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란제리 클럽
유춘강 지음 / 텐에이엠(10AM) / 2009년 2월
평점 :
품절
늙지도, 그렇다고 아주 젊지도 않은 나이 마흔은 상실과 분실의 시대이다.
젊음을 분실하고, 사랑에 대한 기대감을 상실하고, 운이 나쁘면 나처럼 배우자까지 의지와는 상관없이 놓친다.
하지만 어쩐지 지금까지의 나보다는 앞으로의 나를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은 예감은 든다. p.175
나이 마흔에 예기치 못한 남편의 자살로 인생이 송두리째 어그러져버 나. 석연히 않은 그녀의 남편의 죽음과 관련된 사람들을 알게 되면서, 서서히 진실과 맞닿게 되고...이제껏 남편중심적인 삶을 살았다면, 나..를 돌아보고 나를 찾아가기로 결단하는 그녀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러나 이 책에 등장하는 세명인, 주인공, 지소(부인), 소정..모두 각기 다른 형태로 결혼을 선택했지만, 하나같이 모두 행복하다고 할 수 없는 사람이다. 심지어 결혼을 하지 않았다면, 더 멋지게 비상했을 캐릭터도 있다. 누구는 마지막 그 연금때문에 불행도 참아내고 있고, 누군 사랑이라 믿었지만 결국 철철히 배신 당한 사람도 있고, 누군 사랑해서 결혼했지만, 남편에게 부는 바람은 그칠 줄 모르는 사람도 있고...
비단 이런 일은 이 책에 국한된 일은 아닐 것이다.
처음부터 200페이지까지는 술술술..뒷얘기가 궁금해지면서, 뭔가 희망이 솟구치는 내용이 있을 줄 알았다. 그러나 책을 덮은 지금... 찜찜함과 석연치 못한 감정으로 하루가 뒤숭숭했다.
작가는 <결혼의 본질을 찾아가는 아주 즐거운 소설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이 글에 대해 쓴 소감을 밝혔다. 그러나 이 책을 덮은 지금, 과연 결혼을 해야하는 게 옳은 일일까, 아니..결혼 후의 그 삶이 두려워 지금 싱글으로서 내 일의 커리어를 쌓아가며 인생을 즐기면서 파리지앵처럼 결혼을 하지 않고, 인생을 필로 사는 것이 더 좋은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서른 즈음인 난 사회 통념상 이 즈음엔 결혼이란 곳에 비상 착륙을 하고 싶어진다. 과연... 내가 꿈꾸는 그것은 성공적인 착륙일까 아니면 누구 말마따나 불시착이 될까. 성공적인 착륙보단 불시착이 될 가능성이 더 농후하단 생각이 드는건 이 책이 처음부터 끝까지 냉소적인 말투로 이끌어 가기 때문이 아닐런지.
그러나 어렵지만 새로운 결단을 시작한 그녀들에겐 bravo! 라고 외쳐주고 싶다.
나이들면 재와 권력이 점차 쌓이는게 대부분이어서 용기가 생길 것이라 생각하지만,
실제 나이와 용기는 반비례한단 생각이 든다. 그렇지만, 마흔이라면 조금은 어정쩡한 나이인 그녀들이...(그도 아닌)
용기를 내어 한발자국을 내 딛는 것을 볼때, 난 그래.. 그녀들의 행보에 브라보!라고 외쳐주고 싶었다.
어쩌면 나 스스로 나에게 하는 외침이었을지도 모르겠지만,
결혼을 혹시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이 책을 권해주고 싶지 않다. 하지만 40대로 아니면 이미 결혼을 했던 분들이라면 많은 부분에서 공감할 수 있고 혹시 눈물까지 자아낼 수 있는 부분들이 많을테니 읽어보시면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든다. 그들 역시 브라고.. 새로운 것 아니면 그 현재에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 수 있는 한걸음을 내딛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가장 과감하고 확실하게 삶을 바꾸고 싶어 하는 여자들을 위한 고유 명사가 되어 버린 신데렐라는 자아실현과 경제권 확보를 부르짖는, 능력 있는 현대 여성에게는 자존심 상하게 하는 화석화 된 단어일 뿐이다. 영악스러운 남자들이 많은 세상에서 감히 신데렐라를 꿈꿀 수 있을까? 멋진 왕자들은 이미 지들과 어울리는 공주와 결혼하고, 신데렐라를 꿈꾸는 여자는, 그들에게 어릴 때 가지고 놀던 고급 장난감 정도의 수준일 뿐이다. p.174