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존 메이어의 음악을 일종의 '의무감'으로 들어봤던 것 같다.
그래서 처음에 더 느낌이 와닿지 않았던 건지도 모른다.
상당히 훌륭한 평단의 반응을 얻어냈던 데뷔앨범 [Room for Squares]은
개인적으로 정말 밍숭맹숭했다. -_- 그냥 처음 들었던 느낌은 '무난하다'였다.
여기서 그 어떤 평단의 찬사의 근거도 찾지 못한 채 CD는 몇 년을 그냥 구석에 버려졌다.
그러다가 3집 [Continuum]을 듣고서는 존 메이어에 대해 품었던
기존의 고정관념들이 하나 둘씩 무장해제되기에 이른다.
그냥 그런 무난한 팝음악이나 하는 뮤지션이라고 생각했던 그였는데
이 앨범에서 보여주는 진한 일렉기타 소리의 여운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나를 그의 멋진 음악 세계로 풍덩 빠지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 두장 짜리 라이브 앨범은 어떤 '결정타'였다.
앨범은 크게 'Acoustic Set'과 'Trio Set', 'Band Set'으로 나뉘어져 있는데
주목해야 할 건 'Trio Set'에 속해있는 라이브 음악들이다.
앨범 상에서는 여러가지 제약 상 보여주지 못했던 존 메이어 음악의 '생동감'을 보여준다.
특히 첫번째 CD의 마지막 곡 <Bold As Love>의 기타 애드립은 그야말로 환상적이다.
죽여주는 어쿠스틱 기타 솔로잉으로 시작되는 <Neon>은 메인 리프가 나올 때
거짓말 조금 보태서 '전율'이 살짝 올 정도로 멋지고, 최대 히트 앨범 3집 수록곡인
<Slow Dancing In a Burning Room>은 정규 앨범보다 훨씬 멋드러진 라이브 곡 중 하나이다.
글쎄. 내가 만약 이 앨범을 처음 들은 뒤 존 메이어의 다른 정규 앨범을 접했다면
정규 앨범에 대한 매력이 조금은 감소했을지 모를 정도로 이 라이브 앨범은 그야말로 훌륭하다.
정규 앨범에서 밍숭맹숭하게 듣고 그냥 지나쳐갔던 곡들도 이 앨범을 듣고 나서
다시 꺼내들게 했을 정도이니...
라이브 앨범에 '명반'이라는 말이 쉽게 어울리진 않지만
이 앨범은 예외다.
근래 라이브 앨범 중에서 보기 드문 '명반'이다.
가격까지 1장짜리 가격인데 전혀 망설일 필요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