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말이 없지만어제를 기억해요.나는 발이 없지만오늘을 살아요.조금씩 오르락 내리락때로는 엎치락 뒤치락나는 온몸으로 살아요.나는 돌이에요.8살 딸아이가 식탁에 놓인 그림책을 들어 가만히 읽는다."이 그림책 너무 좋아!"왜?"말이 너무 아름다워!""어, 맞아. 아름다워!"(11세 언니 격하게 동감)와...(나 띵맞은 표정)"이것봐, 내가 좋아하는 구절이야. 읽어줄게.나는 말이 없지만...."가만히 들으니 한 편의 시 같다.두 딸의 놀라운 직관을 따라 가만히 들여다본다.왼쪽 페이지의 숫자가 돌의 이야기를 들려주고,피식 웃게 만드는 장면, 샅샅이 보며 상상하게 되는 그림이 매력적이다.차가운 그래픽인데 왜 따뜻한 느낌이 들까? 아이의 손을 따라가니 땅속에서 땅밖에서 생동감있게 움직이는 돌이 보인다.아파트 단지에 키 큰 나무들이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알고 있을지 종종 생각했는데...돌은 상상하지 못할 더 많은 시간을 품고 있을테다. 그에 비해 찰나의 불꽃같은 삶을 사는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남길 수 있을까?세상의 모든 것이 낯설게 보이는 순간,그림책과 아이들과 함께한 순간이 참 감동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