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전자음악단 2집 - Life Is Strange
서울전자음악단 노래 / Kakao Entertainment / 2009년 3월
평점 :
품절


 

이 말은 역으로 어떤이들에게는 그저 시큰둥한 앨범이 될 수도 있다는 말이겠다.

분명 이 앨범에 대해 '부족한 점'을 꼽으라면 꼽기가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뛰어난 점'을 꼽으라고 한다면 "싸이키델릭한 사운드"라는
애매모호한 비겁한 표현으로 설명하는 것 외에는 딱히 말할 수가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우리가 '싸이키델릭하다'고 말할 때 흔히 떠올리는 환각적이고 몽롱한 감성을
앞세워 각 곡의 선이 추상적이고 흐릿흐릿한 음악은 결코 아니다.

오히려 이 앨범은 독특한 개성으로 가득차 있다.

신윤철-신석철 형제는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명문 음악가' 집안이다.
장남 신대철은 일찍이 시나위라는 전설적인 그룹을 결성해서
아버지의 명성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신윤철의 행보는 조금은 달랐다.
말하자면 그는 정형화된 뮤지션이었다기 보다는 '괴팍스러운 천재'의 이미지였다.
이는 비단 그가 원더버드라는 펑크록밴드를 이끌었던 경험에 전적으로 한정된 이미지는 아니다.
그가 치는 기타는 어딘지 모르게 형 신대철의 화려한 기타와는 달리 즉흥적인 필이 충만했고
그가 만든 노래들은 주류 록음악의 공식을 조금씩은 벗어나 있었다.

결국 그러한 아웃사이더적 성향은 그를 고립시켰다.
넘치는 재능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노래와 밴드를 만나지도 못했고,
그만의 독특한 괴짜 성향에 귀 기울여주고 공감해줄 수 있는 대중들도 없었다.
이는 서울전자음악단이라는 밴드를 결성하고 1집을 낸 그때까지도 마찬가지였다.

그리고 이번 2집 앨범....

여기서 그는 드디어 그의 '재능'을 마음껏 펼쳐보일 수 있는 음악을 만났다.
넘쳐나는 재능을 주체할 수 없어 완성된 결과물을 보면 어딘가 조금은 부족하고
혹은 조금은 과하다고 느껴졌던 기존의 음악들과는 다르게 이번 2집 앨범에서
그는 각각의 곡에서 기가 막힌 절제미와 균형미를 보여주며 '짬밥'을 과시한다.

자전적인 가사의 첫 곡 <고양이의 고향 노래>로 신나게 앨범의 포문을 여는 이 앨범은
<종소리>나 <나무랄 데 없는 나무>와 같은 충격적인(!) 트랙들과
<따라가면 좋겠네>와 같은 팝적인 감수성을 가진 트랙들이 공존하는 작품이다.
<꿈속에서>와 같은 음악들은 약간 과한 것 같다는 느낌이 살짝 들기도 하지만
앨범의 전체적인 균형미를 해칠 정도의 욕심은 결코 아니다.

굳이 한국대중음악상 3관왕이라는 수상경력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이 앨범은 충분히 좋은 앨범이다.

비록 누군가에게는 지금껏 언더와 오버를 막론하고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록의 새로운 의사소통 방법에
낯설고 이질적인 느낌이 들 수도 있겠지만
그 생소함을 극복한다면 아마도 피폐한 한국 대중음악계의 환경에선
도저히 나올 수 없을 법한 이 기적적인 결과물에 중독될 것임은 자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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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거 2011-01-28 01: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이승열을 좋아해서 서전음도 알게된 케이스인데 이분들 정말 내공 장난 아니죠 ㅋㅋ
이 앨범의 '서로 다른'은 아무리아무리 들어도 질리지 않아요. 황홀한 기타리프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