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맹호 Dear 그림책
권윤덕 지음 / 사계절 / 2021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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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위안부 사건을 담은 <꽃할머니>
제주도 4.3 사건을 이야기한 <나무도장>
광주 5.18 민주항쟁을 말하는 <씩스틴>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 위해서 철저한 자료조사와 검증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간의 기사와 인터뷰, 사진과 다큐멘터리, 가능한 사적인 기록에 이르기까지... 며칠만에 끝이 나는 작업이 아닐 것이다.
자료에 파뭍혀 지내다보면 마치 내가 그 사건안에 있는 것같은 혼란, 직접 경험에 유사한 충격을 받게 되지는 않을까?(선생님의 팬으로서 힐링하는 시간을 좀 가지셨으면...)

10년이라는 작업기간을 거쳐 탄생한 <용맹호>  는 베트남 전쟁과 한국의 참전용사를 소재로 한다.
자동차 정비소에서 일하는 용맹호씨는 베트남 참전용사다. 어느 무더운 여름, 티비를 통해 최선을 다해 외면했던 기억이 하나둘 들이닥친다. 머릿속에 둥둥 떠오르는 베트남전 당시의 모습들, 무덥고 축축하고 날씨, 그곳에 멈추지 않고 흐르는 땀, 그리고 줄기차게 퍼지는 총소리와 멈추지 않는 붉은 피...

베트남전의 기억이 또렷해질수록 용맹호씨의 모습은 달라진다. 건강하고 친절하며 성실했던 자동차 정비공은 혼란과 두려움에 잠식된다. 귀, 가슴, 눈과 발이 하나씩 더 생기더니 온몸에 선홍색 살갗이 덕지덕지 붙어버린다.
왜일까? 누구의 것이었을까?

가능한 꽁꽁 동여매어 금고에 잠궈넣고 저 밑바닥 깊숙한 곳이 흙더미를 쌓아 뭍었다. 콘크리트까지 쏟아부어 덮어버린 기억이었을테다. 바늘구멍, 실금 한 줄에도  새어들어오는 빛처럼 중대장의 명령대로 '확실히 처리된' 그들의 모습은 어느 틈엔가 용맹호를 뒤덮었다.

'누구'를 위한 '어떤이'의 명령을 따를 수 밖에 없던 용맹호씨, '무엇'이 그의 생각과 판단을 마비시키고 기계처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평범한 '누군가'에게 쉼없이 총을 쏘고 돌아온 그는 '참전용사' 라는 칭호를 부여받는다. '용맹스러운 사람', '용감한 군사' , 과연 무엇에 용맹스럽고 용감했는지...

용맹호씨는 참전용사의 댓가로 평범한 삶과 행복을 잃었는지 모른다. 수시로 그를 집어삼키는 전쟁의 참상으로 그는 하루도 편안히 잠들 수 없었다. 그는 가해자이자 피해자였다.

생명존중, 인간존엄은 바뀔 수 없는 가치이다. 이를 훼손한 사람은 마땅히 손가락질을 받아야 할테지만, 그는 어째서 그러했는지, 다수가 모르는 어떤 고통이 있을지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
전쟁, 그것은 과연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결정일가?

쉽지 않은 작품이다. 볼수록 깊은 한숨을 내쉬게 된다. 하지만 더 많은 사람들이 봐야한다고 생각한다.(정치하시는 분들도 그림책 좀 보세요!) 그래야 닮은 꼴의 역사를 피할 수 있을테니까.

#최혜진 작가는 #권윤덕 선생에게
원하는 마음을 균형있게 가꾸려면 어떻게 해야하냐고 질문했다.
#권윤덕 작가는 이렇게 질문해보라 대답했다.

"내가 원하는 것이 바람직한가?
내가 원하는 이것이 내 삶을 위해서 바람직한가?
타인과 공동체에도 바람직한가?
자연에게도 바람직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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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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