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망의 복음, 요한계시록
조영민 지음 / 죠이북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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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2 10 29일 새벽 1시에 예수님이 재림한다며 사람들을 현혹했던 다미선교회의 포교는 교회와 사회에 큰 물의를 일으킨 채 해프닝으로 끝났다. 27년이 지난 일이지만 종말론을 말할 때 여전히 거론될 정도이니 그 영향력이 지대했다고 볼 수 있겠다. 그 이후 꽤 오랜 기간, 한국 교회에서는 종말론이나 요한계시록에 대한 설교나 강의가 자취를 감추었고, 자칫 종말론의 자만 꺼내도 이단으로 오해 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가급적 자제하는 분위기였다. 종말론에 대해 관심을 갖는 사람을 현실 도피자나 광신자쯤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한국교회와 사회에 편만하게 되었다. 덕분에 종말론과 요한계시록은 이단이나 교회 밖 어디의 전유물이 되어 무분별하게 인용되고 오용되었다. 단편적으로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짐승의 숫자 666’은 그 동안 신용카드에서 바코드로, 가장 최근에는 베리칩으로 둔갑해왔다. 볕이 들지 않는 곳에 곰팡이가 번식하듯이, 교회에서 방치된 요한계시록은 교회 밖에서 은밀하게 교인들을 현혹해왔다.

 

다행히 10여 년 전부터 요한계시록을 바르게 해석하여 전해야 한다는 반성이 교계 안에서 있어왔다. 그 동안의 연구 성과를 반영한 연구서와 주석들이 나오고, 교회 안에서도 요한계시록을 설교하는 일들이 다시 일어나기 시작했다. 조영민의 <소망의 복음, 요한계시록> 역시 그러한 흐름 속에 있다.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읽고 해석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장르와 주제를 이해하면 그리 어렵지 않다고 말하며, “요한계시록도 성경의 큰 틀에서 벗어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요한계시록이 낯설고 두려운 사람들에게 좋은 안내서가 될 듯하다. 우선 쉽다. 요한계시록을 이해하는데 걸림돌이 될 법한 낯선 상징과 비유들을 매우 익숙한 용어로 설명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무엇보다도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오늘을 위한 책으로 읽는다. 성경에서 예언은 과거와 현재, 미래를 모두 포함한다는 저자의 설명은 매우 적절하며, 그런 측면에서 요한계시록을 미래에 일어날 종말 이야기로만 이해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저자는 요한계시록을 받아 읽었던 초대교회 당시의 상황과 오늘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실을 비교 대조하여, 오늘을 위한 바른 성경 해석의 정석을 보여준다. 이런 해석을 따라가다 보면, 왜 짐승의 숫자 666이 베리칩일 수 없는지, 왜 하늘에서 쏟아지는 불을 현대 전쟁에서 사용되는 아팟치 헬리콥터로 해석하는 식의 적용이 불합리한지 이해하는데 어려움이 없을 것이다.

 

저자는 서론에서 요한계시록을 가르치고 설교하게 된 계기를 거론하며, 요한계시록을 배워보지 못했지만, 스스로 연구서를 찾아보고 공부해보니 충분히 가르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목회자는 비록 모든 것을 다 알 수는 없지만, 말씀을 부지런히 연구하고 가르쳐야 할 본분을 맡은 자이다. 그런 측면에서 학자의 마음을 갖고 성경을 대하는 저자의 성장이 기대되며, 곳곳에서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본분을 지켜가는 목회자들이 더욱 많아지길 소망한다.

 

더 나아가 교회 안에서도 교인들을 위한 신학적 가르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설교집이나 간증집 위주의 독서를 넘어, 조금 더 어려운 책도 함께 읽으며 성경을 배워가는 풍토가 정착되어야, 엉뚱한 결정과 선택으로 교회 공동체의 정체성을 훼손하는 일도 줄어들지 않을까? 영적인 기도 못지않게 지적인 분별력이 더욱 필요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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