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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브릭스 ㅣ 일러스트레이터 3
니콜레트 존스 지음, 황유진 옮김 / 북극곰 / 2021년 9월
평점 :
'유년시절의 어린이와 현재 어른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이 예술가이다.'
그림책과 동화책 삽화를 탄생시키는 #일러스트레이터 가 바로 이 문장의 정수에 있는 예술가가 아닐까?
재작년 겨울, 아이를 위한 간단한 영어원서를 찾다 <눈사람 아저씨>를 발견했다. 따뜻하고 사랑스러운 그림을 보고는 몇몇 장면만을 간단히 영어로 설명하는 책으로 만족할 수 없었다. 다시 번역본을 만나고 책장을 넘기면서 나와 아이들은 작품 안으로 빠져들었다. 크리스마스 즈음 보았던 #눈사람아저씨 애니메이션의 환상적인 장면과 음악은 아직도 생생하다.
그 후로 아이가 빌려온 <산타 할아버지>와 <산타 할아버지의 휴가> 로 레이먼드 브릭스 작가에게 더욱 애정이 생겼고, 작가에 대해 알고싶다는 열망을 오랜동안 품고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레이먼드 브릭스>를 만났다. 정말 감탄이 나오는 순간이 아닐 수 없다.
수 페이지에 걸쳐 반복되는 배경의 작은 소품까지도 손수 그릴 수 밖에 없던 시절, 더욱 섬세하고 성실하게 자신의 추억과 철학을 작품에 녹여낸 일러스트레이터가 #레이먼드브릭스 이다.
1934년에 태어난 그가 자라는 세상에는 계급주의가 만연했다. 사회 하층민에 속하던 부모는 아들에게 신분 상승의 기대를 품었지만, 레이먼드는 자신의 길을 명확히 한다. 그런 까닭일까 그의 작품에는 계급, 사랑, 가족, 상실이라는 주제가 반복된다.
레이먼드는 미술적 감각을 타고났으나 마치 부르주아 전용같던 세간의 법칙에 따르는 화가 수련에 거부감을 느낀다. 그리고 그는 운명처럼 일러스트레이터가 된다. 섬세한 스케치로 시작된 첫 작품에서 기쁨을 얻은 그는 60여 년 간 새로운 표현 방법을 시도하며 자신의 스타일을 확고히 다진다.
유쾌하면서 재미와 우울사이에서 정교하게 균형을 맞추는 것이 바로 레이먼드의 작품 세계다. 어른과 어린이가 모두 즐길 수 있는 그림책 형식을 탄생시킨 작가, 레이먼드는 2012년 영국 만화부문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 첫 번째 인물이 되었다.
지금은 너무 흔한 동요와 동시에 그림을 넣는 작업이 레이먼드로부터 시작됐다. 영국 어린이책 형식에 연재만화 형식을 도입한 장본인도 레이먼드였다. 그는 풍부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 다양한 재료와 표현기법으로 능숙하게 풀어내는 놀라운 작가였다.
<산타 할아버지>, <눈사람 아저씨>, <괴물딱지 곰팡씨>, <바람이 불 때에>, <물덩이 아저씨>, <석기시대 천재 소년 우가>, <곰>, <에델과 어니스트>, <코끼리와 버릇없는 아기>, <작은 사람> 등 수 많은 작품들 그리고 두어 편의 에세이에는 그의 삶과 당시의 현실이 스며있다.
미화된 아름다움에서 느낄 수 있는 감동과 힐링이 있다. 반면에 현실적인 인물의 등장과 사회 풍자 그리고 유머에서 느껴지는 통쾌함과 즐거움도 있다.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에서는 감동과 즐거움, 힐링과 통쾌함 모두를 맛볼 수 있다.
만화형식에 관심을 갖는 8세 딸아이, 글보단 그림이 편한 5세 딸, 현실의 부조리와 다양한 감정을 아는 어른인 내가 함께 즐길 수 있는 작품, 레이먼드 브릭스의 작품들을 차근차근 만나보고 싶다.
***위 책은 북극곰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