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적 인간과 생태적 인간 - 인간 흙 상상력에 관한 에세이
김종철 지음 / 삼인 / 1999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사실 이 책을 처음 대하게 된 동기는, 생태학적 관심이 있어서라기 보다는 문학비평에 대한 관심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문학을 공부하면서 종종 녹색문학이니 생태문학이니 하는 말들을 들어왔지만 그때마다 그게 다 입빠른 소린줄로만 알았다. 아직도 현실과 문학이 관계 맺는 방식 중에서도 사회학적 관점이 여타의 다른 관점보다(비록 그게 생태학적 관점이라할지라도) 더 중요하고 절실한 문제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그러한 나의 생각이 얼마나 경직된 사고였는가는 이 책의 김용택론 부문을 읽으면서 새삼 깨닫게 되었다. 그 글의 내용 중 김용택 시인의 '뒤를 보며'라는 시에서, 시적화자가 휘영청 밝은 달밤에 강가 언덕에서 뒤를 보는데, 갑자기 뒤가 스멀거려 돌아보았더니 바로 달빛이 자기 엉덩이를 비추고 있었다는 얘기가 나온다. 이걸 두고 문학평론가 김명인이 매우 못마땅하게 생각하며, 지금 농촌의 어려운 현실을 감안하지 않고 한가하게 달타령이나 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한다.

필자 역시 김명인과 같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곧 김종철 교수의 글을 읽으며, 이게 얼마나 문예과학적인 경직된 태도인가를 깨닫게 되었다. 인간도 사회구성원이기 이전에 자연 생태계의 일부란 것이다. 그렇기때문에 인간과 자연은 어느 한 쪽이 다른 한 쪽을 지배하는 관계가 아니라 상호보완적인 관계라는 것이다. 정작 문예운동을 한다는 사람들도 인간과 사회에 있어 정치적 이데올로기는 간파할지언정 인간과 자연의 상호교감에까지는 사고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며, 후자없이는 전자도 궁극적으로 무의미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김종철 교수의 이러한 생각이 어찌보면 공상적이고 감상적인 것으로 비춰질지 모르겠지만 그분이 녹색평론에 몸담으면서 머리로만 하는 생태론자가 아니라 가슴으로 하는(즉 행동하는 실천을 담보로 하는) 생태주의자란 걸 글 곳곳에서 느낄 수 있었다.

사실 작년까지만 해도 이른 바 시민운동을 한다하면서 오히려 국민과 시민연대에 큰 실망을 안겨주었던 사람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것이 시민운동의 본질 추구보다는 개인의 사심이 작용한 결과라고 본다면 우리는 이상과 실천 사이에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가. 그러한 고민 없이는 우리는 미래를 향해 한 발자국도 나갈 수 없으며, 앞으로 녹색평론과 김교수가 고민해야 할 부문도 그러한 실천을 담보해낼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될 것이다. 아뭏든 이 책은 인간의 사고를 '인간을 위한 사고'에만 국한시키지 않고, 자연과 인간은 결코 양립적인 것이 아닌 하나의 공동체라는 데까지 안목을 이끌어올린 뛰어난 저서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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