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도감 - 제25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수상작 보름달문고 96
최현진 지음, 모루토리 그림 / 문학동네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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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페이지부터 뭔가 있다 싶었는데, Pg.16 부터 가슴이 턱턱 막혔다.

"...책가방을 멘 형이 내 옆을 쏜살같이 지나갔다. 나도 모르게 왼쪽 손이 번쩍 들렸다. 그런데 늘 거기 있었던 손 대신에 축축한 꽃잎이 손에 닿았다. 담벼락을 따라 피어 있는 능소화였다."

"하아..이거 너무 슬프잖아.."
연이은 나의 혼잣말에 급기야 9살 딸은 화를 냈다.
"엄마, 그만해! 자꾸 그렇게 말하니까 내가 바보가 된 것 같잖아!"
나와 두 딸의 나이만큼 큰 경험의 차이다. (그러나 너도 결국은 알게 되고 겪게 될 인생의 굴곡이지, 이렇게 알듯말듯 같이 나누는 시간이 있어 다행이기도 하다.)

두 딸과 함께 잠이 들었지만 무의식 중에도 이야기가 마음에 걸렸던지 새벽 2시 잠이 깨어 다시 읽어내려갔다.
동화를 보고 이렇게 눈물을 흘릴 일인가 싶었다.
인생에서 어쩌면 가장 두려운 것이 가족을 잃는 일이 아닐까.
아무리 책을 읽고 마음을 다잡는다 해도
우리는 모두 결국 한번은 무너질 수 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 났다.
삶과 죽음, 애도와 추억 끝에 영원히 지울 수 없는 묵직한 돌을 떠안고 다시 살아가는 것.
그것이 인생의 필요충분조건인지도 모르겠다.

산과 메아리, 산과 메아리를 둘러싼 인연들
사실과 거짓, 진실과 오해...

인물들의 이름부터 독백하듯 읊조리는 주인공의 속마음, 슬픔과 아픔을 느리게 통과하며 성장하는 사이사이에 놓인 나비의 이야기는 서사와 놀라우리만큼 매끄럽게 닿아있다.

#최현진 작가의 전작인 청소년문학 #스파클 에서도 빈틈없는 흐름과 문장을 보며 첫 작품이라는 것이 믿을 수 없었다. 놀랍게도 신작 #나비도감 은 어린이문학임에도 내겐 더 짙은 농도의 감성과 감동으로 남았다.

#6교시에너를기다려 에서 강렬한 인상을 준 작가 #모루토리 그의 이번 삽화도 감탄의 연속이었다. 적재적소에서 나타나는 섬세한 그림과 감정선이 몰입을 배가시켰다.(찰떡일세!)
글 작가의 작품에 흠뻑 빠져 작은 것 하나 허투루 넘기지 않은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상황이 너무 개입된 나머지 흥분한게 아닐까 싶었지만, 오늘 새벽 재독을 하면서 책친구들과 이 작품을 나누기로 결정했다.
과연 어떤 이야기가 우리의 시간을 채우게 될지, 설렘과 걱정이 앞선다.

결코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일이지만
이렇게 작품을 나누면서
조금 더 지금을 아끼고 사랑하며
다가올 그 순간을 현명하게 겪어낼 수 있는 힘을 얻는다면 좋겠다.(그럼에도 겁이 나고 두렵고 힘이 들지..)

좋은 작품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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