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왜 사는가 분도소책 65
이노우에 요지 지음, 김희진 옮김 / 분도출판사 / 199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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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권할만한 도서>      
제목:사람은 왜 사는가,  
저자: 이노우에 요지   -분도출판사-


                                                                
   최근 통계청은 우리 나라 남자 평균 수명이 70세, 또 50세 남자의 평균 여명은 25년 정도라고 발표했습니다. 내가 사고 없이 명대로 산다해도 살 날이 앞으로 25년 도안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남은 날 중에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 생각하니 아찔한 느낌이 듭니다.

   요즘 내 주변 사람들이 왜 그리 많이 죽는지 특히 가까웠던 선후배 의사들이 자꾸 죽어 가는 것을 보며 죽는다는 것을 자주 생각합니다. 그들의 죽음은 ‘나도 언젠가 죽게 된다’는 사실을 가르쳐 주는 함성 같이 느껴집니다.

   수 년 전 나의 전 인생과 함께 했던 우리 할머니의 죽음은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는 막연한 나의 생각을 ‘내가 죽게된다’는 구체적인 사실로 바꾸어 주었습니다.  또 작금의 가까운 선후배 의사들의 죽음은 나의 죽음이 오늘 올지 아니면 내일 찾아올지 모르는 현실적인 일로 생각할 수 있게 했습니다.        

   내가 결국 죽게되고, 그 시기가 언제일지 알 수 없습니다. 그러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쓰느냐 하는 문제 뿐 입니다.  한번 왔다 가는 인생 이러나 저러나 힘들긴 매 한 가지일진데 같은 값이면 더 값진 인생을 살고 싶습니다. 어차피 모자라는 나의 능력과 시간 좀더 중요한 것에 사용하고 싶은 생각에 이 책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 봅니다.
  “우리 인생엔 건강, 재산, 우정, 가정 그리고 명예 등 여러 가지 중요한 것이 있지만, 그러나 동시에 언제든지 그 중요한 것을 잃어버리고 말 때도 생깁니다.  나는 다행히 지금 건강하게 살고 있습니다만 언제 몹쓸 병이 찾아올지 모릅니다.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아무런 보장이 없습니다. 그렇게 생각해 보니 우리들은 건강이든, 재산이든, 우정이든, 가정이든 간에 중요한 것을 많이 가지고 있고 또 그 같은 중요한 것에 지탱되어 살고 있지만 , 막상 그런 것을 잃었을 때, 가치 있는 중요한 것을 잃어 빛 바래고, 좌절하고 만 자신을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 그것이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아닌가 하고 생각합니다.  또 그런 중요한 것을 잃었을 때의 자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궁극적으로 인생의 행복과 가장 깊은 곳에서 연결되어 있는 것 아닐까요?”

   또 인생의 참 의미는 무엇인가도 생각해 봅니다.
   “빅터 프랑클이라는 오스트리아의 유대계 정신의학자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의 유대인 수용소에서 격은  자신의 경험과 한계상황에 처한 인간의 모습을 그린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서 그는 인간이란 의미 없는 고통에 대해서는 결코 견딜 수 없다고 말합니다. 우리들의 삶의 보람이란 자신의 삶이 어떤 쓸모가 있다. 또 누군가가 자기를 필요로 하고 있다는 데 있다 합니다. 다시 말하면, 아무리 심한 고통일지라도 그것이 참으로 사랑하는 사람에게 필요하고 고생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되었을 때 , 우리들은 그것을 열심히 짊어지고 살아갈 수 있지만 그런 의미를 잃고 말았을 때는 우리가 서 있는 기반이 완전히 무너지고 말게 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수용소에서 어느 날 밤 프랑클은 자살할 수밖에 없다는 사람들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무슨 말을 해달라는 요청을 받습니다.  그 자리에서 플랑클은 자포자기하여 절망하고 있는 사람들에게 말합니다. ‘우리들은 거의 모두 이 수용소에서 죽게됩니다. 발진디푸스로 인한 죽음이든, 강제노동으로 인한 과로사이든, 가스실에서의 죽음이든 거의 다 죽을 것입니다. 우리 인생은 지금부터 며칠간의 고통 후 이 수용소에서 끝날 것입니다. 그렇다면 그 죽음까지 며칠 동안의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이왕 죽는다면 그 무의미한 고통을 겪지 않고 한시라도 빨리 죽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 것입니다.  또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자포자기하여 절망하고 있는 사람도 많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당신들이 죽을 때까지의 고통스런 인생 속에서 무엇인가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이제부터 고통에 찬 인생에서 무엇을 기대할 수 있겠는가 라는 관점을 버리고, 인생이 이제부터의 당신들 생애에서 무엇을 기대하는가 라는 관점에 설 필요가 있습니다.’ 라며 그는 인생에 대한 관점을 변화시킬 필요성을 이야기했습니다. 과장해서 말한다면 정신세계의 코페르니쿠스 적인 전환의 필요성을 이야기 한 것이지요.”

   “ 만일 우리들이 무엇을 한다는 것만이 인생의 의미라면 일어서지도 못하고 누워서 지내게 되든지 다른 사람의 신세를 지지 않으면 하루도 살아 갈 수 없게 된다면 인생이란 이미 무의미한 것이 되고 말 겁니다. 그렇다면 점차 쇠약해 가는 시력, 청력, 다릿심(脚力)속에 몰래 스며드는 죽음의 발자국 소리를 앞에 두고, 고독과 적막과 고통 속에서 사람은 도저히 전향적으로 견디어 나갈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그런 것이 아닙니다. 우리의 인생이란 우리들이 무엇인가를 해서 그것으로 우리들 자신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하느님이 우리들의 인생에 자신을 표현하신다는 인식이 필요합니다. (하느님이라는 말이 싫은 분은 우리들을 받쳐 주고 있는 대자연의 생명이라고 이해해 주셔도 됩니다.) ”

   이 말의 뜻은 인생을 연극에 비유할 때, 배우의 연기는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는 것이 아니라 그 연극에서 감독이 의도하는 바를 표현하는 것과 같다고 저는 이해합니다.  훌륭한 배우는 주연을 맡았을 때뿐만 아니라 자기에게 조연이나 단역이 주어져도 불평 없이 잘 해낼 것입니다.  이렇게 이어가는 저자의 체험적 사색을 접하면서, 제가 맛본 재미를 어려운 시기를 같이 견뎌나가야 하는 분들과 같이 나누고 싶어 이 책을 소개합니다.

   *이런 용어들을 생소하게 느끼시는 분들이 읽기엔 이 책이 좀 딱딱한 느낌이 들 수도 있지만 150쪽 정도의 소책자이니 한번 읽어보세요. 읽으시고 서로 소감을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있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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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 닫힌 마음의 문을 열어주는 심리학 강의
빅터 프랭클 지음, 강윤영 옮김, 이시형 감수 / 청아출판사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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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과 사랑 아님

 

     사랑이 무엇이냐를 정의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사랑이 아닌지를 먼저 밝히는 것이 빠른 길입니다.     유행가 작사가들의 시각으로는 모든 게 사랑입니다. 하지만 판단력을 갖춘 사람이라면 방금 만난 아가씨가 금발이나 파란 눈 같은 마음에 드는 ‘형질’을 가지고 있다고 사랑 운운하는 청년이 정말로 사랑하는 중이라고 말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이 경우는 성욕이라고 간주해도 틀리지 않겠지요. 누군가 영화배우에게 빠져 있을 때도 엄밀한 뜻에서의 사랑이라고는 하기 힘들지요. 이 경우에는 성욕에 호소하는 형질보다는 미모나 목소리 같은 ‘특성’이 주가 되긴 하지만요. 그러나 이 모든 것들은 사랑이 아닙니다. 후자의 경우에는 반했다고 표현하는 것이 더 적절합니다.

    다른 경우로 형질이나 특성 자체가 아니라 그 형질과 특성을 가진 ‘사람’이 주가 될 때, 형질과 특성 뒤에 위치한 고유하고 하나뿐인 인격을 대면할 때, 비로소 사랑이라 합니다. 사랑이랑 본질적으로 익명인 파트너와 욕구에 따른 관계를 갖는 것이 아닙니다. 익명의 파트너란 같은 형질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와도 교체될 수 있습니다.  반해 있는 사람 또한 사람 자체를 사랑하는 게 아니라 특정한 타입에 반한 것뿐입니다. 하지만 사랑은 다른 이에게 옮겨갈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이 죽었을 때 쌍둥이 형제나 자매를 대신 사랑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면 그것이 정녕 사랑인지 확인 할 수 있습니다.

    순전히 욕구를 충족시키는 관계의 파트너와 단지 사회적인 관계의 파트너 또한 다소 익명성을 띱니다. 하지만 진정한 사랑의 관계는 사람 자체를 만나게 되고 그 사람은 ‘당신’이 됩니다.  이렇게 표현할 수도 있겠네요. ‘사랑이란 누군가를 당신이라고 부르는 것’이라고 하지만 사랑은 그뿐만이 아닙니다. 사랑은 누군가를 긍정하는 것입니다.
    그 사람만이 고유하고 유일한 본질을 알아내는 것, 즉 그 사람일 수밖에 없는 존재를 보는 것일 뿐 아니라 그 사람이 될 수 있는 것, 되어야 하는 것까지 함께 봅니다. 그 사람의 현재 있는 그대로의 모습뿐만 아니라 미래의 어떤 모습까지도요.  도스토예프스키가 아름답게  표현 했듯이 사랑한다는 것은 신께서 본래 의도 하셨던 모습으로 다른 이를 보는 행위입니다. 

    그러므로 사랑을 하면 눈이 먼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습니다. 반했을 때는 눈이 멀지도 모르지요. 하지만 진정한 사랑을 하게 되면 비로소 눈이 뜨일 뿐 아니라 멀리 보게 되고 꿰뚫어보게 됩니다. 사랑하는 존재에게서 더 가치로워질 가능성을 본다는 것은 아직은 현실이 아니고 실현되지 않은 미래에 실현되어야 할 가능성을 읽어낸다는 뜻이니까요.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 중에서


정신과의사로서 한글로 번역된 빅터 프랭클의 저서들을 읽을 수 있게 해준 번역자들과 출판업계에 감사드린다.   

프랭클의 저서들이 모두 그러하듯이 <빅터 프랭클의 심리의 발견>에서도 이 시대의 대중적인 심리 이론이나 보편적인 가치관과 좀 다른 시각을 가지게 한다.

불안 우울 불면증이나 정신병 등에 대한 정보는 물론  심리 이론에 대한 폭 넓은 시각을 가지게 해줄뿐 아니라 생노병사 인생 전반의 문제들에 대해 진솔하고 깊은 사고를 할 수 있게 한다.

즉각적이며 말초적인 자극에 익숙한 현대인들에게 인생의 여러 문제들에 관해 바르고 깊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책이라고 느껴져 많은 지인들에게 추천하고 선물하고 싶은 책이다. 

그러나 심리학이나 철학적 용어나 익숙하지 않은 분들이 읽기에는 좀 부담스러운 면이 있을 수 있겠다는 느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고전13:7

 

다른 번역도 있습니다.

<로고테라피의 이론과 실제>

분도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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