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하나님의 도시
스카이 제서니 지음, 이대은 옮김 / 죠이선교회 / 2015년 3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비전 혹은 소명과 관련된 서적 중 가히
첫 번째로 꼽아야 할 것 같다. 지나치게 현학적이지 않으며, 세속적인
욕망을 그럴듯한 신앙 언어로 포장하지도 않는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관점에서 소명을 어떻게 이해하고, 세상과 어떻게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 통찰력 있는 언어로 제시한다. 20대
때 이 책을 만났더라면, 소명을 발견하느라 헤매는 수고를 좀 덜 했겠다 싶지만, 지금도 늦지 않다. 모호함은 선명해졌고, 가이드라인이 필요한 젊은이들과 교우들에게 제시할만한 지침이 생겼으니 말이다.
여러모로 유용하다.
스카이 제서니는 ‘하나님의 나라’라는 단어 대신에 ‘미래도시(Futureville)’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하나님의 나라’라는 단어가 갖는 판타지적 요소를 걷어내고 현실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장치로 여겨진다. 미래도시에 대한 이해는 시대적 사조와 더불어 다양한 변주를 겪었다. 계몽주의
시대에는 미래도시가 더욱 진화하게 될 것이란 낙관적 관점이, 두 번의 대전(大戰)을 겪은 후로는 쇠퇴와 파멸로 나아가게 될 것이란 비관적 관점이
주류를 이루었다. 그러한 변주에 따라 교회도 세상을 하나님의 동산으로 개조하기 위해 힘을 키우고 강제성을
동원하는가 하면, 영속적 진화를 의심하게 된 지금은 이 세상을 저버리고 미래도시로의 탈출을 희망한다. 그러나 진화나 대피의 입장은 진정한 대안이 될 수 없다.
저자는 그리스도의 부활에서 미래도시의 그림자를
제시한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이전 몸과의 연속성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이전 몸과는 구별되는 몸으로
대체되었다. 미래도시도 하나님의 성품에 부합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 따라 연속과 단절을 겪게 될
것이다. 그러므로 미래도시를 드러내기 위해 행하는 현재의 모든 수고와 노력은 현재뿐만 아니라 영원토록
가치 있고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미래도시에 대한 새로운 이해는 현재의 소명과
맞닿아 있다. 특별히 저자는 청교도들의 소명 이해를 통해 최고 소명,
공통 소명 그리고 특별 소명을 구분한다. 최고 소명은 그리스도와의 교제를, 공통 소명은 성경에서 발견되는 보편적인 명령들을, 특별 소명은 개개인에게
주어지는 특수한 소명을 말한다. 우선순위는 최고 소명이다. 삶
속에서 성령의 임재를 받아들이며 하나님과 교제하는 최고 소명을 따를 때, 다른 소명들도 제자리를 찾게
된다는 저자의 조언은 매우 설득력이 있다.
저자는 미래도시의 특징으로 질서, 아름다움 그리고 풍요로움을 꼽는다. 하나님의 성품에 닿아있지 않는
이 세상의 혼돈과 추함과 결핍은 결국 그리스도의 부활 능력으로 극복될 것이다. 미래도시를 향한 이러한
상상은 오늘을 사는 우리의 목적을 고양시키며, 그것을 이루기 위한 수고는 결코 헛되지 않는 영속성을
갖는다. 미래에 대해 무엇을 믿는가 하는 문제는 오늘 우리가 소중히 여기는 가치관과 직결된다. 상상은 결국 현실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