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의 힘 - 그 초고는 쓰레기다 내 글이 작품이 되는 법
맷 벨 지음, 김민수 옮김 / 윌북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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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늘 뭘 시작하려 하면 오만 공부를 다 해 놔야 시작할 수 있는 비합리적인 습관이 있어서 1장은 대부분 알거나 빼곡히 자료 정리를 해 둔 내용이었다.


그 덕에 기억을 더듬어 상기하거나 한 번 정리하는 느낌이었는데, 실행하는 건 극히 일부인지라 반성도 많이 했다.


그 중 좀 특이한 것은 초고는 정말 처음 쓴, 수정 없는 날 것의 원고라고 생각했는데 저자는 초고도 수정을 한다는 부분이었다.


2장에서는 일단, 완결까지 다 쓴 초고(=수정한 초고)를 두고 기억에서 사라질 때까지 쉬라고 한다.


그런 후엔 줄거리를 추리라고 했다.

여기에서 공통점을 발견했는데, 나도 퇴고할 때 감정선 변화를 세세하게 체크하기 위해 남주 여주의 감정선 대사와 서술을 회차 혹은 소제목 별로 따로 정리하면서 살피고,

사건에 관한 대사와 서술만 또 따로 추려서 흐름이 맞게 가고 있는 건지 확인한다.


물론 트릿을 보면 흐름이 보이겠지만, 계획대로 딱딱 써지는 것도 아니라 집필 원고를 가지고 줄거리를 정리하면 더 정확하다.


“한 번이라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페이지 단위로 글을 이동시켜 원고 전체를 재구성하려면 금세 두 손 두 발 들고 싶은 심정이 된다.” -117p.


정말 너무너무 공감 됐다. 순서를 바꾸고, 여기저기 구멍을 팠다 메웠다 하다 보면 흐름도 엉키고 그걸 다시 바로 잡기 위해 앞뒤를 또 다 읽어야 한다…


그래서 난 내가 너무 미련하게 작업하는 건가 혹은 남보다 아이큐나 독해력이 한참 떨어지는가 싶었는데 이런 갓작가님들도 머리를 쥐어 뜯으신다니 조금 위안이 됐다.


놀랍게도, 이렇게 줄거리를 정리한 후에 그것을 바탕으로 본격 소설 뜯어 고치기! 개고!가 시작된다는 점이다.


‘개고’는 정말 처음 듣는 것이고, 초고를 이미 수정했는데 본격 수정이 시작된다는 게 신기했다.


또 더 놀랍게도! 그 개고가 전부 재타이핑이라는 점… 줄거리를 보면서 전부 새로 원고를 쓰라는 것이다. 특히 복붙은 하지 말라고 한다. 이 부분에서 속으로 너무 뜨끔하고 숙연해졌다.


나도 머리가 너무 엉킬 때면 수정 중인 원고를 띄워 두고 오른 쪽 듀얼 화면에서 새로 쓰곤 하는데… 전체를 저런 식으로 써서 작품을 만든다니 존경심이 들었다.


두 번 째 원고, 개고.

어렵겠지만 나처럼 수정에 머리 쥐어뜯으며 고생하는 사람은 차라리 이런 우직한 방법이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결과적으론 시간이 든 만큼 실력도 늘 게 확실해 보였고.


품이 많이 들겠지만 용두사망이나 개연성 나락 혹은 떡밥 미회수 등은 없을 것이고, 스토리의 완성도를 높이는 극강의 방법이 아닐까 싶다.


3장은 퇴고다. 마지막으로 가다듬는 과정이 들어 있다.

1장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작가님들이 익히 아는 것들이 나와 있어서 한 번 정리하고 조금 더 촘촘하게 배울 수 있는 장이다. 혹은 이제 막 글쓰기 공부를 시작한 분들이 보기에 깔끔하게 되어 있다.


서막에서 저자는 이렇게 하라고 한다. “나는 지금 소설을 쓰고 있어.” 소리 내어 말해 보라고.

나도 이 비슷한 걸 종종한다. 수정이 너무 힘들어서 막막할 때마다 “나는 쓸 수 있다!!”하고 작게 반복해서 외친다. 이게 도움이 되는지 아닌지는 아리송하지만 제법 힘이 난다. 나처럼 재능 없는 사람도, 글을 쓸 수 있다고.


웹소 작가에게 2장은 다소 실행이 어려운 내용일 수 있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이 책은 더 나은 더 멋진 작품을 만들 가이드를 준다는 것이다. 일련의 과정을 이해하고, 각자 상황에 맞게 조금 수정하여 적용해 본다면 ‘내 작품’에 더 자긍심을 가질 날이 오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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