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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크리파이스
곤도 후미에 지음, 권영주 옮김 / 시공사 / 2009년 4월
평점 :
품절
뒤를 돌아보고 소리치는 선배의 얼굴이 내 머릿속에 또렷하게 아로새겨져 있었다.
-쫓아와라!
나도 내 하는 일에 있어서, 내 인생에 있어서 나를 보고 있는 후배들에게
-자, 쫓아와라!
라고 외칠 수 있는 이시오 선배같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오랜만에 양장본이 나닌 내가 딱 원하는 크기의 책에 가볍게 인쇄된 책을 만났다.
이 책을 보기전에 이미 읽고 있던 책이 있었으나, 외출시 양장본을 가방에 넣으면 걷는 내 어깨가 두배는 더 무겁게 느껴지기에
새크리파이스를 가방에 넣게 되었다.
그런데 이 책은 소음 가득한 지하철내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게 만드는 힘이 있는 책이었다.
그래서일까? 딴일을 하는 중에도 자꾸 ... 아..책 빨리 읽고 싶은데..이런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책을 읽다보면 간혹 결론은 이럴꺼야 라는 단정짓기 쉬워진다. 어쩌면 이 책은 나의 예상을 우습게 따돌리며 장면이 이어갔다.
로드레이스는 내가 섬기고 있는 목사님이 너무나 좋아하는 스포츠이기에 가끔 설교에 등장했던 '암스트롱'이 7번이나 죽음의 레이스에서 우승했던 이야기를 몇 번 하신적이 있어 알고는 있던 스포츠였다.
이 책은 로드레이스에서만 볼 수 있는 그룹전, 그중에서도 팀의 에이스와 에이스를 위해 자신의 체력을 철저히 희생하는 어시스트에 관한 이야기이다. 누구나 에이스가 되고 싶지만, 에이스는 천부적인 재능을 타고나야함이 불가피하고, 그럴경우 좋은 어시스트가 되어 그가 1등이 되도록 철저히 앞에서 또 뒤에서 방어해주는 것이다.
7년째 팀에서 에이스를 했던 이시오.
그러나 그는 알고 있었다. 그가 1등을 할 수 있는 것은 철저히 자신을 위해 희생하는 어시스트들 때문이라는 걸.
그래서 보다 공정하게, 보다 열심히, 그들의 노력이 값었는 희생이 되지 않도록 애쓰며 팀을 이끌었다.
로드레이스는 뭇경기보다 팀웍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팀에서 누구하나 불만을 품게되면 경기전체가 흔들릴 수 있다.
그러던 중 한명이 치고 나왔다. 그런데 그는 자가수혈을 받았던 것이다. 일본에서 아무리 눈에 띄어도 본고장인 유럽에서만큼의 대우와 명성은 아니기에 레이서들이라면 너무나 꿈꾸는 그 유럽땅에 그 유럽팀에 들어가고 싶어서..말이다.
이시오는 그와 생각이 달랐다. 그렇게 해서 1등을 하는 것은 어시스트들에 대한 모욕이라고...
갖은 꾀로 이기는 것은 말이다.
그래서 철저하게 짖밟는 다는 것이 큰사고로 이어져 한 선수의 선수생활과 온전한 삶을 망가뜨리는 결과에 이르게 했다.
그러던 중 극중 주인공인 시라이시는 이시오의 철저한 계획으로 산토스 킨틴이라는 스페인 팀에 제의를 받게 되고, 계약하게끔 되기까지 이것이 이시오의 자기희생임을 뒤늦게 깨닫는다. 철저하게 어시스트로 그를 마크했던 그를 잘 알기에, 그가 보답할 수 있는 길은 단지 그것이라고 판단해서 ...말이다.
그러면서... '쫓아와' 라고..소리친다. 그게 뒤로 유턴해야하는 경우도 있고, 선배보다 앞서서 마크해야할 때도 있었지만,
그는 그렇게 지시에 따랐고 그게 좋은 결과까지 이어지게 됐다.
결국 그는 알게되었다. 선배의 진정성을...
그는 가지 못했던, 오랫동안 팀의 에이스였지만 도달할 수 없었던 꿈의 무대를
그의 후배는 밟게해주고 싶어서....
나의 일도 어쩌면 닮고 싶은 롤모델이 없는 곳이다.
일을하면서 누구하날 정말 닮고 싶어서 따라가고픈 그 한사람이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런 생각을 한두번 해본것이 아니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누가 아니라 내가.. 내 후배에게 '쫓아와'라고 외칠 수 있는 그런 선배가 되어줘야겠구나..하고..생각했고 다짐했다.
처음으로 접한 곤도 후미에는 정말 탁월한 작가였다.
앞으로..그녀의 작품을..눈여겨서 봐야겠다...정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