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이 절에 가면
신현림 외 지음 / 프레스21 / 2000년 5월
평점 :
절판


일요일 오후 숲이 제법 무성한 오솔길을 걷다가 <시인들이 절에 가면>을 펼쳐들고 읽어보았다. 지난해 수도산 자락 수도암에서 하룻밤 묵은 기억이 숲향처럼 은은하게 피어올랐다.

예상했던 만큼 여러 시인들이 들려주는 얘기는 시인의 맑고 순수한 감정과 산사의 경험이 어우러져 맑고 시원한 옹달샘물을 떠 마시듯 가슴 속 깊이 시원한 느낌을 주었다. 원래 산의 삶이란 세속에 있는 자들에게 피안의 세계처럼 삶이 고달프고 육신이 지칠 때 한번쯤 가보고 싶은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게 한다. 하지만 그곳의 삶 또한 또다른 정진의 세계가 아니던가. 우리가 이 책의 내용을 한담 정도로 생각한다면 시인들의 사색의 깊은 세계를 어찌 헤아릴 수 있을까.

여러 시인이 기록한 글인 까닭에 전체적 내용의 통일성이 결여된 느낌이 든다. 어떤 글은 답사기적 내용으로 채워졌고, 또다른 글은 너무 관념적 내용으로 딱딱한 느낌을 준다. 편안한 마음으로 내용을 음미하며 자기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내용의 글이 더 좋은 것 같았다.

중요한 것은 보다 넓은 안목에서 생을 적극적으로 살아가는 지혜와 자세를 시인들에게 배울 수 있어 좋았다. 찰나 같은 산사의 경험은 시인들에게나 독자들에게나 거듭나기 위한 영겁의 시간이 아니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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