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의 공감필법 공부의 시대
유시민 지음 / 창비 / 2016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공감, 진짜 공부의 방법

유시민, 『 유시민의 공감필법 』(창비, 2016)

 

불법 유인물을 제작하면서 글쓰기를 배웠다는 저자는 인생의 낙폭이 제법 크다. 학생운동을 하다 징역을 살기도 하고 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짜릿한 순간도 있었고, 세 번이나 낙선의 고배도 마셨으니, 흡사 롤러코스터를 타는 인생이었다 말해도 좋을 듯싶다. 그런 와중에 먹고 살기 위해 책을 열심히 썼다(본인의 말이 그렇다). 전공은 경제학이지만 적성에 맞는 것 같지는 않고 역사와 인문학이 더 좋단다. 우물을 깊이 파지는 못했고, 그저 관심을 따라 읽고 쓰기를 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며 자신의 이력에 무심함을 더한다.

요즘 그는 정계에서 은퇴를 선언하고 전업 작가와 TV 방송활동을 열심히 한다. TV에서 보는 그는 좋은 뜻에서 좀 달라진 것 같다 느꼈는데, 이 책을 읽으며 그런 이유가 있었구나싶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상승했고, 그의 정치 후퇴와 함께 추락했다. 자기 딴에는 마음을 다해 좋은 뜻을 펼치고 싶었지만, 정작 사람들은 그를 지지해주지 않았다. 아마도 낙선 후에 마음의 갈등이 심했던 모양이다. 그때 그는 책을 들었고, 젊어서 읽었던 책이 새롭게 읽히는 경험을 했다고 술회한다. 책은 같은데, 상황이 달라지니 다르게 읽히더라는 것이다.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다. 내가 책을 읽지만, 동시에 책이 나를 읽기도 한다.

한 예로 그는 춘추전국시대 굴원이라는 사람이 쓴 <어부사> 이야기를 꼽는다. 굴원은 백성과 국가를 위해 충성을 다했지만, 어리석은 왕이 알아주지 않아 삭탈관직을 당하고 급기야 죽음에 이른다. 죽으러 가는 길에 우연히 만난 어부로부터 이런 이야기를 듣는다. “창랑의 물이 맑으면 갓끈을 씻고, 창랑의 물이 흐리면 발을 씻으리라.” 세상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말고 세상에 맞춰 살라는 뜻이다. 흙탕물에는 발을 씻어야지 갓끈을 씻으려 하면 안 된다. 물이 맑으면 얼굴을 씻고, 물이 탁하면 발을 씻으면 그만이다. “왜 이렇게 물이 탁해!”하고 원망하거나 비관할 필요가 없다. 젊었을 때는 이 문장이 읽히지 않았는데, 이런저런 우여곡절을 겪고 다시 읽어보니 다르게 느껴졌다고 술회한다. “, 이렇게 살아도 되는구나.” 이것도 인생을 사는 한 방법이라는 깨달음이 찾아왔다고 한다. TV에서 본 그가 조금 변했다 싶은 것은 자신에게 조금 더 관대해진 여백이었던 것 같다.

공감. 저자가 공부를 위한 독서와 글쓰기에서 꼭 기억하길 바라는 화두이다. 그는 말한다. “책을 읽을 때는 글쓴이가 텍스트에 담아둔 생각과 감정을 있는 그대로 보고 느껴야 한다. 그래야 독서가 풍부한 간접 경험이 될 수 있다. 간접 경험을 제대로 해야 책 읽기가 공부가 된다. 그리고 남이 쓴 글에 깊게 감정을 이입할 줄 아는 사람이라야 가상의 독자에게 감정을 이입하면서 글을 쓸 수 있다. 자기 생각과 감정 가운데 타인의 공감을 받을 수 있는 것을 골라낼 수 있고, 그것을 공감을 얻을 수 있는 방식으로 쓰게 된다.”

저자의 생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한 걸음 더 들어가 감정 이입까지 가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한다. 온전한 이해를 통해 더 나은 비평도 가능한 것 아닌가? 책과 같이 천천히 다가오는 소통의 창도 공감하지 못한다면, 그 꽉 막힌 불통의 체증을 무엇으로 치환할 수 있겠는가? 그런 의미에서 공감은 책을 제대로 읽는 방법이다. 아니, 공감해야 책을 읽었다 말할 수 있겠다. 저자와 대화하고 공감하며 읽을 줄 아는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글쓰기도 할 수 있다.

. 글쓰기 비법에 대한 질문에 저자는 몇 가지 자신의 규칙을 꼽는다. 강조했던 규칙은 크게 울림이 없었다.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고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다. 반면에 지나가며 던지 말이 마음에 꽂혔다. “지식과 정보를 전달하는 것보다 정서적 공감을 일으키는 데 초점을 둔다.” 순간 마음이 뜨끔했다. 때만 되면 어쩔 수 없이 설교를 찍어내야 하는 한 사람으로서, 사실을 알려야 한다는 사명감에 메마른 정보를 제공하느라 많은 시간을 할애했던 나의 모습이 스쳤으니까. 그리고 그런 메마름은 정보의 제공 때문이 아니라 실은 내 영성이 찰랑찰랑 하다는 반증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에까지 미친다. 그 퍽퍽함을 애써 참아준, 혹은 어쩔 수 없이 바라봐 준 성도들을 축복 하소서.

이 책은 <창작과비평> 창간 50주년 기념 사업으로, ‘공부의 시대연속 특강에서 했던 강연과 질의응답을 묶은 것이다. 책을 읽는 것이 강연장에 있는 듯 현장감이 있다. 이런 책의 장점은 쉽다는 것 아닐까? 마치 이야기를 듣는 것처럼, 자신의 경험과 읽은 책에 대한 소회를 풀어낸다. 큰 부담이 없이 한 호흡에 읽기 적당하다. 그러나 책 속에 담긴 저자의 이력과 경험에서 나온 조언은 두고 두고 생각해볼 만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