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농장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5
조지 오웰 지음, 도정일 옮김 / 민음사 / 199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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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차는 어떻게 무너지는가?

조지 오웰, 『 동물농장 』(민음사, 1998)

 

그랬다. 풍차는 날아가고 없었다. 그들이 그토록 공들였던 풍차는 흔적도 없이 사라진 것이다”(92). 풍차는 꿈에 그리던 세상을 앞당길 그것이었다. 전깃불이 들어오고, 온수와 냉수를 쓸 수 있으며, 각종 연장들을 작동시키고, 노동 시간을 단축하여 더 많은 여가시간을 안겨줄 것이다. 물론 생산성이 늘어 풍족한 생활을 약속해줄 것이다. 그런 꿈을 안고 말발굽이 쪼개지고 온 몸이 부서져라 열심히 일했건만, 풍차는 날아가 버렸다. 흔적도 없이.

처음에는 우리의 성공을 시기하는 저 인간들의 공격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저들과의 <풍차 전투>에서 풍차가 사라지는 것을 눈 앞에서 목격했다. 망연자실, 한 동안 할 말을 잃었다. 풍차가 있던 자리에 움푹 패인 폭탄 자국은 우리의 땀과 노력을 비웃기라도 하듯, 황망했다. 그래서 내가 더 열심히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풍차는 인간들 때문에 사라진 것이 아니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더 특별하다는 천연덕스러운 주장을 묵인할 때부터, 폭력이 토론의 입을 막아버린 때부터, 우리의 자랑스러운 일곱 계명에 조금씩 덧칠을 할 때부터, 짜놓은 우유를 승자독식할 때부터, 저 위대한 <잉글랜드의 짐승들>을 목청껏 부를 수 없던 때부터, 목적을 위해 수단은 어떠해도 된다고 합리화 할 때부터, 집주인 조지가 언제 쳐들어올 지 모른다고 엄포를 놓을 때부터, 토론과 비판이 사라지고 맹종만이 강요될 때부터, 그래, 가만히 생각해보니 바로 그런 때부터 사실 풍차는 조금씩 금이 가고 있었던 것이다.

어디론가 나를 끌고 가는 마차 위에서, 그 마차가 말 도살업 및 아교 제조업의 것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나의 동료 클로버가 빨리 나오라구소리칠 때야 비로소 나는 이 사실을 깨달았다. 이대로 당할 수는 없다는 생각에 몸부림을 쳐 봤지만, 때는 이미 늦었다. 너무 늦게 깨달은 것이다. 늦은 깨달음은 후회밖에 남지 않는다. ‘동물농장,’ 위대한 꿈을 꾸며 달아놓았던 저 간판이 멀어져 간다. 또 나의 꿈도 멀어진다.

이제라도 다시 살 수 있다면, 나는 다르게 살겠다. 무지하면 안 된다는 것을 목청껏 외치겠다. 알지 못하면 당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동료들에게 가르치겠다. 누구도 완전하지 않기 때문에 비판과 토론이 사라진 세상은 결코 우리가 꿈꾸는 동물농장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알리겠다. 자신이 특별하다고 주장하는 저들은 그저 조금씩 더 좋아지고 있다고, 조심하지 않으면 이 모든 자유를 박탈당할 수도 있다고 협박하며, 잠자코 있으라 말하겠지만, 결코 속지 말라. 너의 무지와 무기력함이 바로 권력의 타락을 가져온다는 점을. 독재는 결코 혼자의 힘으로 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권력에 맹종하고 아부하는 순간부터 우리의 풍차는 서서히 무너지고 있다는 것을.

누구보다 힘이 세서 다른 친구 열 명 몫을 감당했던 나 복서는 까마득히 멀어져 가는 동물농장을 바라보며 마지막 필사를 다해 유언장을 남기니, 부디 그대들은 조용히 입 닫고 살지 말라. 소위 중요한 일을 한다는 저들의 말과 행동이 일치하는지 자세히 살펴보라. 하나의 징조를 통해 열을 내다볼 수 있으니, 자신의 말에 책임을 지게 하라. 결코 역사를 잊지 말 것과 권력은 특별한 몇 몇으로부터 나오는 것이 아니라, 바로 그대들! 아무도 아닌 것 같은 그대들로부터 나온다는 것을 기억하라. 두려움 때문에 결코 자신의 권리를 넘겨주지 말라. 그것이 풍차를 되찾는 길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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