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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우사미 린 지음, 이소담 옮김 / 창비 / 2021년 11월
평점 :
엄마가 죽는 날 평화로울 것 같다니...
엄마를 낳고 싶었다니...
미움과 사랑의 공존이다.
생각해보면 사랑이라는 감정에는 미움은 언제나 동반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완전무결한 사랑이 존재할까? 사랑하고 그러니까 미워도 하고 화해하면서 다시 사랑하고...(하지만 미움에 사랑이 언제나 동반하는 것은 아니다.)
그림책 #무릎딱지 를 보면 (다행히 아직 경험해보지 않은 일임에도) 가슴이 아리고 시린다. 솔직히 나는 상상 속에서도 엄마를 잃는다는 슬픔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나이를 불문하고 누구나 피하고 싶고, 외면하고 싶은, 결코 '감당한다'는 단어가 애초에 성립할 수 없는 슬픔일 것이라 생각한다.
소설 속 주인공은 수술을 받아야하는 엄마를 sns상에서 죽었다고 말한다. 그녀는 너덜너덜한 상처투성이의 엄마를 지우고 싶다. 스스로와 가족에게 갈수록 끔찍해지는 엄마가 싫고 밉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나의 엄마니까.
엄마를 짝사랑하는 엄마, 그런 엄마를 짝사랑하는 딸
이런 미묘한 관계가 성립할 수 있을까? 내리사랑이라 하지 않던가? 부성애와 모성애라는 단어가 엄연히 존재하는데...
혹자는 자식의 부모에 대한 사랑은 순도 100%라고 한다. 과연 부모는 얼마나 순수하게 자녀를 사랑하는지 되묻는다. 부모의 이기심(나 편하자고 아이들을 조종하거나 일방적으로 대하지는 않는지...)에 상처를 받지만 아이들은 사랑받기 위해 받아들이고, 금새 잊어버린단다.
주인공 역시 엄마를 사랑한다. 자신의 엄마에게 부정당한 자식, 남편에게 학대받는 여자, 한 여성이 꿈꾸던 안전한 사랑은 한낮 꿈이었던가. 아이를 낳고도 바람은 이루어지지 않았고 오히려 족쇄가 된 것 같아 주인공은 엄마에게 미안하다. 자신때문인 것만 같아서...자신의 삶을 부정하듯 온몸으로 발악하던 엄마가 수술을 하던 날, 딸은 잔털 하나까지 밀어버린 정갈한 몸으로 기도를 올리러 떠난다. 자신을 통해 엄마를 탄생시켜 사랑받고 온전한 자신의 삶을 누리도록 해주고 싶어서...
현실에서는 결코 이루어질 수 없는 기도와 온갖 걱정을 안고 병원에 있는 엄마에게 달려간다. 비록 눈앞의 현실은 여전히 변함이 없지만 엄마는 곁에 있다. 그것만으로도 다행이다.
배에서 말린 오징어라 맛있더라, 고춧가루 빛깔이 예쁘고 칼칼하니 맛있더라, 좋은 것도 나쁜 것도 가장 먼저 생각하는게 첫째더라...라고 어제 통화에 엄마가 말씀하셨다. 그래요, 나도 뭘봐도 엄마가 제일 먼저 생각나요. 엄마의 상처를 조금씩 알아가며 치유해줄 수 없어 속이 타지만, 그래도 사랑합니다...
***위 책은 창비 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