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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사람들이 바다로 가
김개미 지음, 이수연 그림 / 문학동네 / 2024년 10월
평점 :
꺾여 버린 날개로 끝이 없는 바다 위를 날아야만 하는 텃새는
살던 곳과 비슷한 곳, 살던 곳과 다른 곳을 찾아 떠난다.
짐이랄 것도 없다. 엎혀 잠이 든 아기가 전부, 두고 온 개, 죽은 이웃이 전부인 그들.
새로운 시작은 너무 거창한 단어처럼 들린다. 살기 위해 온갖 슬픔을 이겨내며 도착한 바다에서 그들은 무엇을 꿈꿨을까.
"왜 배가 가장 필요한 사람들 앞엔 항상 낡고 작은 배가 올까"
"기억해야 해. 가슴속에 사라지지 않은 구멍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어."
그들은 포기하지 않고 다시 시작한다.
누군가의 이야기 속에서, 노래 속에서, 꿈 속에서 꽃을 영원히 기억하기 위해,
기발하고 독창적인 동시로 기억하는 #김개미 시인의 글,
혼돈과 아픔, 위로와 희망을 강렬하게 각인시키는 #이수연 그림작가의 멋진 콜라보 작품이다.
전쟁으로 기후위기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들의 고통이 작품을 통해 고스란히 전해진다. 우리 가까이에서 여전히 아픔을 호소하는 목소리도 들리는 듯 했다 . 이태원 참사 희생자와 유가족들, 그리고 생존자이지만 희생자만큼 고통스러운 시간을 이어가는 사람들...
"너울이 날뛰는 사나운 바다보다 더한 것을 본 사람이 있을거야."
이렇게 그림책을 보고, 감상을 적어보는 이 순간에도 말도 안되는 일들이 세상 곳곳에서 벌어진다. 내가 누리는 이 평온과 무탈이 감사와 안도에 미안과 불안이 뒤섞여 마음이 답답하다.
직면하기 어려울지라도 어른으로서 현실을 외면하지 않기로 한다. 아침밥을 먹는 두 딸과 함께 읽고 짧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사는 세상에 사실 이런 모습이 있단다.(두 딸이 뽑은 최고의 장면은 책장을 넓게 펼치고 보는 꽃들의 이야기다) 그림책 한 권으로 고통이라는 글자 앞에 조금 더 가까이 다가선 느낌이다. 그렇다면 전과는 달라질테지.
"어떤 길은 거기서 시작돼."
(나에게 최고의 장면은 이 문장이 있는 바다이다.)
김개미, 이수연 작가는 바다에 다시 희망을 놓는다.
설사, 희망대신 절망을 직면할지라도 바다는 그들에게 시작이라는 기회일테니까.
부디, 바다를 비추는 해처럼 그들에게 희망이 더 자주 닿기를...
#뭉끄3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