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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비를 잡는 아버지 ㅣ 작품 해설과 함께 읽는 작가앨범
현덕 지음, 김환영 그림, 원종찬 해설 / 길벗어린이 / 2021년 10월
평점 :
한국에 '어린이'라는 존재의 씨앗을 심은 소파 방정환 선생을 시작으로 마해송, 향파 이주홍, 현덕, 이원수, 임길택, 권정생에 이르는 작가들이 한국 어린이문학의 기틀을 잡았다. 일제강점기, 6.25 전쟁, 70-80년대 격변기 등 큰 사회적 제약 아래서도 어린이문학의 맥을 이었다.
당시의 아동문학은 지금과는 사뭇 달랐다. 유년시절을 보내는 단어 그대로의 아동과 사회에서 돈을 벌며 고단한 삶을 살아가는 청년(청소년 포함)들도 아동문학의 독자였다. 장벽없이 배우고 즐기는 것, 현실의 고단함을 잊고 빛을 맛보는 것이 아동문학을 읽으며 그들이 받은 선물이었다.
#나비를잡는아버지 의 바우와 경환이, 그들을 통해 벌어지는 사건을 통해 일제강점기 당시의 어린이와 사회상을 자연스럽고 실감나게 엿볼 수 있다. 특히 주인공 바우는 현덕선생을 많이 닮았다. 공부를 잘하며 책과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고, 고집있는 똑똑한 아이는 어려운 가정형편으로 학업을 포기한 슬픔이 있다. 마름에게 절절 매는 소작인 신세의 아버지, 그 눈치를 살피는 아들의 모습에서 저자의 어린시절을 보는 듯하다.
화가 김환영 선생은 #나비를잡는아버지 를 얼마나 많이 그리고 속속들이 읽고 작업을 하셨을까? 아니면 타고난 재주로 작품을 마주하고 떠오른 영감으로 단번에 그려내셨을까?
짧은 까까머리에 짙은 눈썹, 다에서 고집스러움이, 시종일관 아래로 쳐진 눈두덩이에서 못마땅함과 우울함이 느껴진다. 경환이와 바우의 처지가 곳곳에서 표현된다. 아무렇게나 벗어놓은 앞 부분만 막힌 다 헤진 고무신이 첫 장면부터 눈에 띄더니, 새로이 추가된 땅을 파는 바우의 모습을 보면, 맨발에서 유일하게 발가락 부분만 뽀얗다. 동네 아이들도 작거나 큰 옷 때문에 몸 여기저기가 드러난다. 맨발이거나 엄지발가락이 보이는 헤진 고무신이 전부다. 반면, 아이들을 몰아 나비를 잡는다며 설치는 경환이는 모자, 몸에 잘 맞는 옷, 양말에 구두까지 신었다.
가난한 바우가 잰체할 수 있는 것은 노련한 나비잡기 솜씨, 똑똑한 머리와 논리, 단단한 몸뿐이다. 하지만 '동네에서 내가 하는 거에 시비할 사람이 없는' 경환이는 당할 수가 없다. 일부러 참외밭을 헤집어놓은 경환이는 바우의 저지에 아랑곳없다.(마름의 아들이 아닌가)가족의 살림살이와 바라던 책 한권까지 잃은 바우는 억울함을 그저 우직하게 버틸 뿐이다. 가족의 성화가 극에 달하자 눈치를 보다못해 주인공은 집을 떠나려 한다. 바로 그 순간 보게된 아버지의 모습을 통해 아이는 성장하게 된다.
얄궂은 경환이의 멱살을 잡고 들이민 바우의 얼굴에서 고집과 당당함이 뿜어져 나온다. 여러 장면에 걸쳐 보이는 웅크린 자세와 내리뜬 눈을 보면서 위축되고 억울한 바우의 마음이 느껴졌다. 글을 읽으며 아리고 씁쓸하던 마음은 그림을 보면서 시큰하게 아파왔다.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는 눈이 이렇게 슬프고 공허할 수 있을까? 그 쓰라린 마음을 말끔히 지워주는 아버지, 바우와 꼭 닮은 눈매에 어딘지 어리숙한 자세로 나비를 쫓는다. 당시, 소작인의 신세를 면하지 못하던 농사꾼들이 바라는 꿈을 잡으려고 버둥거리는 것처럼...
지금은 식상한 스토리처럼 느낄 수 있지만, 이 작품이 한국 어린이문학의 초창기에 집필되었다는 점과 시대적 배경을 고려한다면 감탄은 지극히 당연하다. 또한 작품에서 다루는 주제가 우리의 현실에서도 별반 달라지지 않았기에 지금도 그 가치는 충분하다. 그렇기에 우리에게도 따뜻한 위로의 선물이 된다.
?초판본과 비교해보니, 이번 개정판에서 페이지를 꽉 채운 그림, 초반의 그림 순서의 변화, 추가된 장면, 섬세하게 달라진 그림의 부분들이 글의 감정을 더욱 증폭시킨다. (역시 김환영 선생님!)
?원종찬 교수님의 해설이 더해져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할 후 있었아.
?? 마지막으로, 화가 김환영 선생님의 본 작품의 잃어버린 원화 한 점의 복원 작업에 감사한다. 아니었다면 이 작품은 만나지 못했을테니까...
*** 위 책은 길벗어린이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우리나라 어린이문학을 깊이 이해할 수 있는 한 걸음입니다. 현덕 선생님과 작품, 시대를 함께 알 수 있습니다.
* 마당을 나온 암탉, 빼떼기 등 김환영 화가의 다른 작품도 찾아보며 또 다른 감동을 느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