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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경을 돌려드립니다
권일한 지음 / 좋은씨앗 / 2015년 2월
평점 :
예전에 저자가 쓴 <책벌레 선생님의 행복한 책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다. 아이들과 글쓰기 모임을 계획하면서 참고할만한 자료를 찾던 중 발견한 책인데,
그 이상의 것을 알려준 책이었다. 스스로 ‘책벌레’이기를 자처하는 저자의 직업은 초등학교 교사다. 책 읽기를 무엇보다
좋아하고, 아이들이 어설프게 쓴 글을 통해서도 그 마음을 섬세하게 헤아릴 줄 아는 참 좋은 선생님이라는
인상을 받았다. 더욱이 글 속에 언뜻언뜻 비치는 기독교적 가치관을 통해, 그가 나와 같은 그리스도인이라는 생각에 묘한 동질감을 느꼈던 기억이 난다.
그런 저자가 이번에는 성경을 들고 말한다. 신학교 문턱에도 가 본 적이 없다고 스스로 고백하지만, 전문성에
대한 걱정은 접어두어도 좋을 듯 하다. 그 동안 성경을 읽고 묵상하며 터득한 방법들을 평신도의 눈높이에
맞추어서 풀어놓는다. ‘전문가입네’하며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을 쏟아내는 글에서는 느낄 수 없는 친밀함이 책의 구석구석에 배어있다. 학창 시절,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문제풀이를 도와줄 때면, 배우는 사람의 입장을
공감하기에 더 쉽게 이해하도록 설명해주었던 바로 그 느낌이다.
원래 성경은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주어진 책이다. 그런데 어렵다는 이유로 목사의 설교에만 의존하고, 성경 읽기를 다른
신앙 활동으로 치환하며, 절대 기준이 되어야 할 성경을 상대적 가치로 전락시켜 버렸다. 저자는 이것이야말로 성경으로부터 멀어지게 하려는 사단의 전략이라고 명토 박아 말한다. 더 이상 사단에게 속지 말고 하나님의 음성을 듣기 위해 직접 성경을 읽고 묵상하라고 초대한다. “성경은 성경으로 해석하라” 거나,
“성경이 기록된 시간과 공간을 이해하라”와 같은 성경독법은 성경이해에 관심을 갖고 있는
성도라면 한 번쯤은 들어봄 직하다. “내용에 맞게 끊어서 읽으라”나
“성경을 보는 깊이와 넓이를 갖추라”는 대목은 독서 전문가로서의
경험과 오랜 묵상에서 터득된 나름의 노하우로 읽힌다.
무엇보다 성경은 개인이 아닌 교회 공동체를 위한
책이기에 공동체 안에서 함께 읽고 묵상하도록 초대한다. 가정을 말씀 공동체로 회복해야 한다. 말씀을 서로 나누는 교회 공동체를 회복해야 한다. 개인주의적 성경독법에
익숙한 현대 그리스도인들이 마음에 깊이 새겨야 할 대목이다.
고기는 씹어야 제 맛이고, 성경은 듣고 읽고 암송하고 공부하고 묵상해야 참 능력이 된다. 은혜
받는 방식이 넘쳐나는 시대이다. 그러나 성경을 직접 펼쳐, 읽고
묵상하는 것이야말로 그 정수를 맛보는 비결이다. 복되어라. 다시
성경을 펼쳐 읽는 자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