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애거서 크리스티 미스터리 Agatha Christie Mystery 1
애거서 크리스티 지음, 이가형 옮김 / 해문출판사 / 200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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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 범죄를 저지른 10명의 사람들이 갖가지 소문으로 휩싸인 인디언 섬으로 모여든다.수많은 사람들에게 사형을 선고한 판사,종교에 빠진 엄격한 독신녀,꼬마를 죽게 한 가정교사,아내의 정부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노장군...

이들은 모두 그럴듯한 구실의 편지와 초대장들을 가지고 평온하게만 보이는 인디언 섬에 도착하지만,첫번째 밤조차 쉽게 잠들지 못하고 열 개의 인디언 인형이 깨어짐에 따라 한 사람씩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끔찍하게도 인디언 동요의 가사에 맞추어 꼭 그 차례대로...'섬에는 단 10명 뿐이고,그 열명의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그렇다면 범인은 누구인가?'정말 말이 안되는 것만 같다.범인이 없는 살인이라니....

이 작품의 무대 설정부터가 안성마춤이다.접근할수 없는 무인도에 고립된 열 명의 살인자들.공포영화나 액션영화에서도 이런 기법은 자주 쓰인다.아무도 없는 빈 저택에서 쫓기는 주인공이나이,공중에서 추락 위기를 맞은 비행기,망망대해에서 살인자에게 포위당한 유람선 등.

크리스티는 이것을 보이지 않는 책속으로 옮겨 읽는 이의 상상으로 극대화되는 심리효과를 최대로 활용한다.폐쇄된 공간,아무리 도움의 비명을 올려도 들리지 않는다는 피해자들의 절망적인 공포..그것을 보는 사람 머릿속에 그려지는 생생한 두려움.이 작품에는 한 사람씩 죽어나가면서 다음은 내 차례가 아닐까에 대한 궁지에 몰린 인간의 공포심과 그에 따른 행동들이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서로가 살인자가 아닐까 의심하여 커피 한잔을 타러갈 때에도 독을 넣는게 아닌가 다른 사람들이 쫓아가고,자기전까지는 모두 거실에 모여 말없이 지친듯 의자에 기대어만 있을 뿐.죽음이 살아남은 사람들의 목을 죄어올수록 그들은 극심한 공포로 서서히 자제심을 잃게되고, 마침내 두 사람만이 남게 되자 그 두려움은 나머지 인간에게 총을 겨눈다...

그리고 그녀 역시 미쳐버려 예전에 저지른 살인에 대한 죄의식과 또 방금 사람을 죽였다는 강박관념, 범인이 설치해놓은 주술적인 무대장치를 이겨내지 못하고 인디언 동요의 마지막 노랫말처럼 의자에 올라가 목을 매달아버린다....

애거서 크리스티는 그의 전 작품에서 그녀 자신이 사람의 심리를 꿰뚫는다고 자부한다.그가 만든 주인공들은 심심치 않게 곳곳에서 '인간이란 이럴 땐 이래'하는 식의 의견들을 피력한다.이것은 아예 '나는 인간 본성을 꿰뚫어 본다'고 태연히 말하고 다니는,작가 자신의 분신이라는 탐정 마플 양에게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아마도 크리스티 자신이 그정도로 인간 본성과 심리에 능통하다는 것을 자부하는 듯 한데,그런 면에서 보면 이작품은 그의 그런 '능력'을 본인이 충분히 인지하고 써내려갔다는 의미에서 작가의 작품 세계에서도 새로운 목록을 구축했다고 할 수 있다.

작가가 자랑스러워하는 작자자신의 능력과 추리소설의 기본이 되는 미스테리, 독특한 기운이 어울려 만들어낸, 다른 추리소설과 훌륭히 구별되는 멋진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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