천문학이 조건 하나하나가 워낙 중요하고 글자 하나에도 모든 것이 틀린 내용이 될 수 있을 정도로 오차 범위가 좁고 예민한 학문으로 알고 있는데, 작게나마 천문학에 대한 이야기를 꺼낸 것에 대한 천문학과 교수님들의 반응이 궁금하다.


이 책의 가장 큰 강점 중 하나는 단연 저자의 '문화'적 소양의 공유일 것이다.
단순히 세계사에 대한 내용을 제공하는 것뿐 아니라, 하나의 강의처럼 저자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를 뒷받침해주고 함께해주는 여러 문학 작품과 masterpiece들을 소개해, 독자로 하여금 하나의 책을 통해서 더 넓은 이야기를 습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다는 것이다. 이는 책이 독자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가치인 '사유할 거리의 제공'을 뒷받침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책이자, 책을 통해 다른 매체를 엮어서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는 'platform'으로써의 '김민주의 트렌드로 읽는 세계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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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코미디 (황니에디션) - 유병재 농담집
유병재 지음 / 비채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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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블랙 위트 


허술해 보이는 외모와 후줄근한 옷차림의 남자.
하지만 의외의 고학력자이자 화려한 경력의 소유자.
대한민국 공인 남성 중 거의 대표적으로 페미니즘을 공공연하게 지지하는 남자.
페미니즘뿐 아니라 퀴어 및 꼰대 문화에 대해서도 자기주장을 펼치는 사람.

이처럼 유병재라는 사람을 수식하는 말들은 참 많다. SNL이라는 TV프로그램에서 그를 처음 본 것이 얼마 되지 않았는데, 그는 어느새 YG와 계약하고 스탠딩 코미디쇼, 굿즈, 여러 권의 책을 낼 정도로 순식간에 스타가 되었다. TV로는 그를 이미 많이 접했지만, 그가 도대체 어떤 생각과 가치를 가지고 있기에 SNL 작가라는 직업에서 여기까지 오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그래서 NETFLIX를 통해 그의 스탠딩 코미디 쇼를 보았고 그가 가진 가치관과 신념에 대해서 간략하게 엿볼 수 있었지만 스탠딩 코미디쇼의 특성상 자신이 하고 싶고 가지고 있는 이야기 중에 관객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는 자극성이 높은 소재로만 작업하기 때문에 이야기의 주제가 계속 빙글빙글 도는 단점이 있었다. 자신의 이야기를 가장 일방적이고 적극적으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책이라 생각하였고 그렇게 유병재 '작가'의 책을 읽게 되었다. 책은 간단한 시들의 모음으로 구성되어있었다. 시집을 자주 읽는 편도 아니고 일회성이 짙은 작품을 옴니버스든 병렬형이든 드르륵 배열해버리는 것을 좋아하지 않기 때문에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은 최악의 책이었다.) 이 책의 구성을 본 순간부터 아쉬운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하지만, 생각보다 한 페이지 한 페이지에서 유병재의 담담한 생각들을 알 수 있어 좋았고,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는 '시'이기 때문에 오히려 독서의 속도를 유동적으로 조절해준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돌아왔다.

"변비

똥이 안 나온다.
난 이제 잘하는 게 하나도 없다.

책을 읽기 이미 전에 SNS에서 읽은 구절이었다. 시인이라고 하기에 하상욱스럽고, 엄청난 인사이트를 가지고 있다고 하기에도 부족한 느낌이지만, 그가 말하고자 하는 어떤 대상에 대해서 꼬집는 능력은 분명한 것 같다. 특히 그의 작품에는 똥과 관련된 것들이 많은데 이는 가장 근본적 웃음의 포인트이면서 공감이 용이한 소재이기 때문에 점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요인 중 하나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과소비

많이 쓰는 것이 아니다. 적게 버는 것일 뿐이다."

절약이 중심이었던 과거의 세대에게 소비의 미덕과 오늘의 행복을 강조하는 우리 세대의 모습은 답답해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 때는 말이야 라테는 말이 야로 대부분의 이야기를 시작시키는 이들의 이야기는 이미 '조언'의 영역을 벗어났기에 가볍게 귓등에 쌓아두기로 한다.  

이 구절을 나는 한 번 더 꼬집어 보기로 했다.

"적게 버는 사람인 것이 아니다. 적게 받는 것이다."



언제까지 문제는 젊은이에게 있는 건가?
약자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시키는 사회는 이제 변화하고 있는 것 아니었나?

피해자가 야한 옷을 입었기 때문에
피해자가 잘못했기 때문에
피해자가 충분히 거절하지 않았기 때문에
.
.
?

언제까지 문제는 와 책임은 약자에게 있는가
"편견

한국 여자는 이렇다는 둥
어떤 지역 사람들은 뭐가 문제라는 둥
한 집단의 특성을 단정 짓는 사람들의 특징은
주변의 몇몇 사례만 가지고 굉장히 쉽게 판단해버린다는 바에 있다.

진짜다.
내 주변에 보니까 다 그렇던데."

내가 제일 충격받은 최근의 드립 중의 하나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것은 두 가지이다. 첫째는 인종차별이고, 둘째는 흑인이다."
.
.
네?
"러닝머신을 사려다가 

단념했다.

뛰러 나가는 게 귀찮아서 사는 건데
뛰는 게 안 귀찮을 리가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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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문학 - 색깔에 숨겨진 인류 문화의 수수께끼
개빈 에번스 지음, 강미경 옮김 / 김영사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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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색채심리학을 비록해- 색에 대해 관심이 많다. 그 어릴때부터 그림을 좋아했고 그려왔던 습관때문인것 같지만, 지금에서 내가 색을 좋아하는 이유는 어떤 요소보다 색이 가진 절대적 힘을 믿기 떄문이다. 모든 디자인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것이 색이다. 어떤 식으로 기획하고 마감을하고 디자인을 했는지도 물론 중요하지만, 결국 그 제품의 마침표를 찍는 것은 색이며, 어떤 요소보다고 우리에게 빠르고 강렬한 자극으로 다가온다.

스타벅스, 롯데리아, 삼성을 생각해보자. 그들의 사업적 미션-목표-대표제품이 생각나는가? 아니라면, 그들의 브랜드 컬러가 가장 먼저 생각나는가?


/

색의 고전인 에바 핼러의 '색의 유혹 1, 2’을 읽었고 그외에도 각종 색채 심리학과 컬러마케팅 책을 왕왕 읽는 편이다. 

그래서 '색color'관련 책을 몇권 읽어본 입장에서 - 어떤 책보다 이미지가 잘되어있어서 좋았다. 한페이지 한페이지의 종이 자체의 두께가 일반 책보다 훨씬 두꺼웠는데, 아마도 사진을 양질로 출력하기위해서 그런 것 같았고 빡빡해서 넘기는 손맛까지있었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은 대부분 오래된 책으로 고화질 사진 출력에 익숙하지 못한 기술력 때문인지, 대부분 글로만 색을 설명하려다보니 아무래도 이해도 잘 되지않고 받아드리는데 한계가 있었는데, 그런 불편함은 느낄 수 없었다. 또한 올해 초 발행된 책으로 색에 대해서 다룬 책들은 대부분 1990년대나 2000년대 초에 몰려있는데, 비교적 신간으로서 최근의 색채 사례들을 보여주고있어 좋았다. (다른 책들은 내가 태어나기도 전의 브랜드들을 사례로 들곤하는데, 그럴때면 책에서 생각이 멀어지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엇따.)

책의 구성은 각각의 색에 대해서 병렬적으로 보여주고 각각의 섹션에서 색이 가졌던 하나하나의 의미를 소섹션으로 다시나누어 보여준다. 섹션의 내용이 길게는 2페이지 짧으면 1/3페이지로 구성되어있어 책을 읽는데는 부담이없었고, 필요한 내용을 골라 읽기에 좋은 구조로 되어있어 간단한 교과서로서도 이용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다만, 이 점이 누군가에게는 '파편화'되어있는 내용의 집합으로 느껴질 수 있을 것 같다. 예를들어 빨강이 1,2,3,4,5 ... 의 의미로 어떻게 사용되었고 각각의 유래는 무엇인지를 설명해주는 과정이 병렬적으로 전개되다보니 글을 물흐르듯 부드럽게 읽는 것은 어려웠다.

"일반적으로 인정되는 무지개색은 시대와 문화에 따라 변화를 겪어왔다."
빨주노초파남보라고 배운 무지개색은 사실 그 경계의 모호성을 가지고있기 때문에, 시간과 문화의 변화에 따라서 경계를 다르게 나누었다고 한다. 언젠가 나도 무지개색의 경계를 다르게 지칭하는 시대를 겪을 수 있는 세대일까. 

"뉴턴과 괴테 : 뉴턴은 과학자로서 빛으로서의 색을, 괴테는 색체학자로서 색의 색을 연구했고 빛의 삼원색과 색의 삼원색으로서 둘의 의견은 충돌해 괴테가 뉴턴을 비난했지만, 결국 둘의 의견 모두 맞았다."

"주황색은 유럽에 오렌지가 전해지기 전에는 아예존재하지도 않았다. 그전에는 주황색물체를 황금색 또는 금색으로 묘사했기 때문에 주황붕어가 아니라 금붕어가 된 것. 토마토의 경우에도 황금사과라고 불렸다."
금붕어라는 단순한 이름에도 이런 의미가 숨겨져있을 줄 누가알았을까. 이 책을 접하지 않았다면 알수있었을까? 색이란 것은 이래서 더 재밌는 것같다. 그 색은 그자리에 멈춰있는데 빛이 와서 그 색을 다르게 보이게하고, 우리는 또 시대에 따라서 다르게 인지한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있는데, 색은 변화해왔다.

"우리의 색채인식능력은 각자가 물려받는 유전자와 어느정도는 관련되어있다. 하지만 그보다 문화적 차이가 더 중요하다. 지금까지 우리 사회가 색깔을 사용해온 방식에 영향을 받는다. - 우리가 보고있는 색깔은 사물을 묘사할때 사용하는 단어에 영향을 받는다."
색은 결국 문화적 차이에서 기인한다는 말은 색은 본디 존재하는 것이 아닌, 만들어지는 것이다. 제자리에 언제나 존재하지만, 그것을 지칭하고 명명했을때 비로소 만들어진다. 김춘수 시인의 <꽃>이 생각난다.  더 많은 이름을 지어주고 더 많은 이름을 불러주자. 수많은 색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더 아름다운 세상을 볼 수 있을 테니까.

"4형색각 : 망막 원추세포가 여분으로 하나 더있어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이 아주뛰어남."

"신비한 드레스 - 파랑검정 이냐 흰색금색이냐
우리뇌는 눈이라는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해석하는데, 이것은 우리가 있는 공간의 빛, 채도, 주변 색과 이미지의 선명도에 영향을 받는다. 배경에 주변 색이 거의없고 전체적으로 흐릿한 편이라우리의 뇌는 추측을 해야한다. 드레스가 빛에 휩싸였다고 판단한 뇌는 그결과 색을 어둡게 만들어 드레스 색을 파랑과 검정으로 인색했다. 그러나 몇몇은 그늘이 드리웠다고 판단했고 드레스에 빛을 비추는 방법으로 그 간극을 해소햇으며, 그결과 흰색과 금색으로 인식. 즉, 방안의 빛에따라 어떤 사람들의 인식은 한쪽에서 다른쪽으로 변하기도 한다."

"예술에서의 색의 의미는 무엇보다 색들의 결합과 그 색들이 서로에게 미치는 영향이라고 할 수 있다."

"혁명의 빨강 : 빨강하면 가장먼저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정치적 좌파, 즉 사회주의와 공산주의와 혁명의 피이다. 이는 군함들이 죽기를 각오하고 싸우겠다는 의미로 빨간색 깃발을 달던 중세에서 시작되었다. - 예로부터의 거절,저항의 의미를 표현하는 색. "

"빨간날의 유래 : 기원은 로마 달력이 중요한 날을 빨간색으로 표시했던 것에서 출발한다. 대문자와 중요한 단어를 빨간색으로 갖오하던 중세 유럽에서 다시 부활해 인쇄기의 발명이후에도 계속 이어졌다."
그러니까 대한민국아! 중요한날좀 지키면서 살자. 빨간날은 좀 쉴수있게!!

"불교도와 하리크리슈나 그리고 주황 : 불교 승려들이 입는 법복은 겸양과 소박함을 상징한다고 알려져있지만, 사실 주황색 자체에는 특별한 의미가 없다. 타이의 초창기 승려들은 바라밀나무 심재에서 얻는 주황색 염료가 지천에 널려있었기 때문에 이 색을 선택했다. "
생각치도 못한 금붕어의 주황색과, 빨간날의 유례등 신기한 근거들을 많이 만날수있었지만, 이렇게 의외로 의미가 분명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 색에 아무 의미가 없는 경우도 있다. 이는 평생 참선을 위해 절제의 삶을 살아가는 승려에 대한 이미지에서 일반화가 아닐까. 우리가 백의민족이었다고 그 자존감을 나타내는 것처럼. (사실 백의민족이었던 이유는 가난으로인해 염색약을 살 돈이 없었기 때문이라고 한다.) 

"우리는 우리의 색을 바라보는 시각이 보편적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실제로 이런 시각 대부분은 문화적 전승의 결과이며, 그러한 시각은 시간이 지나면 얼마든지 바뀔수있다. 다시말해 우리의 색 인식은 문화의 우연한 산물일 뿐이다. 이책은 피, 불, 순결, 죽음, 삶을 상징하는 특정색의 영원한 의미에서 벗어나는 순간 나머지 색도 눈에 들어온다는 점을 보여주려 했다."

색에 대해서 많이 아는 사람이나, 책을 두세권이상 읽은 사람보다는 색채심리학, 컬러리스트 등에대해서 관심이 많고 색의 유례와 세계사 속에서의 색 같은 분야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이 읽으면 좋을 것 같아 그들에게 추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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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마가 짧기 때문이라고요? - 유럽에서 중동, 아시아까지 성평등을 위한 카투니스트들의 외침
카투닝 포 피스 지음, 김희진 옮김, 엘리자베트 바댕테르 서문 / 김영사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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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봤던 ted 연사 중 한명이었던 유명 제품디자이너가 한 말이 기억난다. “디자이너로서 가장 첫번째로 해야할 일은 익숙함으로 부터 멀어지는 것이다. 익숙한것을 어색하고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수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디자이너가 된다.” 정확하게 기억은 안나지만 이런식의 말이었다. 익숙함으로 부터 멀어지는것. 가장 어려운 일중 하나이다. 

어쩌면 '페미니즘'도 이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디자인의 일종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대한, 문화에 대한, 젠더에 관한 디자인”. 남성과 여성의 대립으로서 붉어진 현재의 모습이 여성때문일까? 페미니즘때문일까? 아니면, 우리가 고리타분하게 보수적생각만 가지고 기존의 '익숙함'에서 탈피하지 못해 관성적으로 거부하고있는 것은 아닐까. 우리는 모두 디자이너가 되어야한다. 디자이너가 되어야한다고 생각할 때 비로소 디자이너가 된다.

페미니즘에 대해서 공부하고 싶었다. 하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온라인상의 자료를 크게신뢰하지 않기때문에 서적으로 나오는 책을 손에 쥐고싶었고, 많은 글이 아닌 카툰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그런 내게 좋은 시작점이 될 것 같았다. 고개를 끄덕이면서 읽을 내모습을 상상하며 첫 장을 펼쳤지만 이내 분개하고 또 분개했다. 페미니즘같은 조심스럽고 예민한 문제를 다룰때만큼은 적어도 이성적이었어야한다고 생각하는데, 책을 읽어가면서 현재까지의 여성의 삶을 자연스레 받아드려왔던 내가 싫었다. 

또, 종교의 존재, 종교자체에 대해서 관심이 많은 편인데, 페미니즘에 관심이 생기면서 더더욱 그 점은 커져만 갔다. 여성은 예수의 발을 온갖 향유를 쏟아가며 머리칼로 닦았고, 어느 한구절 먼저 나서는 모습 없이 항상 구원받고, 도움받거나 남성을 유혹하는 사람으로 나온다. 진정 사랑이신 하나님이시라면 agape이시라면, 남성과 여성을 나눔없이 공평하게 사랑하셨을터인데, 어째서 성경 속에는 지금의 인간만큼의 젠더감성이 느껴지지 않는 것일까라는 의문을 지울 수 없었다. 

책을 읽으면서 생각한 장점과 단점은 하나의 집합점에서 만났다. 
좋았던 것은 그림이었다. 내가 그림을 보는 것을 좋아하는 학생이라 그런지 몰라도, 한장한장의 일러스트가 촌철살인처럼 한구절의 글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이해도 쉬웠고, 주절주절 설명이 아닌 하나의 상황으로서 그단면을 바라볼수있어서 좋았다. 아쉬웠던 점은 생각보다는 내용이 정말 없었다! 다시 말해 '글'이 정말 없었다. 책을 읽는 속도가 느린 것 때문에 평소 어려움이 많은 편인데도 책을 읽는데 걸린시간이 1시간이 전혀안됐다. 독자에게 향유할 거리를 주었음은 참 좋았지만, 직접적으로 설명해주는 부분이 적은 것은 아쉬웠다. 하지만 의외의 부분에서 디테일을 찾을 수 있었다. 책의 저자가 외국인이기 때문에 한국의 '시월드'와 같은 부분에 있어서는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책의 마지막부분에 원래 없는 삽화를 넣으면서 까지 한국의 독자를 위했다는 점에서 책 자체에 들여진 노력이 보여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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