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경의 아트 스피치 -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김미경 지음 / 21세기북스 / 2010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 이 책의 부제목이다. ‘출판사에서 책 팔아먹으려고 좀 과한 제목을 붙였군.’ 이것은 내 처음 생각이었다. 그런데 읽다 보니 그게 아니다. ‘저자가 누군가?’ 프로필을 보니 TV에서 인기강사로 활약한 것 같은데, TV 시청을 잘 하지 않는 내 입장에서는 저자의 얼굴이나 이름이 생소했다. 그런데 책을 거의 다 읽어갈 무렵 저자를 이미 만난 적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바로 저자의 어머니가 지어냈다는 저자의 태몽 대목에서다.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는 예전에 우연히 아침 방송을 보게 되었는데, 한 여성 강사가 기가 막히게 이야기를 잘하는 것이었다. 더군다나 대미를 장식했던 바로 그 어머니의 태몽이야기는 가슴이 뭉클하기까지 했다. 그때는 ‘웬 여자가 저렇게 말을 잘하나?’ 하고 그냥 스쳐 지나쳤다. 그런데 그 강사가 바로 저자 김미경이었던 것이다.  


저자가 처음부터 강사로 활동한 것은 아니다. 원래는 피아노학원을 운영하던 ‘음악선생님’이었다. 그러나 학원 운영에서 보람을 찾지 못하던 어느 날, 잘 나가던 피아노 학원 일을 접고 전문 강사의 길로 들어선다. 이 과정에서 지난 30여 년간 한결같이 스피치 파트너가 되어 주었던 아버지의 “넌 잘할 수 있을 거야. 당장 학원 때려치우고 강사 시작해”란 응원도 한 몫 했다. 저자는 어려서부터 말을 잘 했다. 그러나 오늘의 유명 강사로 다른 사람을 가르치게 되기까지 ‘원래 그랬다’는 말로는 담아낼 수 없는 치열한 노력이 있었다. 저자는 노력의 과정에서 얻은 열매들을 이 책에 고스란히 담아 스피치를 예술로 승화시킨 말하기의 장인(匠人)이다.  


우선 이 책은 다른 스피치 책과는 다른 독특함이 있다. 그것은 저자의 전직과도 연결이 된다. 김미경은 스피치를 음악과 연결시킨다. 모차르트나 베토벤의 명곡이 철저하게 과학적 구조를 갖고 있듯이 들리는 스피치, 감동을 주는 스피치는 철저하게 과학적 구조를 갖고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트로, 강약, 리듬, 템포 등과 같이 음악에 숨결을 불어넣는 다양한 악상 기호를 고스란히 스피치에 적용하여, 마치 지휘를 하듯 스피치를 연주하라고 조언한다. 아리스토텔레스는 “관련지으라. 그리하면 기적을 경험할 것이다”라고 했다. 철학자의 금언처럼 음악과 스피치가 연관을 맺자 생동감 있는 스피치의 비결이 기적처럼 한 눈에 들어왔다.  


그럼에도 이 책은 소위 말 잘하는 사람을 만들기 위한 얄팍한 기술만을 전수하지는 않는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감동적인 스피치의 핵심을 ‘콘텐츠’라고 강조한다. 심지어 할 말이 없으면 할 말이 생길 때까지 익히고, 묵히고, 참으라고 말한다. 이와 같은 ‘콘텐츠’ 신조는 이 책에도 그대로 녹아있다. 저자는 정말 ‘할 말’을 빼곡히 담아 놓았다. 현장에서 경험한 무수히 많은 에피소드들을 개념화하고 정리하여 원리를 세우고 해법을 제시하는 탁월한 솜씨는 청중을 녹여내는 저자의 능력을 고스란히 책으로 옮겨온 듯하다. 책을 읽으며 “그래, 책은 이렇게 써야 되는데…”하는 생각을 했다. 그런 의미에서 ‘대한민국 말하기 교과서’라는 부제목, 결코 과하지 않다.  


이렇게 되기까지 치열하게 연구하고 반복 훈련을 한 저자의 열정은 한편으로는 눈물겹고 또한 부럽기까지 하다. 김미경은 단돈 5만원이라도 ‘전문 강사’의 이름을 걸고 할 때는 그에 걸맞은 전문성을 길러야지 결코 호락호락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다. 필자 역시 교회에서 목회를 하며, 소위 말로 밥을 먹는 사람이다. 사실 말한 기회가 너무 많아서 문제다. 때로는 콘텐츠의 빈곤으로 전전긍긍하며 말을 배설한다는 느낌으로 인해 자괴감에 빠지곤 한다. 이러다 보니 스피치를 예술로까지 훈련하는 단계로 나아가지 못하고, 설교 원고를 작성하여 몇 번 읽어 보는 수준에서 머무는 것에 대해 마음 한 켠에는 늘 부담감이 있었다. 그래서 저자의 프로다운 조언은 어떻게 훈련을 시작해야 하는지에 대한 도전과 밑그림이 되기에 충분했다. “거목 사이를 걸으니 내 키가 더 자랐다”는 말처럼, 저자를 따라 그녀를 흉내 내다보면, 어느덧 나도 장인의 반열에 올라 있지 않을까 하는 행복한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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