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란 무엇인가 - 2017 개정신판
유시민 지음 / 돌베개 / 201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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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눈에는 이정표로 보인다

유시민, 『 국가란 무엇인가 』(돌베개, 2017)

 

기대와 실적 사이에 큰 괴리가 있었던 책. 2011 4.27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직전에 출간해서 잠시 관심을 끌었다가, 김해() 패배와 더불어 정치인 유시민과 함께 급전직하의 운명을 맞았던 국가론 에세이국가론에 대한 공부와 정치에 대한 경험을 나름 잘 버무렸다는 자부심이 있지만 대중의 인정을 크게 받지는 못했음.” 저자 유시민이 자신의 책에 대해 쓴 소감문이다. 사람의 운명 알 수 없듯이, 책의 운명도 그러한가 보다. 크게 인정 받지 못했다는 이 책, 내 손에 들린 책을 들춰보니 2017 1월에 개정판이 출간 되었고, 5월에 10쇄를 찍었다. “유시민님, 홈페이지에 올리신 책에 대한 소감문을 대대적으로 수정하셔야겠습니다.”

저자는 인생의 낙폭이 제법 크다. 학생운동을 하다 징역을 살기도 하고 장관을 지내기도 했으니 말이다. 국민의 선택을 받아 국회의원이 되는 짜릿한 순간도 있었고, 세 번이나 낙선의 고배도 마셨으니, 흡사 롤러코스트 인생이다. 그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상승했고, 그의 정치 후퇴와 함께 추락했다. 2013년 그는 트위터에원하는 삶을 찾기 위해 직업으로서의 정치를 떠난다는 글을 올리고 정계를 은퇴했다. 자연인으로 돌아온 그는 전업 작가와 TV 방송활동을 열심히 한다. 그의 책이 대중에게 읽히기 시작한 시점도 이때부터가 아닐까? <국가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문득 들었던 생각, “나는 왜 이 책을 읽는가?” 이에 대한 솔직한 대답은 저자가 유시민이니까 이다. 국가론에 대한 개론서라면, 다른 저자의 책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런데 굳이 이 책을 꼽은 이유는 저자가 유시민이기 때문이다. 방송에서 보던 그를 앞에 앉혀 놓고 강의를 듣듯, 질문에 대답을 듣듯,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저자 때문이다.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저자는 크게 네 개의 큰 흐름으로 분류한다. 전체주의 성향을 지닌 국가주의 국가론’, 세계적으로 가장 기반이 넓은 자유주의 국가론’, 지배계급을 위한 계급투쟁을 수행하는 도구로 국가를 본 마르크스주의 국가론이다. 표현과 방법은 다르지만 이들의 지향점은 동일하다. 국가의 존재 이유는 안전하고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갈구하는 인간의 본능적 욕구를 반영한다. 그러나 저마다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 있고, 온전히 만족시켜 주지도 못한다. 그래서 저자는 고대 그리스 철학자들의 형이상학에서 발원한 목적론적 국가론을 하나 더 꼽는다. “최고로 발전한 인간 공동체인 국가의 본질과 목적을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 2천년 전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들의 어깨 위에 올라가 보겠다는 저자의 제안이 무척 흥미로우면서도 인류는 과연 발전하고 있는가라는 의구심도 들게 한다.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국가론이기도 한 목적론적 국가론은 존재하는 모든 것은 목적이 있다는 목적론적 사고에 기인한다.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국가의 목적은 으뜸가는 선을 훌륭하게 추구하는 것이다. 이를 위하여 시민 각자가 훌륭해지는 것이 국가의 목적을 이루는 길이라고 아리스토텔레스는 대답한다.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처럼 보이는 고대 철학자의 국가론이지만, 저자는 이것이 자유주의 국가론과 결합할 때 보다 나은 국가론에 이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국가로 하여금 선을 행하게 하는 활동, 곧 정의를 수행하는 것. 이것이 진보정치세력에게 필요한 국가론이며, 이것을 진보정치의 목표로 삼자고 제안한다.

여기서 드는 의문은 도대체 선의 기준이 무엇인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선과 악은 분명히 존재한다고 말하며, 인간은 직관적으로선과 악을 판단할 수 있다고 하면서도, 무엇이 선이고 악인지에 대한 판단은 때론 사람의 주관에 좌우된다고 한다. 저자는 선과 악의 개념에 대한 철학적 토론을 차단하고 국가에 집중하자고 하지만, 모호한 목적지를 설정한 채 제대로 안내해줄 네비게이션이 있을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보수정치가 추구하는 목표는 선이 아닌가? 진보정치가 추구하고 변화시키려는 목표가 선이라는 것을 어떻게 확신할 수 있을까? 등등의 질문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 듯 생각난다. 물론 완벽한 책은 없다. 저자의 말 대로 이 책은 국가에 대해 논할 뿐이다. 그러나 그냥 지나쳐 버리기에는 그 그늘이 너무 크다. 모든 것을 상대화하는 포스트모던시대에 직관과 주관을 넘나드는 선의 경계는 방향을 잃어버리기 딱 좋지 않은가?

국가란 무엇인지를 묻고, 더 나은 국가, 정의로운 국가로 가는 길을 찾는 것은 하나님의 나라에 맞닿아 있다. G. K. 체스터턴이 한 남자가 사창가의 문을 두드릴 때, 그의 마음은 하나님을 찾는 것이라 말했다는데, 이것은 고스란히 국가란 무엇인가에도 적용되는 것 같다. 이상 사회를 향한 마음은 잃어버린 하나님의 나라에 대한 갈망을 담고 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구석 구석에서 하나님 나라를 향한 이정표를 발견한다. 그리고 이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한편 이런 사실이 몹시 씁쓸한 것은, 하나님의 나라를 갈망하며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할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사실이다. 성경을 자주 읽을수록 정치, 사회 이슈에 대해 개방적이며 진보적인 관점을 더 많이 갖게 된다는 통계를 <크리스처니티투데이>에서 읽은 적이 있다. 미국 통계 자료인데, 미국에서도 한국에서도 현실은 통계자료가 무색하다. 현실과 이상은 그 괴리가 크다. 이상 국가와 현실 국가의 차이처럼 말이다. 이 차이를 좁혀야 하는 책임은 오롯이 성숙한 시민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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