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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온도 (170만부 기념 에디션)
이기주 지음 / 말글터 / 2016년 8월
평점 :
말은 언제나 중력을 가진다. 무심히 던진 말 한 조각이 누군가의 가슴에 돌처럼 가라앉기도 하고, 반대로 얼어붙은 마음 위에 햇살처럼 내려앉기도 한다. 이기주의 『언어의 온도』는 그 무게와 온도를 예민하게 가늠하는 책이다.
저자는 언어를 단순한 전달 수단이 아니라, 삶을 비추는 조명으로 바라본다. 말이 따뜻하면 사람 사이의 거리가 좁혀지고, 말이 차갑거나 무심하면 그 거리는 바람 부는 골목처럼 스산해진다. 결국 언어의 온도란, 우리가 타인에게 건네는 마음의 기온이며, 그 온도는 화려한 수사보다 말 너머의 성찰과 배려에서 비롯된다.
책은 언어를 다루는 우리의 손끝에 작은 경계심을 심어준다. “어떤 말은 입에서 나오는 순간,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다.” 그러니 말은, 종이에 적힌 문장보다 더 신중하게 다루어야 하는 생물이다. 한 번 내뱉은 말은 공기 속에서 형태를 잃더라도, 듣는 이의 기억 속에서 살아남아 오랫동안 숨 쉰다.
『언어의 온도』는 우리에게 이렇게 묻는다. 당신의 말은 지금 몇 도인가. 그 질문은 단지 화법의 문제를 넘어, 우리의 삶과 관계, 그리고 마음의 결을 되돌아보게 하는 철학적 자극이다. 결국 말의 온도를 재는 일은 곧 자신의 영혼의 온도를 재는 일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