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명소녀 투쟁기 - 1회 박지리문학상 수상작
현호정 지음 / 사계절 / 202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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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은 인생 전반을 최단시간에 극단적으로 맛보게 해주는 장르라고 생각한다. 요즘 소설이 고프던 참이다. 누군가의 인생을 통해 나의 삶을 바라보고 싶은지...

#단명소녀투쟁기 는 전개가 참신하고 매우 영리하다. 내용은 섬뜩하고 슬프고 어지럽지만 결국 연민의 감정과 의지를 불러 일으킨다. 특정한 누군가의 이야기로 시작했지만, 결국 우리의, 누구나의 이야기이니까.

문학평론가의 해석을 통해 작품을 되짚어 볼 수 있었다. 주된 포인트는 '연명담', 주인공이 자신의 명을 이어가는 내용으로 과거 인간의 평균 수명이 짧았던 시절 구전되던 이야기다.(그러고보니 아이들의 동화에서도 접한 적이 있었다.)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 게임', 스테이지를 공략해나가는 형식이다.

#단명소녀투쟁기 는 19살 주인공의 삶에 현실과 비현실을 잘 버무려놨다. <북두칠성과 단명소년> 과 같은 구비 전승 설화의 세계관과 온라인 게임 형식을 차용해 서사 안에서 치밀하게 믹스앤매치시켜 긴장감있게 몰입할 수 있었다. (요즘 작가들 정말 똑똑하다.)

재독이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작가가 하고싶은 말은 느낌과 감각으로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다. 그러나 나만의 것으로 정리하여 담아두기 위해 재독이 필요하다는 점이니 오해 마시길...

#박지리문학상 1회 수상작이라니, 책장을 넘기며 #박지리 작가의 작품이 궁금해졌다. 그녀는 대학 수업시간에 끄적이며 쓰던 소설이 처음이었다고 한다. 31년 짧은 생을 마감하기까지 7편의 수작을 낳은 작가라니...작가의 작품관과 #단명소녀투쟁기 는 어떤 부분에서 교집합으로 만났을까?

마지막 장을 덮고 표지의 소녀를 다시 바라본다. 고양이처럼 올라간 눈매, 이마에 남은 상처, 단단한 입매가 범상치 않다. 결코 안전해 보이지 않는 깊은 숲 속에서 살아남은 전사처럼 보인다. 반면에 너무나 깨끗하게 빛나는 새하얀 뒷표지, 흰색과 검은색 두 줄의 책끈... 내 삶의 빛과 그림자를 생각해본다. 나는 삶의 어떤 부분을 끊어내며 계속 살고 있는가.


*위 책은 사계절 출판사로부터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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