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장하준 지음, 김희정.안세민 옮김 / 부키 / 2010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진정으로 공평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개인의 가치에 맞는 임금을 받고 있다는 잘못된 신화를 깨뜨려야만 한다.

부자인 나라들은 현재 자신들의 재능과 역량으로 인해 높은 생산성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각 나라마다 역사적으로 축적해 온 다양한 제도들 덕분일 확률이 높다고 본다. 아프리카나 남아시아에 있는 극빈국들이 결코 바꿀 수 없는 자신들의 선천적 자원들로 인해 극빈할 수 밖에 없는 것은 아니다.

즉 시장의 범위는 정치적으로 결정되며, 시장 규제를 옹호하는 사람들만큼이나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도 정치적이라는 것이다.

전 세계적으로 일어나는 부의 불평등 문제는 바로 경제적 문제다. 하지만 경제적 문제는 정치적 방향성으로 일어나는 2차적 문제라는 것이 저자의 생각이다.

미국식 경제모델을 지지하는 주장은 미국인의 생활수준이 전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에 기반을 두고 있다한 나라의 평균 소득으로 구매할 수 있는 재화와 서비스의 양을 따지는 것보다 더 넓은 의미에서 생활수준을 측정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나면, 소위 말하는 미국의 우월성은 상당히 빛을 잃고 만다모두가 진정으로 잘사는사회를 건설하려면 소득 이외의 요소를 무시해서는 안 될 것이다.

선진국 중 소득 분배 불평등이 월등히 심한 나라가 바로 미국이다. 미국 평균 소득의 구매력이 높은 것은 많은 수의 미국 시민들(여기에는 영주권,시민권을 취득하지 못한 불법체류자나 수시로 비자를 갱신해야 하는 사람들을 포함)이 낮은 임금과 열악한 근무 조건을 견뎌 내기 때문에 생긴 결과이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사실은 대다수의 국가들이 가난한 사람으로부터 부자에게로 소득을 옮기는 수많은 정책을 추진했다는 것이다. 최고 소득세율 인하 등 부자를 위한 감세 정책이 시행되었다. 금융 탈규제에 따라 금융업자들은 투기 수익을 올릴 기회를 숱하게 누리고, 최고 경영자들은 천문학적인 보수를 받게 되었다기업들은 더 거침없이 독점적 지위를 악용하고, 더 자유롭게 환경을 오염시키며, 더 쉽게 노동자들을 해고하면서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게 되었다. 또 무역 자유화와 해외 투자의 증대로 기업들은 노동 임금을 낮출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경제 정책도 정치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자유주의 경제학자들을 통해 주장해 온 신자유주의 경제정책은 최근 30년 동안 최상위 부자들의 배만 불렸고 서민들에게는 효율적으로 분배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도 지난 부시 정부가 벌여놓은 감세 정책을 오바마 정부가 완화하는 중이다.
이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은 사실 기업가와 부자들 뿐이다.

다시 말해서 상당한 양의 물이 밑으로 내려오기 위해서는 복지 국가라는 이름의 전기펌프가 필요한 것이다상당수의 학자들은 소득불평등의 수준이 낮으면서 빠른 경제 성장이 이루어졌던 자본주의의 황금기는 이 같은 메커니즘이 작동한 덕분에 가능했다고 믿는다.

 최근 통계 추정치에 따르면 MB정부 5년 동안 부자 감세를 통해 90조원의 재정 적자가 비롯되었다고 한다. 현 정부의 감세 논리는 부자 감세로 인해 부자들이 더 많은 부를 누리게 되면 잉여 자본을 통해 더 많은 투자를 진작시킬 수 있다는 논리, 즉 이 책에서 말하는 트리클 다운 현상이다. 하지만 실제 세계 경제 역사에서 이 주장은 설득력을 잃어가고 있다. 오히려 서민에게 소비를 진작시킬 수 있는 소득 재분배를 통해 실물 경제를 더 활성화시킬 수 있다고 본다. 그리고 저자는 복지 국가 메커니즘을 통해 전 사회 구성원들과 성장의 과실을 공유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부자 나라와 가난한 나라의 가장 큰 차이는 구성원 개인의 교육 수준이 얼마나 높은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각 개인을 잘 아울러서 높은 생산성을 지닌 집단으로 조직화할 수 있느냐에 있다교육에 대한 과도한 열의는 가라앉힐 필요가 있다.

한 나라가 번영하기 위해서는 국민 개개인의 노력이나 재능보다 공동체 차원에서 효율적인 조직과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왜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는가

왜 배부른 인간은 더 배부르려 하는 것일까?

사실 이러한 경향은 인류 역사 내내 이어진 인간의 본성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는 듯하다.

인간의 본성이 바뀌지 않는다면, 함께 사는 공동체로서의 국가의 사명은 부자들을 더 배불리기 위한 정책이 아니라, 함께 배부를 수 있는 정책을 통해 함께 살아가야 하는 공동체의 관점에서 경제 정책을 시행해 나가야 한다 

이러한 종류의 책이 사람들에게 몇십만 부나 팔리는 현실이 사실 개인적으로 대단히 기이하다. 현재 한국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이전 세대처럼 정부 정책에는 관심이 적었던 대다수의 사람들과는 달리, 부모 세대의 헌신으로 고등교육을 마친 자식 세대들은 똑똑해졌고 현실을 이해하려는 사람들이 늘어나게 되었다.

왜 세상은 이토록 불공평한가? 그 이유는 무엇일까? 라는 의문들이 사람들을 정의와 경제 현상에 관심을 갖게 하였다. 이 책도 그런 의문을 갖는 대중들이 늘어남에 따라 태어난 책이 아닐까 싶다.

갑자기 떠오르는 문구가 있다.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 최근 국내에서 있었던 선거 때마다 현 여당 후보자들이 내세웠던 일종의 캐치프레이즈다. 국민 대부분이 그 말에 공감했고 그 논리에 휘말려 후보를 뽑았다. 하지만 깊이 생각지 않는 대중은 그 논리를 펼친 진영(?)의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이 주장했던 경제 정책을 시행해 온 2~30년 동안의 경제 정책으로 인해 지금의 현실이 만들어진 것을 모른다.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주제는 자유주의, 신자유주의 경제가 최선이라고 말하는 정치인과 경제학자들의 주장을 역사적 사실과 통계로 반박하므로써 현재의 신자유주의 경제 정책은 최선이 아니며 자본주의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믿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