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져가는 오지마을을 찾아서
이용한 글, 심병우 사진 / 실천문학사 / 199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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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의 '들어가는 글'에서 얘기하고 있듯이 '오지마을' 체험은 한마디로 시간여행이다. 지층연대가 지금으로부터 훨씬 이전의 시간으로 거슬러 오를수록 '오지마을'의 조건에는 가까워진다. 그런데 또 이 시간개념은 공간적인 제약에서 비롯된다. 가령 지리적인 격리가 심할수록 시간적인 격리도 심해진다. 공간적인 단절이 시간적인 단절을 가져온 셈이다.

이 책을 읽으며 오지마을에 대한 소개가 행여 무분별한 여행으로 오지마을이 더욱 훼손되지 않을까 우려되었다. 이 책 곳곳에서 말하고 있듯이 현지 주민들이 갖는 가장 큰 불만 중의 하나가 여행객들이 버리고 간 쓰레기와 빈병, 깡통 등이다. 차후에 방문하는 사람들을 위해서 '생태관광'을 실시할 걸 제안해본다. '생태관광(ecotour)'이란 친환경적 관광으로 자연환경 뿐만 아니라 현지 주민의 삶과 문화까지 아끼고 훼손하지 않는 여행을 뜻한다.

강원도 동강변의 오지마을 등에는 댐건설로 인한(지금은 백지화 되었지만) 주민들의 애환이 잘 그려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린 피상적으로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오지마을을 보호해야된다고 주장하지만, 현지 주민 입장에선 수십 년간 가난에 찌들리고 불편한 삶의 질곡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하는 원초적 욕망이 있다는 걸 잊어서는 안 될 것 같다. 우리는 문명 세계에 살면서 그들에게 우리를 위해 비문명 세상에서 더욱 더 오래도록 살아달라고 부탁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제 세상은 오지마을 삶을 현실로 받아들이기엔 너무나 멀리 지나와 버렸다. 인터넷과 신자유주의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이제 오지마을 얘기는 먼 옛날 이야길런지 모른다. 오지마을을 지키는 사람들은 대부분 촌노들이다. 젊은 자식들은 모두 고향을 떠나 객지에서 생활하고 이제 촌노들마저 세상을 떠나면 빈집으로 남아 폐허가 되어 버릴지 모른다.
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오지마을을 훼손하며 난개발하는 것도 경계해야겠지만 오지마을로 가는 길은 멀고도 험난하다. 그 불편함을 감수하고 우리 조상들의 삶과 문화를 보존하는 일이 그리 간단한 문제는 아니겠지만, 우리가 나고 자란 고향을 기억하고 공동체 정신을 배울 수 있는 우리 마음의 오지가 사라지는 게 정작 아쉬울 뿐이다.

이 책 곳곳에 실려 있는 인물, 산수 사진은 책 내용의 이해를 도울 뿐 아니라 적절하고 유용한 자료로 활용될 수 있는 귀한 것들이다. 다리 품을 팔아 우리 문화의 흔적을 찾고자 했던 작가와 사진기자에게 경의를 표하고 싶다. 요즘 같이 이런 게 돈벌이가 되지 않는 세상에서 그 어떤 사명감과 책임감에 사로잡혀 이렇게 꼼꼼히 책으로 엮은 정성은 높이 살만하다고 생각된다. 고향을 잃은 오늘의 현대인들에게 일독을 꼭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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