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방인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66
알베르 카뮈 지음, 김화영 옮김 / 민음사 / 201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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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간의 생애를 파국으로 몰고 가는 것이 거대한 음모나 비극적 사건이 아니라,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일상과 그 속의 무심함임을 보여준다. 주인공 뫼르소는 사회가 기대하는 감정의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어머니의 장례에서 눈물을 흘리지 않고, 살인을 저질렀을 때도 뉘우침보다는 그 순간의 감각을 더 또렷하게 기억한다.

그의 ‘무관심’은 악의가 아니라,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까뮈는 이를 통해 인간이 맞닥뜨리는 ‘부조리’를 드러낸다. 태양이 너무 뜨겁다는 단순한 이유로 방아쇠가 당겨지고, 재판은 그의 죄보다 그의 감정 결핍을 더 심판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는 깨닫는다. 사회가 용서하지 못하는 것은 ‘행위’보다 ‘정서의 불일치’라는 사실을.

『이방인』은 우리에게 묻는다. 정말로 우리는 세계를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는가? 아니면 이미 사회의 시선과 규범 속에서만 존재하는가? 뫼르소의 침묵과 태양빛 속의 방황은, 결국 삶이 본래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는 까뮈의 철학—부조리주의—를 고스란히 드러낸다.

마지막 장에서 뫼르소가 죽음을 앞두고 “세상은 아무것도 중요하지 않다”고 말할 때, 그 무심함은 패배가 아니라 자유의 선언이 된다. 삶이 무의미하다는 자각 위에서, 그는 처음으로 세계를 온전히 껴안는다. 그리고 우리도 알게 된다. 부조리를 인정하는 순간, 오히려 삶이 더욱 선명해진다는 역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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