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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베소에서 보낸 일주일 - 1세기 그리스도인은 요한계시록을 어떤 의미로 읽었을까?
데이비드 A. 드실바 지음, 이여진 옮김 / 이레서원 / 2021년 1월
평점 :
저자 데이비드 드실바는 신약학자로서 1세기 로마 제국 시대를 살았던 그리스도인들의 생활상을 매우 생생한 필체로 복원했다. 그의 책 제목처럼 책을 펼쳐 든 독자는 마치 시간 여행을 하는 것처럼, 1세기
에베소 도시 곳곳에 세워진 신전과 신상의 화려함에 놀라고, 왁자지껄한 소리를 뚫고 시장의 거리를 누비며, 곳곳에 흩어져 있던 가정 교회 예배에 참여하는 경험을 맛보게 된다. 상상력이
풍부한 독자라면 분명히 ‘코로나 시대에 이게 웬 호사인가’ 싶을
것이다.
시간여행의 매력을 넘어 저자는 이 책을 통해 학술적인
용어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성경을 어떻게 읽고 해석해야 하는지 실제적인 사례를 보여준다. 이는 저자가
머리말에서 언급했듯이, 요한계시록을 읽는 방법에 있어서 교회가 오랫동안 반복해온 실수와 그러한 실수가
갖고 있는 문제가 무엇인지를 단번에 깨닫게 한다. 즉 요한계시록을 가장 먼저 접했을 1차 독자들과 그들의 세계를 염두해두지 않는 실수이다. 사도 요한은
분명히 요한계시록을 가장 먼저 읽어야 했던 초대교회의 1차 독자를 누구보다도 염두해두고 이 편지를 썼을
것이다. 그런데 현대 독자들은 이들의 세계를 건너 뛰고, 너무나도
성급히 요한계시록에 등장하는 다양한 상징들을 현대 세계와 연결 짓기에 급급하다. 그 결과 로마의 교황이나, 중동, 중국, 러시아, 백악관, 유럽연합은 적그리스도가 아닌지 의심을 받아왔고, 시대마다 등장한 다양한 기술들은 - 바코드, 베리칩 심지어 코로나19 백신에 이르기까지 - 곧잘 짐승의 수 666으로 지목 받아왔다.
그러나 저자는 이야기의 형식을 빌어 1세기 후반의 에베소에 살던 기독교인들의 삶에 대한 다양한 양상을 들여다 보게 함으로 이들의 삶에 요한계시록이
어떤 영향을 미쳤을지를 상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한 이러한 이해를 바탕으로 요한계시록의 다양한
상징들을 이 시대의 어떤 것과 짝짓는 퍼즐 맞추기가 얼마나 우스꽝스러운 일인지 깨닫게 한다. 주석방법과
해석학을 이야기하지 않으면서도 많은 정보를 경험하게 하는 이야기의 힘을 저자는 매우 효과적으로 사용한다.
또한 황제 숭배를 위한 신전 건립과 황제 추앙을
위한 행사에 몰두하는 시대, 이런 시대에 편승할 때 안녕과 풍요를 약속하는 풍조 속에서, 황제 숭배를 거부함으로 무신론자로 오해 받고 일상의 위협을 겪는 공포스러운 상황들은 이야기를 읽는 독자로 하여금
‘나라면 어떻게 할 것인가’를 묻게 한다. 황제 숭배에 동참하지 않음으로 매를 맞고도 주인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고 고백하는 노예 그리스도인부터, 약간의 타협으로 어렵지 않게 부와 명예를 동시에 누릴 수 있다는 생각에 갈등하는 자유민까지, 심지어 황제 숭배의 제사장으로 일하면서도 하나님을 믿을 수 있고 그것이 교회가 사는 길이라고 전도하는 사람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군상이 등장한다. 동일한 하나님을 믿는다고 하면서도,
그때나 지금이나 이토록 다양한 입장이 존재한다. 이러한 혼돈 상황에서 요한계시록이 전달되고
가정교회 안에서 함께 읽고 회람함으로 교회가 싸워야 할 대상이 누구인지를 분별해가는 모습은 이 시대에도 하나님의 말씀을 듣고 읽고 지키는 자가
왜 복된 자인지를 밝힌다.
2천년이라는 시간 간격은 숭배의 대상을 바꾸었을 뿐 세상이 달라진 것은 없다. 저들이 연일 모여 황제 숭배의 방법을 골몰하듯이 오늘 우리는 매일 돈을 추앙한다. 돈이 만능으로 통하고, 돈을 많이 버는 방법이 최고이며, 돈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라도 하겠다는 마음가짐을 요구하는 시대이다. 돈을
추구하면서도 하나님을 잘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거나, 하나님을 잘 믿으면 부자가 된다는 식의 가짜 복음이
통용되기도 한다. 또한 처음 사랑을 버렸다는 경고를 받았던 에베소 교회처럼 진리를 고수하느라 관용하지
못하고 교리에 매몰된 교회의 일그러진 모습도 엿보인다. 당시는 무신론자라는 오해를 받았지만, 지금은 무신론이 대세이며 자기 주도적인 삶이 참된 것인 양 인정받는다. 이러한
시대에 하나님의 주인 되심을 고백하며 하나님의 말씀이 변함없는 진리임을 몸으로 살아내야 하는 그리스도인에게 요한계시록은 여전히 경각심을 가질 것과
시대에 순응하는 그리스도인이 아닌, 시대의 흐름을 거슬러 올라가는 삶을 격려한다. 또한 하나님의 나라를 앙망하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도래를 갈망하는 마음으로 살라고 말씀한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마음 속 깊은 갈망 가운데 자신의 소속이 하나님의 나라에 있다는 것을 깨닫는다. 또한 주님의 다시 오심을 고백하는 기도가 새어 나온다. 나의 마음
깊은 곳에서는 무엇이 새어 나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