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과 씨름하다 - 악, 고난, 신앙의 위기에 대한 기독교적 성찰
토마스 G. 롱 지음, 장혜영 옮김 / 새물결플러스 / 201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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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사는 신도들이 당하는 고통에 대해 결코 담담해질 수 없다. 하나님의 뜻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면, 가슴이 먹먹해지는 하소연들이 고스란히 전이되어 목사의 몫이 된다. 그 동안 주워 들은 신정론의 지식들과 관련 성경구절들을 이리저리 조합하느라 진땀이 나지만, 어느 누구도 심지어 목사인 나도 그 대답이 만족스럽지 않다. 급기야 나답지 않은 하나님 때문에 화가 치민다. 고통의 때에 하나님의 선하신 얼굴은 짝이 맞지 않는 퍼즐과 같다.

설교학자인 저자는 무고한 고통의 순간에 목사가 무엇을 이야기할 수 있는지에 대해 탐구한다. 신정론의 역사를 더듬어 계몽주의와 자연 철학에 기반을 둔 유신론적 해법이 성경의 하나님에 대한 대안이 될 수 없음을 강조한다. 그렇지만 잘못된 출발점이라도 그곳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조언은, 설교자가 세상과 끊임없이 대화해야 한다는 뜻이리라.

이 책의 최고 장점은 목회 현장을 염두에 둔 통찰이다. 신정론을 신학적 담론으로 박제하지 않아 마음에 들고, 알곡과 가라지의 비유에 대한 주석은 당장이라도 써먹을 수 있을 만큼 실제적이어서 고맙다. 더 나아가 지금 위기에 처한 것이 신앙의 기초만이 아닌 진정한 예배의 능력이라는 것(68), 구체적인 상황 속에서 역사하는 하나님에 관해 의미 있게 말하고 생각할 수 있는 방식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에, 사람들이 영적이면서도 제도적인 종교를 거부한다는(70) 일침은 닫혔던 생각의 창을 활짝 열어젖힌다.

고통과의 씨름은 끝나지 않았다. 더 나은 이야기를 건졌으나 아직 완전하진 않다. 아마도 하나님의 얼굴을 뵈올 때까지 씨름은 계속될 것이다. 그래도 무고한 고통의 순간에 선하신 하나님을 신뢰할 수 있을까? 신학적 상상력 위에 창조적인 예배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는 저자의 조언은 긍정을 향한 바른 지침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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